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공소 선교사의 삶] 안동교구 향주삼덕선교회 이명호(미카엘라) 선교사

정정호 기자
입력일 2020-10-05 수정일 2020-10-06 발행일 2020-10-11 제 3214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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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 삶 보여드리는 것이 선교… 기다림은 필수죠”
 상주 화동공소 5년째 활동
 교리교육·기도 모임 등 이끌고  지역민에게 필요한 도움 전해
 항상 밝은 얼굴로 봉사하고  매정하게 대하는 이들에게도  밝은 웃음으로 거듭 찾아가
“나를 필요로 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일 하느님 은총으로 여겨”

교회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고 하신 예수님 분부에 따라, 해마다 10월 마지막 주일의 앞 주일(올해는 10월 18일)을 ‘전교 주일’로 지낸다. 이에 발맞춰 한국교회는 신자들에게 복음 전파 사명을 더욱 일깨워 주고자 1970년부터 10월을 ‘전교의 달’로 지내고 있다.

전교의 달을 맞아 ‘향주삼덕선교회’ 회장으로 안동교구 공소 선교사로 살아가고 있는 이명호(미카엘라) 선교사를 소개한다.

안동교구 화령본당 화동공소에서 활동 중인 향주삼덕선교회 이명호 선교사.

■ 공소 신자? 골수 신자?

“자매님 오셨어요~, 어떻게 지내셨어? 포도는 다 땄어요?”

“아이, 아직 멀었어~. 마치고 가서 얼른 해야지.”

추석을 며칠 앞둔 주일 이른 아침, 안동교구 상주 화령본당 화동공소 마당. 공소예절을 위해 하나둘 들어서는 신자들을 이명호 선교사가 반갑게 맞이한다.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졌지만 멀리서 봐도 누가 누구인지 서로 잘 안다. 시골 본당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이곳 화동공소는 유독 친밀하고 활기가 넘쳐 보인다. 평신도선교사로, 이웃 주민으로 함께 지내온 이 선교사 덕분이다.

“요즘은 성가도 선창자만 부르고 나머진 다 꿀 먹은 벙어리예요. 너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죠.”

이 선교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제약에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아침 일찍 공소를 찾아오는 신자들이 그저 고맙고 반갑기만 하다. 포도 농가가 많은 지역 특성상 추석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이기에 더욱 그렇다.

‘향주삼덕선교회’(이하 향덕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 선교사는 지난 2016년부터 이곳 화동공소에서 활동 중이다. 평신도선교사들로 구성된 향덕회는 안동교구 내 공소에서 활동하는 ‘선교 공동체’다. 파견된 공소에서 교리교육과 소공동체, 기도 모임 등을 이끌며 공소 신자들 신앙생활을 돕고, 지역에 복음을 전하는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홍재(치릴로) 공소회장은 “선교사님이 오셔서 공소를 잘 가꿔 주시고, 기도 모임을 비롯한 활동도 이끌어 주고 있다”면서 “전교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데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니 참 고맙다”고 전했다.

이 선교사는 신자들 제안으로 이곳에서 몇 년째 새벽 기도모임을 진행해 왔다. 최근 코로나19로 중단되긴 했지만 무척 소중한 시간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삼종기도, 아침기도 등 갖가지 기도하고 성경 읽고 하니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단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기도를 해왔어요. 한겨울에도 난방비 아끼느라 옷이란 옷은 다 껴입고, 몸에 핫팩을 둘러가면서 기도했어요. ‘골수 신자들’인거죠, 하하하.”

■ 만남, 기쁨과 감사

공동체 신앙생활과 더불어 이 선교사가 애쓰는 것은 바로 선교다. 선교사는 사람들에게 얼굴을 많이 알리고 친해져야 한다며 동네에서 자신을 찾으면 어디든지 마다하지 않고 나섰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노인정 청소를 매일같이 해왔다. 동네 어르신을 자신의 차로 병원에 모시고 가기도 하고, 평소에 도움을 드린다. 그러면서 그는 “주민들과 친해지고 그 안에서 함께하며 그리스도인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곧 선교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만나야 선교도 할 수 있고, 만나서 친해지는 것이 먼저”라며 만남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이 선교사. 그는 매일 아침 산책을 하며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인사를 한다.

“처음엔 얼굴이 굳어있던 할아버지들도 먼저 인사해 주시고 아는 척 하세요. 아이들을 만나도 마찬가지예요. 주일학교도 없었던 본당에 아이들 10여 명이 모여 주일학교도 생겨났어요. 돌아보니 하느님 은총인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즐겁죠.”

언젠가 냉담교우 집을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얼굴이 피곤해 보인다며 힘들면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이후로 스스로 기쁘게 살고 항상 밝게 웃으며 산다.

“그저 기뻐요. 힘들다는 생각을 안 해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모든 것이 다 기뻐요. 하느님 은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 선교, 인내와 기다림

늘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는 이 선교사지만, 사실 그 삶에는 ‘인내와 기다림’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선교사는 매주 공소로 배달되는 가톨릭신문을 비롯한 교계 신문과 주보를 냉담교우들과 이웃들에게 나누고 있다. 간혹 일부러 밟아놓거나, 보란 듯이 내버리는 경우도 있다. 마음은 아프지만 도로 가져오고 새 것으로 또 가져다 두며 언젠가 마음을 열길 기다린다고 밝혔다.

이 선교사는 또 “냉담교우들 중에는 반갑게 맞이해 주고 다시 성당에 나가겠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막상 발을 떼는 것을 어려워 한다”며 “그때 그들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할머니 예비신자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기도문을 가르쳐 드리는데, 글을 모르시니 듣고 다 외우도록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며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미 할머니의 아들과 손녀들은 이 선교사 도움으로 세례를 받았다. 언젠가는 할머니도 세례를 받으실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인내하며 기다린다.

“매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기도문 외우는 걸 도와드리고 있어요. 잊어버리지 않도록 계속하고 있어요. 원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할머니께서 완전히 알기 전까진 넘어가지 않으시려고 해요. 그러니 또 기다려야죠.”

안동교구 화령본당 화동공소 신자들이 9월 27일 공소예절을 진행하고 있다. 이명호 선교사는 2016년부터 화동공소에서 활동하며, 이웃 주민들과 친교를 이루고 신자들 신앙생활뿐 아니라 청소 등 필요한 봉사에도 앞장서고 있다.

향주삼덕선교회 회원들이 지난 2019년 연수에서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앞줄 가운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둘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이명호 선교사. 향주삼덕선교회 제공

◆ 향주삼덕선교회는?

그리스도인 영성의 바탕인 예수님 삶에 기초하는 ‘신·망·애’ 향주삼덕을 지향하며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선교 공동체다.

안동교구에 소속돼 교구장 사목방침에 따라 활동한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는 주님 말씀에 따라 선교사 신원에 맞는 그리스도인 사명을 수행해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10명 회원 중 4명이 안동교구 각 공소에 파견돼 활동 중이다.

1992년 가톨릭교리신학원 출신 신자들이 모여 광주대교구와 제주교구를 시작으로 원주·수원교구 등에서 활동하며 기반을 조성하다, 1999년 당시 안동교구장 고(故) 박석희 주교 요청으로 안동교구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0년 8월 14일 지금의 ‘향주삼덕선교회’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이했다.

정정호 기자 piu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