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순교자 성월 특집] 교구 순교 선조들이 전한 말 (상)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0-09-15 수정일 2020-09-15 발행일 2020-09-20 제 321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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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도 담대하게 천주신앙을 외치다

한국교회 선조들은 하느님께 대한 철저한 믿음으로 목숨까지 내어놓는 순교를 마다하지 않았다. 어떤 타협에도 굴하지 않으며 혹독한 고문의 현장에서, 죽음의 순간에서도 단호하게 하느님 사람을 증거하며 신앙을 지키고 이를 현재 우리에게 물려주었다. 9월 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을 맞아 교구 순교자들이 남긴 주요 신앙어록을 살펴본다.

■ 성 김대건 안드레아

“이런 군난 때는 성교회 영광을 더하고 천주의 착실한 군사 됨을 증거하고”

용인 골배마실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신학생으로 선발됐던 한국교회 첫 사제 성 김대건 신부는 1842년부터 1846년까지 21통의 편지를 썼다. 교우들에게 보낸 옥중 서한, 21번째 편지는 하느님 안배에 대한 깊은 믿음과 하느님께 대한 항구한 신뢰심을 묵상토록 한다.

“세상은 온갖 일이 막비주명이요, 막비주상주벌이라, 고로 이런 군난도 역시 천주의 허락하신 바니 너희 감수 인내하여 위주하고 오직 주께 슬피 빌어 빨리 평안함을 주시기를 기다리라.”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고 모든 것을 그분께 의지하고 도움을 청하는 다음 편지글은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등 어려운 시기를 겪는 현재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군난 때는 주의 시험을 받아 세속과 마귀를 쳐 덕공을 크게 세울 때니 부디 환난에 눌려 항복하는 마음으로 사주구령사에 물러나지 말고 오히려 지나간 성인성녀의 자취를 만만 수치 하여 성교회 영광을 더으고 천주의 착실한 군사와 의자 됨을 증거하고 비록 너희 몸은 여럿이나 마음으로는 한 사람이 되어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참아 돌보고 불쌍히 여기며 주의 긍련하실 때를 기다리라.(중략)”

“주의 성의를 따라오며 온갖 마음으로 천주 예수의 대장 편을 들어 이미 항복받은 세속 마귀를 칠지어다. 이런 황황시절을 당하여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량을 더하여 마치 용맹한 군사가 병기를 갖추고 전장에 있음같이 하여 싸워 이길지어다.”

■ 성 정하상 바오로

“목숨을 바친 순교로 천주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본분”

성직자 영입 운동을 통해 한국교회 발전에 큰 공헌을 쌓았던 평신도 지도자 정하상 성인은 한국인 최초의 호교론서인 「상재상서」를 통해 천주교에 대해 밝혔다. 박해의 비합리성과 부당성을 지적하고 천주교를 변호하는 그의 글에서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천주의 신앙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

임금에게 호소하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천주교가 올바른 종교임을 밝히는 절절함이 배어난다.

“목숨을 바쳐 순교함으로써 성교가 진실된 가르침을 증명하여, 천주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우리들 본분으로 삼는 일이옵나이다. 죽음에 임하여 용감히 말해야 할 때에 한번 고개를 들고 크게 외쳐보지 못하고, 말없이 불쌍히 죽으면, 쌓이고 쌓인 회포를 백년 뒤에까지 스스로 밝힐 길이 없사오니, 엎디어 빌건대 밝히 굽어살피사, 도리의 참되고 거짓됨과 그르고 바름을 가리옵소서.”

■ 복자 정약종 아우구스티노

“세상에 태어나 천주를 위해 죽는 것은 마땅한 일”

정하상 성인의 부친으로 최초의 한글교리서 「주교요지」를 완성하고 평신도 단체 명도회 초대 회장이었던 복자 정약종은 ‘초기 한국교회 교부’로 일컬어진다. 그는 체포돼 혹독한 형벌을 받는 과정에서도 천주교 교리가 옳다는 것만 설명했다. 1801년 4월 8일 서소문 형장으로 끌려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은 우리를 비웃지 마십시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천주를 위하여 죽는 것은 마땅한 일일 뿐입니다. 마지막 심판 때에 우리가 흘린 눈물은 진정한 기쁨으로 바뀌고, 당신들 기쁨과 웃음은 진정한 고통으로 변할 것입니다.”

참수형을 받는 순간에도 그는 “땅을 보면서 죽는 것보다 하늘을 보면서 죽는 것이 더 낫다” 하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칼을 받았다.

■ 복자 윤유일 바오로

“예수를 모독하느니 천 번 만 번 죽을 각오”

복자 윤유오(야고보) 형이면서 복자 윤점혜(아가타), 윤운혜(루치아) 사촌오빠인 복자 윤유일(바오로)은 초기 교회 밀사이며 성직자 영입 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주문모 신부를 인도한 죄로 1795년 6월 28일 체포돼 그날로 옥중에서 참수돼 순교했다. 구베아 주교는 복자 최인길(마티아), 지황(사바)과 함께 순교한 윤유일의 굳건한 신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재판관들이 십자가에 못 박힌 자를 공경하는지 질문하자 그들은 용감하게 그렇다고 대답하였습니다. 또 그리스도를 저주하고 모독하라고 하자, 그들은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다면서 참된 하느님이시며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모독하느니 차라리 천 번 만 번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단호하게 대답하였습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n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