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獨 마인츠국립필하모니 김재형 호른 부수석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0-10-27 수정일 2020-10-27 발행일 2020-11-01 제 3217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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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첫 호른 부수석… “감동 주는 연주할게요”
유럽서 한국 음악인 최고 수준
금관악기 분야는 아직 불모지
그래서 더 값진 부수석 영광
한인 후학 양성에도 힘쓸 것

동양인 최초로 독일 마인츠국립필하모니 오케스트라 호른 부수석에 선임된 재독 호르니스트 김재형씨.

호른 연주자 김재형(바오로)씨가 최근 동양인 최초로 독일 마인츠국립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이하 마인츠필) 호른 부수석에 선임됐다.

김씨는 뒤셀도르프 음대와 베를린종합예술대(UDeka-Berlin)에서 수학했으며 뮌헨국립음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예고 재학 중 제주국제콩쿠르 최연소 3위에 오르는 등 국내외 콩쿠르에서 다수 입상했으며 뮌헨국제ARD 콩쿠르 목관5중주 부문에서 아시아권 호른 연주자로는 처음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동안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베를린콘서트하우스 오케스트라·카메라타 잘츠부르크·만하임오케스트라 객원 수석,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고정 객원수석 등으로 활동했다. 세계 각국 호른 연주자 12명으로 구성된 ‘Die XII Cornisten’(The 12 Hornists) 유일한 동양인 단원이기도 하다.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씨는 부수석 선임 소감에 대해 “처음엔 사실 실감이 잘 나지 않았는데 일단 기뻤고 감사한 마음뿐이었다”며 “부모님과 하느님, 그리고 여러 선생님과 동료들의 응원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어려운 시기에 한국에 좋은 소식을 알려드릴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마인츠필은 라인란트팔츠(Rheinland-Pfalz) 주도인 마인츠에 위치한 마인츠국립극장의 상주 오케스트라다. 16세기 초에 설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모차르트가 자주 찾아와 그의 작품을 연주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오페라 ‘돈 조반니’ 독일어 버전 초연을 했고 바그너 등 여러 독일 작곡가들의 음악을 초연한 오랜 역사를 가진 오케스트라다. 바로크 음악부터 고전·낭만·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갖고 있다.

호른 부수석은 수석 역할을 하면서 고음 호른과 3번 호른도 담당한다. 고음과 멜로디를 담당하고 그룹을 리드하는 자리다.

김씨는 “우리나라 연주자들은 현악, 피아노, 성악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이 많은데 호른을 비롯한 금관악기는 아직 유럽 연주자들과 격차가 있다”며 “그래서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호른 부수석에 선발된 것이 더욱 기쁘다”고 했다.

사실 호른은 대중에게 친숙한 악기는 아니다. 전문 연주자로서 김씨가 생각하는 호른의 매력은 현악과 관악의 다리 역할, 그리고 관악에서는 금관과 목관악기를 연결해주는 연결고리 역할이다. 또한 김씨는 “호른은 불기는 정말 어렵지만 4옥타브 반의 연주가 가능한 관악기이고 전달력이 풍부하고 음색이 아름다운 악기”라고 설명한다.

타국에서 연주자로 신앙생활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김씨는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한인성당이나 현지 성당을 찾아 미사에 참례한다. 독일에서는 성당에서 연주를 많이 하기 때문에 연주 전후에 잠시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고.

“독일에서 금관악기를 하는 동양인으로 오케스트라 정단원이 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 더 어려운 일들을 해낼 수 있게 끊임없이 노력하고 즐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OO오케스트라, OO대 교수… 이런 타이틀이 아니라 저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관객들도 감동받을 수 있는 ‘진짜’ 연주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김씨는 앞으로 한국을 자주 찾아 재능 있는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끌어 주고 싶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