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팬데믹의 고민 / 박영호 기자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0-06-09 수정일 2020-06-09 발행일 2020-06-14 제 319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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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유행) 이후의 신앙실천, 신앙과 신앙인, 교회의 변화에 대한 담론이 시작됐다. 우리신학연구소의 설문조사는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시기의 신자들과 신앙생활의 변화 추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실증적 자료를 제시했다. 대체로, 상식적 차원에서 가능한 추정들을 조사결과로 충실하게 드러냈다.

어설픈 분석을 바탕으로 요지를 살펴보면, 코로나19가 종교, 교회에 가져온 영향들과 그에 대한 대안의 모색이 큰 딜레마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가 이미 익숙해져 있는 기존의 전통적인 신앙과 신앙생활, 신앙인의 범주가 크게 도전 받고 있다는 것이 하나이고, 그 도전에 응답해야 하는 해법의 방향성이 크게 두 가지로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화해서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점점 더 주일미사에 의무적으로 참례하고자 하는 의식이 약화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사, 성체성사의 중요성에 대한 집중적인 신자 재교육이다.

다른 하나는, 물론 그것들이 교리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배제하지는 않으나, 팬데믹이 강제하는 앞으로의 추세와 신자들의 인식 변화를 고려할 때 신앙 생활의 무게 중심을 전례와 성사, 성당으로부터, 개인과 가정의 일상 삶으로 획기적으로 옮겨 줘야 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 해법은 얼핏 딜레마를 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례와 성사, 성당과 교회 울타리 안을 중심으로 한 신앙 의식의 강화는 문명과 시대의 변화를 간과하기 쉽다. 반면, 과도하게 일상을 강조하는 일은 성당과 전례, 성사의 가치를 폐기하려는 듯 보이기 쉽다.

쉽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교리와 신학의 영역에서 이에 대한 고민과 담론이 치열하게 이뤄져야 할 것 같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