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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평화 구축을 통한 안정 / 이원영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9-08-27 수정일 2019-08-27 발행일 2019-09-01 제 316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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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2일, 우리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선언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협상이 이뤄졌지만, 체결 직전 국내 반발을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밀실협정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체결됐다. 이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간의 협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입각한 한미일 군사협력의 일환이다.

미국은 냉전시기 소련에 대한 봉쇄 전략으로 동북아시아에서 한미동맹, 미일동맹의 수평적 관계를 의미하는 ‘부채살’(hub-and-spoke) 방식으로 동북아 국제질서를 편재했다. 그렇지만 탈냉전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일본 중심의 동북아 국제질서로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미일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주춧돌’(cornerstone)”이고, 한미동맹은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안보를 위한 ‘핵심축’(lynch pin)”이라고 지칭했다. 인도-태평양의 한 부분으로서 동북아시아라는 의미라면, 결국 이러한 질서에서 한미동맹은 미일동맹의 하위 개념으로 기능하게 된다. 즉 극단적으로 해석하자면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한국은 미국뿐만 아니라 미일동맹의 형식을 띤 일본의 지휘 하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질서를 우리가 수용할 수 있을까? 과연 이러한 질서가 동북아 평화에 도움이 되고,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는 직접적으로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으로부터 촉발된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북아 국제질서 재편의 판을 흔드는 문제가 된다. 강대국들은 동북아 국제질서의 안정을 힘을 통한 안정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 구축 속에서의 안정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기는 어려운 현실에서 ‘평화 구축을 통한 안정’이 주요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우리의 현실에서 국익에 가장 부합한 방향이 아닐까? 북한 역시 주변 강대국들의 군사적 협력의 현실을 수용하면서 ‘평화 구축을 통안 안정’을 위해 남북 협력의 길로 나오는 것이 진정 자신들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 길은 한 번도 가지 않았던 두려운 길이다. 그러나 “너희가 바빌론에서 일흔 해를 다 채우면 내가 너희를 찾아, 너희를 이곳에 다시 데려오리라는 은혜로운 나의 약속을 너희에게 이루어 주겠다… 그것은 평화를 위한 계획이지 재앙을 위한 계획이 아니므로, 나는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고자 한다”(예레 29,10-11)라는 성경 말씀을 믿자. 한국전쟁 발발 70년이 되는 내년까지 평화를 구축하는 길에 매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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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