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문이 닫힌 지 3주째, 외출을 삼가고 집에만 있는 나는 바깥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밖은 혼란스러운데 안은 고요하기만 하다. 이마저도 감사히 여겨야 한다고 마음먹지만, 외딴 섬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려니, 마음도 멀어졌다. 실제로 한 달 남짓이건만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게 까마득히 옛날 같다. 언제 그런 적이 있었나, 할 만치.
다행히 지난주부터 교구에서 유튜브로 미사를 방영했다. 주일 아침 집을 청소하고 남편과 나란히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얼굴 익숙한 주교님을 뵈니 너무 반가워 굳었던 얼굴이 절로 풀렸다. 말씀과 강론을 그렇게 열심히 귀 기울여 들은 게 얼마 만인지 모른다. 비록 성체를 영하지 못해도 보는 것만으로 큰 위로를 얻었다. 우리는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함께’라는 걸 깨달았다.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는 14일간 자가 격리 중이었다. “어찌나 너희들이 보고 싶은지.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란 걸 몰랐어.” 우린 마스크 쓴 얼굴을 셀카로 찍어 주고받았다. 코로나 인증샷, 이라며. 그동안 늘 문자로만 안부를 주고받다가 전화로 친구 목소리를 들으니 즐겁고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나도 너희들이 보고 싶어. 요즈음은 하루가 무척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길어 보이는 시간도 결국 매 하루로 이루어지니까. 두꺼워 덮어두었던 책을 다시 펼치고, 짬짬이 인적 드문 곳을 찾아 산책 한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 돌아보기도 하면서. 내년 이맘때쯤 우리는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음⋯ 그때 굉장히 힘들었지. 하지만 이겨냈어!” 하지 않을까. 푸른 새벽 묵주를 든다. 고통받는 이들과 그들을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을 위해. 기도를 마치자 하얗게 아침이 찾아왔다. 늘 그렇듯이. ■ 가톨릭신문 명예기자들이 삶과 신앙 속에서 얻은 묵상거리를 독자들과 나눕니다.윤선경(수산나)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