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이라크 아르빌대교구장 바슈와르 와르다 대주교… 소수 종교 차별 방지 위한 조치 요청

입력일 2019-08-12 수정일 2019-08-14 발행일 2019-08-18 제 315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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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폭력으로 이라크 그리스도인 소멸 위기”
“폭력에 대한 악순환 용인해 1400년 동안 박해 받아와”
이슬람 자체 위기 지적하며 칼리프 제도의 재정비 강조

이라크 와르다 대주교.

【워싱턴 CNS】 이슬람이 모든 사람은 근본적으로 평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소수 종교인을 이라크에서 내몰려는 종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이라크 그리스도인은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라크 칼데아 가톨릭교회 아르빌대교구장 바슈와르 와르다 대주교는 IS가 이라크 북부 니네베 평원의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습격한 지 5주년이 되는 8월 6일 교황청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 이하 ACN)와의 인터뷰에서 “진실은 이슬람 자체에 근본적인 위기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위기를 이슬람 스스로 인식하지도 대처하지도 못한다면 중동 시민사회의 미래는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와르다 대주교는 IS의 폭력은 “이슬람이 다수인 국가뿐만 아니라 전세계에도 충격적”이었다고 말하고, “이제 문제는 이슬람의 샤리아(이슬람 율법)가 민법의 기본이 되고 삶의 거의 모든 양상이 종교화된 정치적 지향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라크에서 IS가 패퇴하는 동안에도 “칼리프 제도를 재설정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칼리프 제도를 통해 비무슬림에 대한 모든 의도적인 차별과 불평등이 역사적으로 정립되므로, 중동 국가의 지도자들은 칼리프 제도를 재설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칼리프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후계자를 가리키는 용어로, 칼리프 제도는 정교분리를 인정하지 않고 이슬람법으로 국민들을 통치하는 통합체제다.

IS가 2014년 8월 니네베 평원을 습격했을 때 12만5000명 이상의 그리스도인이 14세기 동안 터전으로 삼았던 고향을 떠나 이라크 남쪽,아르빌로 달아났다. ACN에 따르면, 약 4만 명의 그리스도인이 니네베 평원으로 되돌아와 삶의 터전을 재건하고 있다. 나머지 8만5000명은 아르빌에 머물거나 이라크를 떠났다.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전쟁 시작 전에는 이라크에는 최대 150만 명의 그리스도인이 살았으나, 현재는 25만 명만 남아있다.

와르다 대주교는 “그리스도인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면서 이제는 소멸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고, “그리스도인에 대한 폭력의 악순환을 용인한 종교로 인해 1400년 동안 꾸준히, 지속적으로 그리스도인이 제거돼 왔다”고 강조했다.

와르다 대주교는 세계에 이라크에서 죄없는 그리스도인과 다른 소수종교인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끝내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고, “국제사회는 우리가 소멸의 위기에서 더 이상 조용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언젠가 우리가 소멸되고 나면 모두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증거와 사명을 수행하면서 충분히 진실을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