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선천성 안면열 안고 태어난 이준희(미카엘)군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4-07 수정일 2020-04-08 발행일 2020-04-12 제 3190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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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런 치료보다 마음 상처 더 힘들어
입·귀·코·눈 안쪽까지 갈라져 어른도 참기 힘든 수술 거쳐
어머니 혼자 거액 치료비 감당
미술공부하며 세상과 소통 준비

입부터 귀, 코, 눈 안쪽까지 갈라진 선천성 안면열을 안고 태어난 이준희(미카엘)군 얼굴을 어머니 김현숙(헬레나)씨가 어루만져 주고 있다.

“제가 길을 걸어가면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저를 쳐다봅니다. 학생들은 대놓고 수군거리기도 하죠.”

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이준희(미카엘·16·서울 번동본당)군은 입부터 귀, 코, 눈 안쪽까지 갈라진 선천성 안면열을 안고 태어났다.

이군의 어머니 김현숙(헬레나·45)씨는 이군이 태어나자마자 성형외과, 안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등을 다니며 치료에 전념했다. 김씨 자신도 둘째인 이군을 낳으면서 피가 멈추지 않아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이군의 얼굴을 보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입술 수술을 받았고 18개월 때는 구개열 수술을 받았다. 4살 때는 눈 밑에 뼈를 넣기 위해 살을 늘리는 작업을 했다. 볼을 부풀려 늘어난 피부를 눈 밑으로 떼어 붙이는 과정을 겪었다. 볼을 늘리기 위해서는 귀 옆에 풍선 같은 것을 넣어 수액을 주입해야 한다. 건장한 어른도 버티기 힘든 과정이다. 이군은 지금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참 끔찍했다고 회상한다.

고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군의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해 자신과 가족의 처지를 비관하며 술에 의지했다. 그러다 아버지는 이군이 세 살 되던 해 합병증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이 모든 상황은 오롯이 김씨 혼자 짊어졌다.

버티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김씨는 이군과 대학교 입학을 앞둔 이군의 형을 보면서 다시 일어선다. 하지만 가족을 향한 김씨의 사랑과 희망만으로 현실의 벽을 넘기에는 버거운 상황이다. 김씨는 마트에서 일하며 받는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이군의 치료는 대부분 성형외과에서 받기 때문에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5000만 원 정도의 부채를 지고 있다.

현재도 이군의 치료는 계속되고 있다. 눈 양쪽 시력 차이가 너무 커 의사도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지금 상태를 유지만 해도 성공이라고 한다. 치아에도 뼈가 없기 때문에 갈비뼈를 빼서 삽입 수술을 했다. 뼈가 흡수되면 발음이 부정확하기 때문에 언어치료도 병행한다. 지금은 치아골격을 만드는 과정에 전념하고 있다. 귀에도 환기관 삽입술을 했다. 향후 예상 수술비는 2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김씨는 “너무 힘들 때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어 불 꺼진 성당에 그냥 가만히 앉아 있곤 하는데, 그러면 힘이 생긴다. 그렇게 다시 일어나 일상을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겉으로 보이는 아픔보다 더 큰 상처가 있다. 일그러진 외모로 인한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입은 마음의 상처다. 잘못한 것도 없이 숨기에 바빴다. 그렇게 유년 시절을 보낸 이군은 미술에 흥미가 생기면서 점차 세상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이군은 “미술을 할 때면 행복하고 집중이 된다”며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해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이군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고생한 어머니와 함께 꼭 큰 집에서 살고 싶다”고 밝혔다. 김씨 역시 오랫동안 세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았는데, 아이들도 컸으니 각자의 방을 갖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내 건강이 언제까지 허락될지 모르겠지만,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어떻게든 버텨보겠다”고 다짐했다.

※성금계좌※

농협 351-0979-8455-43

예금주 한국소아난치병사랑나눔 사회적협동조합

모금기간: 2020년 4월 8일(수)~5월 5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54-282-3900 한국소아난치병사랑나눔 사회적협동조합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