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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소공동체 인식조사 보고서 결과는?

방준식 기자
입력일 2020-02-11 수정일 2020-02-12 발행일 2020-02-16 제 3182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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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 교구 도입 20년 넘었는데, 사목 활성화는 ‘아직’
친교 공동체 실현과 지역 복음화 위해 시행
사제들, 소공동체 효과에 대체로 부정 의견
이와 달리 평신도는 ‘신앙생활에 도움’ 평가
“본당 현실 고려한 소공동체 모델 제시 필요”

교회 모든 구성원이 능동적으로 복음화 사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소공동체’ 사목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대구대교구 교구사목연구소 ‘오늘’(소장 박강희 신부, 이하 교구사목연구소)이 내놓은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평신도들이 소공동체를 통해 신앙적으로 긍정적인 도움을 받는 것은 사실임에도 20여 년 전 도입 단계에서부터 의사소통이 부족했고 지금까지 별다른 인식개선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현실은 특정 교구만의 문제점은 아니어서, 사제들의 관심과 함께 소공동체 사목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구사목연구소는 2월 6일 「대구대교구 소공동체 어제와 오늘 - 소공동체 사목 인식조사 중심으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교구사목연구소가 지난 2018년 10월부터 2019년 4월까지 ▲대구대교구 사제 201명 ▲소공동체 사목을 하고 있는 교구 4개 본당 신자 671명 ▲평신도사도직 사목을 하고 있는 교구 4개 본당 신자 829명 등 총 17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제와 평신도 모두 소공동체 사목 시행과정에서 교구 구성원 간 의사소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5점 척도(1~5점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긍정적)로 구성된 설문에서 사제들은 소공동체 사목을 시행하는 과정에 대한 질문 중 ‘충분한 논의와 의사소통이 이뤄졌다’는 문항에 가장 낮은 점수인 평균 1.97점을 부여해 부정적이었다. 평신도 역시 가장 낮은 점수인 2.88점을 매겼다.

특히 소공동체 시행이유와 목적에 대한 질문에서 사제들은 소공동체 시행의 중요한 이유인 ‘교구 모든 구성원들의 친교 공동체 실현’(2.76점), ‘교구와 지역사회 복음화와 공동체성 회복’(2.72점)에 낮은 점수를 부여해 소공동체 시행이유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공동체의 사목 현실에 대해서도 사제들은 2.5점을 부여해 부정적이었다. 특히 주임신부들(2.39점)이 보좌신부(2.67점), 특수사목신부(2.55점)와 비교해 소공동체 사목 현실을 가장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사제들은 전반적으로 본당 공동체를 활성화하는데 소공동체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반면 평신도들의 경우 사제들과 달리 소공동체 또는 평신도사도직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신앙생활에 긍정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점으로는 ‘본당 공동체의 소속감과 유대감 형성’(3.97점), ‘신앙생활 성숙’(3.92점), 교회의 삶에 더욱 능동적인 참여‘(3.87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소공동체 사목의 미래에 대해 사제들은 ‘20여 년간의 결과를 보아 소공동체 사목을 더 이상 교구 중심 사목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3.17점)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그럼에도 소공동체 사목이 계속될 경우 ‘본당 현실을 고려한 다양한 사목 모델 제시가 필요하다’(2000년 이후 서품 사제 4.21점, 1999년 이전 서품 사제 3.66점)는 항목에 점수가 높아 교구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요구하는 의견이 많았다.

대조적으로 평신도들은 소공동체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소공동체는 교구 사목의 비전이므로 교구장과 교구가 지속적으로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4.07점), ‘소공동체는 교회의 본질을 살고자 하는 것이므로 교구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3.9점)는 의견을 내놨다. 또 소공동체 사목 활성화 방안에 대해 ‘소공동체를 하는 본당에는 소공동체에 관심 있고 잘 아는 사제가 파견돼야 한다’(4.18점), ‘소공동체에 대한 사목자의 태도와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3.99점)는 항목에 점수가 높았다. 평신도들이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교구와 사제들의 인식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교구사목연구소장 박강희 신부는 “사제들의 인식 개선과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조사 결과 나타난 것”이라며 “구성원 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현실적이고 다양하면서도 유연한 소공동체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