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우리는 평범한 이웃입니다] (하) 장애인 친화적 본당 만들기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05-04 수정일 2020-05-06 발행일 2020-05-10 제 3194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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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도 ‘베리어 프리’ 이뤄지길 바라며…
좁은 고해소나 계단 비롯해 휠체어 진입 어려운 성전 등 편의 시설 부족한 경우 많아 세심한 사목적 배려 제공해야

장애인은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동일한 ‘신앙인’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모범에 따라야 할 우리 교회는 여전히 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제40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김성훈 신부)와 함께 3회에 걸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교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연재한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가 7년 전 장애인의 날을 맞아 발표한 권고문에는 “교회가 앞장서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위한 편의 증진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위원회는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배려’를 제목으로 한 권고문에서 “교회가 장애인과 노약자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로 주님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성당 내 편의 시설 부족으로 불편함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지체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너무나 좁은 고해소부터 계단으로만 이어진 성전 입구, 창고처럼 변한 장애인화장실,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는 장애인화장실까지….

응답 중에는 특히 휠체어 탄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답변이 많았다. 휠체어나 지팡이 등을 이용하는 장애인과 노약자의 경우, 이동을 위해서는 실제 휠체어 폭 외에도 여유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교구 본당 내 장애인 사목에 모범을 보여 주고 있는 서울 등촌3동본당(주임 주수욱 신부)은 최근 제대로 된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었다. 기존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었지만,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구조로 설계돼 있었다. 이를 알게 된 주수욱 신부는 소변기 2개와 양변기 1개를 제거 해 휠체어 탄 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을 개조했다.

앞서 서울 대방동본당에서 발달장애인 미사를 개설하는 등 우리 사회의 가난한 이들을 돌봐 온 주 신부는 장애인들을 위해 ‘회개하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 신부는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해야 한다”며 “가난한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지원과 배려, 부의 분배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교회는 언행일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가 발표한 ‘장애인들의 신앙생활을 위한, 본당의 사목적 배려’를 제목으로 한 사목제안서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 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특히 본당 사정상 구조를 바꾸기 어려울 경우 대안을 마련해 장애인의 불편함을 최소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유 주교는 신체 장애인들이 휠체어, 목발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통로, 고해실 등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또 장애인 주차 공간 확보는 물론, 시각 장애인 안내견 출입 시 주의 사항 등도 담았다. 아울러 본당 내 ‘제대로 된 장애인 화장실’을 마련할 것도 상세히 요청했다.

지체장애인 조용호(요한 에우데스·59)씨는 “장애인들도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한 형제자매”라며 “지체장애인, 특히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적 배려가 있다면 서로가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미사를 봉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년 전 필리핀의 한 본당에 간 적이 있는데, 본당에 계단이 없고 휠체어가 즐비하게 구비돼 있어 부러웠다”며 “이런 배려는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과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라고 강조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교회복지활동지원담당 김태환(가브리엘)씨는 “본당 미사에 참례하는 장애인 신자 비율이 장애인 신자 수에 비해 훨씬 낮다”며 “환경적인 장벽을 없애주는 것이 장애를 가진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도울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