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덕원 순교자 38위와 근현대 신앙 증인 81위 시복 예비심사 마무리 단계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0-09-01 수정일 2020-09-01 발행일 2020-09-06 제 3210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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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순교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기도와 관심 절실한 시기

올해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보내면서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아빠스와 동료 37위(이하 덕원 순교자 38위)와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이하 근현대 신앙의 증인 81위) 시복시성을 위한 교회 관심과 기도가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덕원 순교자 38위를 비롯해 근현대 신앙의 증인 81위 중 신재순(아우구스티노)을 제외한 하느님의 종은 모두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순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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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들에 대한 시복 예비심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시점이어서 교회와 신자들이 시복을 위해 노력하고 열기를 모아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근현대 신앙의 증인 81위 시복 청원인 류한영 신부(청주 사천동본당 주임)는 “한국전쟁 순교자들을 널리 알리고 그분들 전구 체험을 얻는 것이 중요하며 시복을 위해 꾸준히 기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순교자 행적과 증언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81위 약전을 발행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근현대 순교자에 대한 시복시성운동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은 올해 그 의미가 각별하다. 한국전쟁은 이념 갈등으로 갈라지고 피로 물든 역사지만, 그 안에서 희생된 순교자들은 이념이나 민족을 떠나 신앙을 위해 목숨을 희생함으로써 사랑과 화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시복시성 담당 이성근 신부(대구 대명본당 주임)도 “덕원 순교자 활동은 한국교회사뿐 아니라 함경도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근대사에서도 아주 분명한 족적으로 남아 있다”며 “그분들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은 교회와 우리나라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업적을 기리는 일이며, 동시에 한국교회 위상과 역할,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확인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시복 예비심사가 마무리되더라도 교황청 시성성에 전 세계 각지에서 시복시성 조서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신자들의 기도와 현양은 조속한 시복을 위해서 중요한 활동이다. 124위 복자의 경우도 2009년 시성성에 조서가 전달됐지만, 한국교회의 순교자현양 열기에 힘입어 불과 5년 만인 2014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시복식이 서울 광화문에서 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근현대 순교자가 조선시대 순교자들에 비해 신자들 사이에 인지도가 낮고, 「한국 천주교 성지 순례」에 실린 성지 167곳 중에도 근현대 순교자와 관련된 성지는 10곳이 채 안 되는 데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 근현대 순교자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이 약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 신부는 “근현대 순교자들과 관련된 사적지들이 난개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교회사적지로서 기억할 필요는 있다”며 “많은 분들이 시복시성기도를 바치는 한편으로 순교자들이 살아간 역사인 교회사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대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은 지난해 12월 덕원 순교자 38위에 대한 예비심사 조서를 시성성에 제출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도 근현대 신앙의 증인 81위에 대한 예비심사 조서를 시성성에 제출하기 위한 영문 번역작업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번역을 마치고 내년 하반기에 시복 예비심사 종료회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종료회기 후에는 시성성에 조서를 전달하게 된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