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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가속화되는 비대면 문화 속 복음화 / 김민수 신부

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0-10-05 수정일 2020-10-06 발행일 2020-10-11 제 321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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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은 ‘비대면 명절’이 대세였다. 대다수가 명절에 고향에 가지 않고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휴식을 취하며 안전하게 연휴를 보냈다. 부모님 명절 선물도 ‘비대면 송금’이 1위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자구책이었다. 어쩔 수 없이 비대면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 삶에 대세가 돼버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방역수칙 준수에 따른 사회적 단절을 야기하고 장기화시키면서 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중 하나로 ‘비대면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시대부터 ‘불편한 소통’ 대신 ‘선택적 단절’을 택하고 온라인 인프라에 익숙한 세대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비대면 소통문화가 출현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에서 보호하면서도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는 비대면 문화 현상이 사회구조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화상회의, 비대면 공연관람, 비대면 예배나 미사, 온라인 쇼핑, 원격의료 등 수많은 비대면 소비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비대면 산업이나 문화는 4차 산업혁명 발전과 함께 꾸준히 뿌리를 내리며 영역을 확장할 것이다.

비대면 문화는 즉시성, 편리성, 그리고 비접촉성이라는 특징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쉽고 편리하게 접속이 가능하고, 어느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고 즉각적인 피드백으로 소통이 이루어진다. 온라인 쇼핑과 비대면 금융은 일반화되어 있고,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이제는 교사와 학생 간 체계적인 피드백이 있을 정도로 잘 적응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시공을 뛰어넘는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현장 공연과 콘서트가 빈번히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도 활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안치 사진 주변을 차례상 사진으로 꾸며 고인에 대해 비대면 추모를 할 수 있다. 이러한 비대면 문화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을 무시할 수 없다.

비대면 문화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 단절된 관계를 온라인 소통을 통해 연결하여 여러 관계를 지속시켜주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구조적이고 일상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디지털 기기가 만들어내는 가상공간 내지 온라인 소통에 지나친 몰입으로 현실의 신체적 격리만큼 각자의 디지털 격자 안에 갇히는 상황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평소보다 SNS로 소통을 더 하려 하거나, 온라인 게임이나 도박, 포르노에 더욱 노출되고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 블루’로 우울증과 불안감이 늘고 수면이 잘 되지 않아 온라인 접속이 늘어나면서 예전보다 디지털 과의존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 공간으로 폐칩될수록 현실을 도피하는 현상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비대면 문화는 고통 받는 타자에 무관심 내지 혐오를 증폭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빠른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들이다. 손쉽게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택배의 편리함 뒤에는 과로로 매일 목숨을 걸어야 하는 택배기사들의 땀과 눈물이 존재한다. 2020년 현재까지 과로사한 택배기사는 7명이 된다. 택배기사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여러 종류의 배달노동자들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로, 비대면 문화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배달 주문에 따른 포장지, 일회용 컵, 비닐, 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가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사실, 기후위기가 가져오는 재난, 환경오염과 과소비로 인한 생태파괴가 몰고 오는 죽음의 바이러스 확산과 지구온난화 등으로 지구는 점점 생명의 시간을 다해가고 있다. 신음하는 지구에 각종 쓰레기로 더욱 늘어날 때 그 수명은 더욱 짧아질 것으로 심각하게 예견된다.

비대면 문화의 명암은 교회와 신앙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비대면 온라인 미사나 온라인 사목이 가져다주는 편리한 신앙생활 이면에는 전례와 성사의 물리적 현존이나 대면 결핍과 같은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교회는 사회와 삶 속에 파고드는 비대면 문화의 복음화에도 관심과 실천이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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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