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나의 신앙에 대한 고찰(考察) / 남기업

남기업(바오로·제2대리구 본오동본당)
입력일 2020-10-05 수정일 2020-10-06 발행일 2020-10-11 제 3214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어린 시절, 추수가 끝나고 나면 동네 무당 할머니가 집으로 왔다. 솥단지에 시루떡을 올리고 한지를 태운 뒤, 닭장, 소 외양간, 우물 등 집 안 곳곳에 시루떡을 갖다 놓았다. 심부름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그 일이 너무나 싫었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부모님 말씀을 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십 리 이상 떨어진 성당에서 아주머니 몇 분이 우리 집에 물을 마시러 들렀다. 냉담 중인 신자에게 레지오 활동을 갔다가 들른 것이었다.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어머니가 성당에 나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전날 어머니 꿈에 먹구름 사이에 빛이 나면서 성모님 같으신 분이 나타나셨다는 말을 나중에 들었다.

온 가족이 4㎞ 이상 떨어진 성당에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어머니 판단과 아무 말씀 없이 어머니를 따라주신 아버님 선택으로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한다. 불교에서 개종한 형수님, 개신교에서 개종한 아내뿐만 아니라 자식들과 조카들까지 신앙인으로 살고 있다.

신앙생활을 되돌아보면 모든 일에 주님이 함께하셨고, 내 삶 고비마다 수많은 기적과 은총을 베푸셨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어디에서든 내 뜻대로 이루어 주시는 주님이 계시기에 나는 오늘도 아무 걱정 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 생활을 한다.

모든 행복과 은총이 부모님 선택에 따른 것이었기에 돌아가신 지 이십 년 가까이 되지만 지금도 매일 아침 부모님을 위해 기도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모두에게 하느님을 찾게 된 계기와 동기가 있을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신앙을 굳건히 지켜야만 이번 사태와 같은 미사 중단이나 축소 시에도 신앙을 이어가고 공동체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처럼 인간이 쉽게 막을 수 없는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기후와 환경 변화 등 자연재해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정치 사회적 갈등으로 서로가 적이 되고, 개인 중심주의는 가족 간 대화도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 신앙인들이 해야 할 역할이 더욱 커졌다.

휴머니티(humanity)가 사라진 이 시대에 우리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주님께서는 물으실 것 같다. 내 신앙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고찰(考察)해 본다.

“주님! 언제나 저와 함께하시어 악의 유혹에서 저를 구해주시고 이 세상을 구원하소서! 아멘!”

남기업(바오로·제2대리구 본오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