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서 주님 얼굴 발견해야”

입력일 2020-07-14 수정일 2020-07-14 발행일 2020-07-19 제 320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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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페두사 방문 7주년 기념미사 주례하며 강조

지중해 리비아 해안에서 고무보트에 탄 난민들이 지난 6월 말 독일의 난민구조선 시워치 3호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7월 8일 자신의 람페두사 사목방문 7주년 기념미사를 주례하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난민들을 구할 방법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CNS

【바티칸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난민의 구금 생활에 대해 비난하면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이들을 도울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7월 8일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 사목방문 7주년 기념미사를 주례하고, 그리스도인은 굶주린 사람, 아픈 사람, 감옥에 갇힌 사람, 외국인에게서 항상 주님의 얼굴을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예수는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오늘날 그리스도인은 일상생활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서 그리스도를 찾으려 노력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2013년 7월 8일 첫 사목방문으로 유럽에서 새 삶을 찾는 난민의 주요 도착지인 람페두사 섬을 찾았다. 교황의 람페두사 사목방문 7주년 기념미사는 교황이 거주하고 있는 성녀 마르타의 집 경당에서 봉헌됐다.

2014년 이래 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다 물에 빠져 숨진 난민만 1만9000명이 넘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사목방문 때 난민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화환을 바닷물에 띄워 보내기도 했다.

교황은 이날 기념미사 강론에서 강제 수용소를 뜻하는 독일어 ‘라거’(lager)와 흡사한 리비아의 구금시설에서 끔찍한 학대와 폭행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기억했다. 또 람페두사 방문 시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교황이 람페두사 섬을 방문했을 때 한 난민이 자기 언어로 많은 얘기를 했다. 하지만 교황은 통역사가 간단하게 몇 마디로 통역해 이상하게 생각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한 에티오피아 여성이 나중에 교황에게 통역사가 그 난민이 겪은 고문과 고통에 대해 얘기한 것의 4분의 1도 통역하지 않았다고 귀띔해줬다.

교황은 “이런 일은 오늘도 리비아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말하고, “구금 시설에서 살아가는 지옥 같은 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이 끔찍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희망 하나만 갖고 바다를 건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라면서, “항상 하느님의 얼굴을 찾는 것만이 그리스도인이 주님을 향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교황은 “주님의 얼굴을 찾으려 노력할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길에 하느님이 데려다 놓은 가난한 이, 병자, 버림받은 이, 외국인의 얼굴에서 주님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이런 만남이야말로 우리에게는 구원과 은총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