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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집] 그리스도인의 사랑 나눔… 재난 속에 더욱 빛났다

공동취재팀
입력일 2020-03-17 수정일 2020-03-24 발행일 2020-03-22 제 3187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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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으로 국내 분위기는 위축됐지만 그리스도인의 따듯한 사랑 나눔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나눔의 현장을 소개한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손병선 회장이 3월 12일 서울 후암동 일대 쪽방촌에서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 취약계층 위한 나눔의 발걸음

교회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생계에 직격탄을 맞은 소외된 이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손병선, 담당 조성풍 신부, 이하 서울평협)는 3월 12일 서울 후암동 쪽방촌에서 도시락 배달 봉사에 나섰다.

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위원장 허근 신부)가 운영하고 있는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이 코로나19로 도시락 제작 및 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서울평협은 이날 도시락 400개와 마스크 300개, 손세정제 등을 지원했다.

손병선(아우구스티노)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과 서울평협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15명은 이날 후암동과 동자동 일대 쪽방촌을 찾아다니며 직접 도시락을 배달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거동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으로 바깥출입조차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도시락을 건네받고는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

손 회장은 “밝은 모습으로 작은 성의를 받아 주시는 주민들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다”면서 “이번 봉사를 계기로 체계적이고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무섭다고 무기력하게 움츠리기보다 앞장서서 용기 있게 봉사에 투신하는 신앙인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사랑평화의집 김남훈 소장은 “코로나19로 봉사자의 발길이 끊겨 도시락 배달은 물론 도시락 제작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소외된 주민들이 한 끼라도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서울평협은 같은 날 서울 돈의동 쪽방촌을 찾아 구호기금 200만 원과 손세정제, 마스크 등을 전달했다.

■ 소외계층 위한 도움의 손길

주변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후원도 이어지고 있다. 마산교구 사회복지국(국장 최훈 신부)은 익명의 신자가 보낸 후원금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내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대상은 교구 내에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지역아동센터와 공동생활가정, 본당 등의 아동과 청소년들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신자는 지난 3월 2일 교구 사회복지국으로 7000만 원의 후원금을 보내 왔다.

마산교구장 배기현 주교는 “아름다운 그리스도인에게 감사드리며 이러한 나눔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과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사제단도 작은 정성을 전달했다. (재)바보의나눔(이사장 손희송 주교)은 지난 12일 ‘서울대교구 사제단 봉헌운동’으로 적립한 기금 3700만 원을 고통 받는 대구·경북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전달한다고 밝혔다.

기부금은 청도군정신건강복지센터,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부,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으로 전달해, 상대적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정신장애인 및 정신질환자, 소아암 환아, 미등록 체류자나 난민신청자 등 이주민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 사제단 봉헌운동’은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사목방문을 계기로 교구 사목국 사제들이 주축이 돼 2015년 12월부터 (재)바보의나눔을 통해 모금을 시작했다. 적립된 기금은 사제단의 요청에 따라 (재)바보의나눔을 통해 소외된 이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또 가톨릭언론인들의 모임인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CJPA, 회장 김후호정), 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시그니스(SIGNIS, 회장 김승월)와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회장 고계연)는 3월 6~12일 코로나19 성금 모금을 실시해 총 550만 원의 성금을 모았다. 세 단체는 대구대교구 코로나19 피해 후원 계좌로 450만 원, 같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형편이 열악한 안동교구 관리국 계좌로 100만 원을 송금했다.

한편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병원장 박태철)은 지역사회 감염 대비를 위해 최근 4개 지방자치단체(의정부,양주,포천,동두천)에 마스크 6만 개, 손소독제 900개를 기부했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은 3월 5일 의정부시에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전달했다. 전달식 후 안병용 의정부시장(왼쪽 다섯 번째)과 박태철 병원장(안 시장 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홍보팀 제공

■ 마스크 제작하는 사랑의 손길

온 국민이 마스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마스크를 직접 제작해 나눔을 이어가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부산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와 살레시오회 수녀들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손수 만든 마스크 1000장을 3월 16일 부산교구청에 전달했다. 부산교구는 수녀들이 기부한 마스크를 오순절 평화의 마을, 김해 이주 노동자, 울산 중장기 청소년 쉼터, 김해 성바오로 배움터, 부산 성체 공부방, 부산 엠마오의 집으로 보냈다.

대전시 탄방동 협동조합 마음정원영성센터(대표 김혜원, 이하 센터)는 면 마스크 300장을 제작해 3월 13일 탄방동 주민센터에 전달했다. 센터 직원과 봉사자 등 10여 명은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마스크가 부족해 힘들어하는 취약계층 주민들을 위해 면 마스크를 만들었다.

센터 대표 김혜원(요세피나·55)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생긴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배려와 연대가 필요하다”며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 대한 작은 정성을 모으고자 마스크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마리아 사업회(포콜라레 운동)도 마스크 제작에 동참하고 있다. 마리아 사업회 18~30세 회원들로 구성된 ‘2젠’(Gen, 포콜라레 운동 2세대라는 뜻) 대구 회원 약 60명은 2월 29일부터 각자 집에서 친환경 면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다.

제작한 마스크는 경북 구미시와 논의를 거쳐 도움이 필요한 지역의 소외계층과 아동센터 등에 보냈다.

아울러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회장 이봉문 신부, 이하 사회복지회)는 취약계층을 위한 ‘면 마스크 만들기 나눔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회복지회는 3월 13일자로 교구 내 각 본당에 공문을 보내 이같은 내용의 긴급공지를 전하고 각 본당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이봉문 신부는 공문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모두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특히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무엇보다 큰 상황”이라며 “사순 시기 희생과 나눔 실천으로 이웃의 아픔에 함께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전시 탄방동 협동조합 마음정원영성센터 직원들과 봉사자들이 3월 12일 취약계층 주민들을 위해 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부산교구 총대리 권지호 신부(가운데)와 사무처장 조영만 신부(맨 오른쪽)가 3월 16일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와 살레시오회 수녀들이 직접 제작한 마스크를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교구 전산홍보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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