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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신앙 건강검진을 받는다면? / 박창희

박창희(베드로),(제2대리구 분당구미동본당)
입력일 2020-08-11 수정일 2020-08-11 발행일 2020-08-16 제 320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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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최근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는데,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그동안 잦은 음주와 운동 부족으로 건강이 서서히 나빠져 왔는데, 아직 젊으니까 건강하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결국 약을 처방받고 운동으로 체중을 줄일 것을 권유받았습니다. 잠시 충격에 휩싸였지만, 가만히 내 몸을 바라보니 배도 볼록 나오고 이곳저곳 근육도 많이 빠진 모습입니다.

그런데 문득 ‘신앙 건강검진’이라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신체에 대한 건강검진처럼 정기적으로 내 신앙에 대한 건강검진을 받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신앙생활을 오래하면 오래할수록 자연스럽게 영적으로 성장해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익숙해지는 신앙생활로 성장이 멈춘 신자도 있고, 성숙해지는 신앙생활로 성장하는 신자도 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성당에 오래 나오면 성장한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성숙해진 것인지 익숙해진 것인지를 잘 분별해야 합니다. 평생 성당을 다녔으나 예수 그리스도의 옷자락만 만지는 정도의 신자인지, 성당에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을 딱 붙잡은 신자인지를 말이지요. 결국 신앙의 건강 상태는 반드시 성당에 나왔던 기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숙한 신앙인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익숙함을 성숙함으로 착각하는 데서 벗어나야 하겠습니다.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마태 19,30)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저는 이번 건강검진을 계기로 그동안의 생활 태도를 반성하며 다이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근육량이 같이 빠지지 않도록 근력운동을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엉덩이, 넓적다리 등 하체 근육이 많이 빠지므로 근육을 길러야 합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신앙의 성숙을 위해서는 먼저 겸손해질 수 있도록 자신을 내려놓고 욕심과 이기심을 비워내는 영적 다이어트가 필요하며, 이와 동시에 인생 여정에서 예수님을 따라나서기 위해서는 영적 근육도 발달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날마다 주님께 간청합시다. ‘저와 함께 계시는 사랑하는 주님, 저에게 힘을 주소서.’

바쁜 일상을 살아야 하는 현대인이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건강한 신앙생활을 찾기 위해서는 인내와 수고가 필요합니다. 정신없이 쫓기듯 살아가는 세상의 한복판에 서서 끊임없이 하느님께 귀를 기울이고, 쉬지 않고 이웃을 위해 기도하며, 복음 묵상과 영적 독서를 통해 회개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예수님의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노력한다면 욕심과 이기심이 줄어들고 영적 근육이 생기면서 신앙적으로 건강해진 자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박창희(베드로),(제2대리구 분당구미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