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55. 청년들에게 희망을! - 역지사지, 포용과 격려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입력일 2020-01-28 수정일 2020-01-28 발행일 2020-02-02 제 3180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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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추린 사회교리」 62항
인간존엄 가치 회복돼야 청년 문제 해결도 가능
청년 위한 공약 내세운 정치권 
청년들에 대한 존중감 토대로 다각적으로 청년 문제 조명해야
사회적 불신 인식 개선도 시급

“나, 지금까지 진짜로 열심히 살았거든, 의대 입학하면서부터 지금까지 하루 4시간 이상 자본 적 없고, 남들 다 밥 먹고 똥 싸러 갈 때도 변비 걸려가면서 도서관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열공에 열공. 지금까지 흘린 코피만 1리터는 될 걸? 그렇게 죽자 살자 차석졸업에 CS(Chest Surgery 흉부외과)보드도 탑 3에 들었는데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것도 이런 시골병원에 쫓겨 와서 의사 때려 치라는 소리나 들어야겠니. 억울해, 의사가운 하나 걸쳐보겠다고 꼴아 박은 내 청춘이 억울하고, 죽어라 노력하고 고생한 나, 다 억울해!”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 2회 중 2년차 전문의 차은재의 외침)

■ 당신의 청년 시절은요?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가 인기행진 중입니다. 작품 중 청년의사들은 현재 청년들의 애환을 실감나게 담아냅니다. 학자금 대출을 갚으려 애쓰고, 불의한 현실을 고발하며, 현실 앞에 절망하기도 합니다. 여주인공 차은재는 독한 노력에도 실수와 좌절을 하기도 합니다. 주인공들은 노력과 도전, 갈등과 방황, 성장을 경험한 우리의 청년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강의에 늦을까봐 책가방을 들고 뛰고, 밤새 코피를 쏟으며 공부를 하고, 고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또한 가장이 돼 동생들을 책임져야만 하고, 먼 외국에서도 꿈과 희망을 간직하던 아련했던 청년 시절의 추억을 말입니다. 그런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만 그것이 견뎌내야만 하고 좌절될 수밖에 없는 것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너무 힘들 것입니다.

취업난, 경제적, 사회적 압박 등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젊은이들을 뜻하는 N포세대는 청년들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신조어라 할 수 있다.

■ 가중되는 사회적 불신과 불안

4ㆍ15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청년 영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한 ‘청년기초자산제도’, ‘청년 신도시’ 등 청년공약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청년을 위한 청년의 정치’라고 포장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청년 영입으로 승부하기보다, 청년들을 진심으로 존중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역량을 키우고 입지를 확대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이 청년 문제와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 좋은 길입니까? 정책과 제도를 더 빛나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바로 사회적 인식 개선입니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V)’는 현재 한국사회의 사회갈등과 불안이 심하다고 분석합니다. 사회가 불평등하며, 높은 지위를 위해 부패할 수밖에 없고, 계층이동이 취약하고, 사회적 신뢰도가 낮다는 인식이 높으며 이를 해결할 새로운 대안이 절실하다고 합니다. 청년 문제 개선도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단순히 정책적인 접근만이 아닌 인간존엄의 가치 복원을 통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회통합을 향한 포용과 이해, 공감의 실천이라는 복음적 가르침이 핵심을 이룹니다.

■ 포용과 공감, 이해의 문화 절실

첨예한 논란과 추상적인 정치공방, 여전한 민생의 어려움에 많은 사람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사회는 갈등과 불신, 배척과 대립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해결의 본질적 실마리는 바로 마음의 변화입니다. 모두가 관심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도와야 합니다. 어른들은 청년들을 도와 주고, 청년은 어른들을 공경해야 합니다. 서로 포용하고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 절실하며 이는 위정자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역할이고 특별히 종교인에게 더 요청됩니다.

행정과 사업, 조직에 매몰된 익명의 관리자로서의 종교인, 성직자가 아니라, 이웃을 돌보고 어려운 이들에게 먼저 사랑을 실천하는 성직자여야 합니다. 헤르만 헤세가 일찍이 이야기했던 “피할 수 없는 운명도 어느 한 궁극적인 최고의 것이 아니라는 것과, 연약하고 불안에 휩싸여 있는 억눌린 인간의 영혼들이 그것을 극복하고 이길 수 있음에 대한 깨달음”은 인간의 위대함과 희망을 묘사합니다.(「젊은 날의 초상」 중) 이는 오늘날 우리 시대로 하여금 사랑이라는 궁극적 가치로의 회귀만이 어려움과 불신을 극복하는 지혜이자 길임을 알게 합니다.

“교회는 사회 교리로 복음을 선포하고 사회관계의 복잡한 구조 안에 복음을 현존시키고자 한다. 이는 사회 안에서 복음 선포의 대상인 인간에게 다가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복음으로 사회 자체를 풍요롭고 충만하게 하는 문제이다.”(「간추린 사회교리」 62항)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