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사랑과 연대의 부활 대축일 / 박영호 기자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0-04-13 수정일 2020-04-14 발행일 2020-04-19 제 3191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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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초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집에서 TV로 참례했다. 매년 본당에서 주임 신부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례했지만, 올해에는 유튜브에서 중계하는 미사를 선택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청했다. 함께 모여 웃고 떠들며 주님의 부활을 경축해야 할 날에, 집에 갇혀 지내는 모습은 사실 슬프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로마 시간으로 12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신자들 없이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주례했다. 물론 우리는 이처럼 홀로 드리는 부활 대축일 미사를 바라보면서,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가장 쓸쓸한 부활절이라고 슬퍼할 수도 있다.

그런데, 미사가 모두 끝난 후 주례 신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답답하게 생활하는 신자들의 마음을 풀어 주려는 듯, 온 몸으로 큰 하트를, 손가락으로 작은 하트를 그리며 “사랑합니다”라고 외쳐 줬다. 너무도 앙증맞은 주례 신부의 몸짓에 모두는 ‘빵’ 터졌고, 다음 순간 “그래 우리는 주님 안에 한 형제”라는 각성과 함께 ‘평화의 인사’를 다시 한 번 나눴다. 그리고 비록 물리적으로 한 장소에서 미사에 참례하지는 못했지만, 같은 날 같은 마음으로, 똑같은 주님 부활을 경축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형제애를 느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극적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환자가 되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경제가 무너져 실업자가 급증하고 생계가 걱정인 이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 사랑을 나누고 서로 돌보고 배려해 줄 것임을 안다.

주님께서 부활하셨다. 교황은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모든 이들이 자기 중심적인 생각을 버리고 서로 협력해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그분 말씀대로 ‘무관심’은 우리의 단어가 아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