지난 기획/특집

안동교구 50주년 기념 갈전마티아본당 새 성당 봉헌

정정호 기자
입력일 2020-11-03 수정일 2020-11-04 발행일 2020-11-08 제 3218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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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공소 떠나 한마음으로 쌓은 집… 1만3000여 명 후원도 큰 몫
경북도청 들어서자 설립 결정
기존 공소 건물은 철거되고 갈전·오천공소 신자 중심으로 성당 건립에 발 벗고 나서
메주와 청국장 등 만들어 전국 곳곳으로 모금활동
지역사회에 봉사하기 위해 어린이집부터 개원하기도
복자 박상근 마티아 주보로 교구 행사 치를 규모로 짓고 성전 곳곳에 성미술품 배치
유리화·도자기 타일도 인상적

갈전마티아성당 전경. 안동교구 50주년 기념성당으로 고딕양식을 기초로 미적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주변과 어울리도록 설계됐다.

안동교구 40번째 본당이자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갈전마티아본당(주임 최숭근 신부)이 지역 복음화 구심점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본당은 11월 1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검무로20 현지에서 교구장 권혁주 주교 주례로 새 성당 봉헌미사를 거행했다. 이날 미사 강론에서 권 주교는 “갈전마티아성당은 하느님께서 친히 우리 교구를 위해 마련해 주신 특별한 선물”이라면서 “오늘을 기점으로 안동교구의 미래, 안동교구의 희망을 함께 일구어 나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당을 완성하기까지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은총을 체험한 공동체 이야기와 함께 아름다운 성전 모습을 들여다본다.

■ 안녕! 슬픔과 아쉬움 담은 이별

지역에 경북도청이 들어서게 되면서 인구 유입에 대비해 2016년 8월 안동교구 갈전본당 신설이 결정됐다. 안동시 풍천면 일부와 예천군 호명면 전체가 본당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갈전과 오천공소 신자, 그리고 새로 이주한 신자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꾸려나가게 됐다.

100년이 넘는 신앙 역사를 간직해 온 갈전공소는 도청 부지에 포함되면서 철거가 불가피했다. 신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공소와 이별해야 했다. 본당이 설립 1주년을 맞아 펴낸 「안녕! 갈전성당」에는 이렇게 묘사돼 있다.

“공소건물이 헐리던 날, 신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갈전공소와 이별했다. 떼어 낸 고상을 부여잡고 눈길을 걸어 내려오며 그치지 않는 울음을 목청껏 내지르기도 하고, 다시 볼 수 없을 공소를 뒤로 한 채 혹여 젖은 눈시울을 들킬까 총총걸음으로 이별을 고하기도 했다.”

오천공소 신자들도 아쉬움은 마찬가지. 온갖 어려움 끝에 낡은 공소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지만, 그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본당 신설 소식이 들려왔다. 허탈감이 클 법도 하지만 신자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히려 성당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 안녕! 기쁨과 반가움 담은 만남

두 곳 공소 공동체는 본당이 자랄 수 있는 씨앗이 됐다. 정든 공소를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과 가난한 시골에서 새 성당을 건립해야 하는 막막함을 딛고 신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성당건립을 일궈냈다.

본당 초대주임으로 부임한 최숭근 신부는 신자들과 함께 전국 곳곳으로 모금활동을 나섰고, 메주와 청국장, 쑥미숫가루, 돼지감자즙 등을 만들어 팔았다. 신자들은 본당 활동에 맞춰 집안 행사와 농사일정을 결정할 만큼 열정적으로 힘을 보탰다.

최 신부는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여러 활동들을 펼쳤다”면서 “새벽 5시부터 해질 때까지 12시간이 넘도록 작업하는 등 신자들이 고생했다”고 밝혔다.

본당은 이와 더불어 묵주기도 100만 단 봉헌, 가족 성경쓰기 등 영적 성장을 위한 노력에도 정성을 쏟았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당건립 과정에 다툼이나 불협화음 하나 생기지 않은 것은 기도의 힘이었다.

도시 본당 모금활동을 하며 만난 많은 신자들로부터 큰 격려와 도움도 받았다. 타 교구 후원자만 해도 1만3000여 명에 이른다. 최 신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안동교구 사제로 봐주시는 모습에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며 “단 한 번 본 적도, 와 본 적도 없는 본당을 위해 큰 도움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본당은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먼저 손을 내밀었다. 경북도청 이전으로 젊은 인구가 유입되는 상황이었지만, 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본당은 성당 공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어린이집을 먼저 짓기로 결정했고, 2018년 3월 성마티아 어린이집(정원 99명)을 개원했다. 최 신부는 “어린이집을 먼저 지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본당 정체성을 살리고,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신앙 공동체 모습을 실천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11월 1일 열린 갈전마티아본당 새 성당 봉헌미사 중 교구장 권혁주 주교가 제대에 도유하고 있다.

대성전 내부. 730석 규모로 교구 중심 행사들을 치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안동교구 설정 50주년을 기념한 김영자 수녀의 회화(위)와 교구 사명선언문(아래).

성당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메주를 만드는 갈전마티아본당 신자들.

■ 하느님께서 보니시 좋았다!

본당은 50주년 기념성당에 맞갖은 성당을 짓고자 노력했다. 주보성인을 교구 제2주보인 복자 박상근 마티아로 정하면서 본당 명칭도 갈전본당에서 갈전마티아본당으로 변경했다.

고딕양식을 기초로 설계된 성당은 지하 1층, 지상 3층 2572㎡ 규모에 안동교구 최대인 730석을 갖춰 교구 중심 행사들을 치를 수 있는 규모로 지었다. 성당 건축 경험이 많은 현대건축사사무소가 설계를 맡아 미적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실용적인 공간 배치를 구현했다. 대성전 내부 천장과 벽에는 자작나무 원목을 사용해 신자들이 편안한 가운데 기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성전 곳곳에는 여러 성미술품들을 배치해 신앙적 상징과 교구 설정 50주년 의미를 더했다. 제대 뒷편 십자고상과 제대 부조, 십자가의 길, 대성전 문, 종탑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각종 조각 작품은 최영철(바오로) 조각가가 맡았다.

유리화는 인보성체수녀회 김영자(안셀모) 수녀 작품이다. 시대 아픔에 동참하며 가난한 이들을 비롯해 누구에게나 열린 깨어있는 교회 모습을 보여준 안동교구 50주년 의미를 담았다. 북쪽 창에는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마태 5,1-12)을 주제로 산상설교 내용을, 남쪽 창에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루카 1,38)를 주제로 묵주기도 각 신비 내용을 표현했다.

소성전 십자가의 길과 성당 입구 마티아 홀 벽화, 카페 마티아 내 교구 사명선언문 등은 제21회 한국 가톨릭미술상 본상 수상자이자 본당 사목회 부회장인 김만용(프란치스코) 작가 작품을 김종숙(요안나) 작가가 도자기 타일로 제작해 봉헌했다.

최 신부는 “여러 작가들의 주옥같은 작품을 성당 요소요소에 봉헌했다”면서 “성미술 작품들로 인해 갈전마티아성당이 신앙적 영성의 향기가 그윽하게 풍기는 ‘기도의 집’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정정호 기자 piu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