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목적은 대학 입학? 신앙·인성 가르쳐야 합니다 하느님과 학생, 교회와 학교 이어주는 가톨릭 교육 필요 우리나라는 입시에만 ‘초점’ 하느님 가르치는 교육 필요 개인 특성 고려한 가르침으로 사회생활 할 수 있게 이끌어야 행복한 삶 도와주는 가톨릭 교육 균형 잡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일학교 참여는 ‘의지’가 중요 사회 전반적 분위기·방향도 영향
- 진행: 박지순 취재1팀장
- 일시: 6월 20일 오후 5시30분 - 장소: 가톨릭신문사 서울 본사 교육정책은 한 사회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을 ‘100년지 대계’라고 말하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교육과정과 입시제도는 숱하게 변천해 왔고 현재는 대입시에서 수시 비중이 70%를 훌쩍 넘기고 있다. 여러 시도 끝에 나온 수시 제도는 교과 성적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학생들의 적성과 특기를 살려 대입 기회를 폭넓게 부여한다는 본래 취지를 십분 살리지 못한 채 여러 병폐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입시에 대한 부담이 주일학교 출석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톨릭적 시각을 견지하며 현 교육정책과 대입시 실상을 살펴보기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박지순 취재1팀장(이하 박 팀장):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세상 모든 이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맺고 있는 ‘교육’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가톨릭적 시각에서 교육이 갖는 독특한 의미나 지향점은 무엇이라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김홍주 신부(이하 김 신부): 동성고등학교는 학교 목표가 있습니다. 진리와 사랑입니다. 저는 교육을 진리와 사랑의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가톨릭적 교육과 관련해 동성고는 ‘천 개의 색깔을 지닌 천 개의 꿈터’라는 구호를 갖고 있습니다. 모든 학생들 각각의 개성을 살리자는 취지입니다. 학교를 라틴어로 ‘알마 마테르’(Alma Mater)라고 부릅니다. 가톨릭적인 용어로서 ‘자비로우신 어머니’라는 뜻입니다. 이처럼 학교는 학생들이 조금 실수해도 어머니 품처럼 품어 줘서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을 잘 살려서 사회에 나가 꿈을 펼칠 수 있게끔 보듬는 교육이 가톨릭적인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태선 교사(베드로·이하 최 교사): 현재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면서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변화의 주체가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교육도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정보통신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이를 다루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에 학교 교육도 인성을 바탕으로 해야 됩니다. 특히 가톨릭적 교육은 이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하느님과 나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신앙교육과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하느님과 학생, 교회와 학교를 잇는 연결고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강미 학부모(마리아·이하 김 학부모): 인간은 자기 스스로 교육할 수 있도록 타고난 존재이면서 동시에 외부로부터도 교육 받습니다. 즉 선천적인 힘과 외부로부터의 영향이 잘 조화를 이뤄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졌을 때 참된 교육이 됩니다. 이와 같이 균형 있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기본 교육이 가톨릭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왕종현 학생(스테파노·이하 왕 학생): 교육은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행복하게 살도록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 생활을 통해 행복한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는 좋은 대학교에 갈 수 있도록만 도와주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박 팀장: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대입시에 초점이 모아집니다. 현행 교육과정과 대입시 제도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점수를 줄 수 있다고 평가하십니까. ▲김 신부: 저는 20여 년 전에 대학을 다녔습니다. 그때는 6차 교육과정이었고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세대였습니다. 수시 비율은 낮았습니다. 따라서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현재 교육과정은 ‘공교육 정상화’ 측면에서는 평균은 주고 싶습니다. 문제는 현행 입시제도 안에서 무리하게 모든 내신 시험 성적을 잘 관리해야 하는 부담감이 생겼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지혜롭게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긍정적으로 봅니다. ▲왕 학생: 현재 30~40대 어른들은 대부분 수능을 봤지만 현재는 수시 비중이 높습니다. 한 번의 시험으로 대입이 결정 나는 수능보다 수시 제도에서 여러 번 시험을 평가 받는 것이 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점수를 매기자면 저도 평균 정도 주고 싶습니다. ▲최 교사: 현행 교육과정은 지나치게 입시위주입니다. 저는 긍정적인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학생들을 끊임없이 부추기고 있습니다. 변화무쌍한 이 시대에 교육이 근본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김 학부모: 저 역시 현행 교육과정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없습니다. 지금은 수시 중심이고 내년부터는 정시를 늘려가는 방침이 정해졌습니다. 계속해서 바뀌는 교육 정책에 부모와 학생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아이가 세 명이고 지금 막내가 고3인데 교육방침이 세 명 모두 달랐습니다. 제도 자체는 좋은 것이고 다듬어 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희망하지만, 실행에 옮겨지는 측면에 있어서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 팀장: 시대를 불문하고 초미의 관심사인 대입시와 관련해 구체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2019년도 대입의 수시모집 비중은 76.2%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수시모집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부모의 경제력이나 정보력에 좌우되는 결과를 낳는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대입을 준비하는 교육 현장에서 학종은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적 견해를 어느 정도 체감하고 계신지요? ▲최 교사: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사실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학종은 정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모의 영향이 큰 게 사실입니다. 최 상위권은 영향을 거의 받지 않지만 그 밑에 학생들은 정보력 싸움입니다. 설명회를 다니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학부모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김 신부: 저는 현재 학교에서 종교학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시험을 출제하지 않는 과목입니다. 분위기를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기는 하지만 담임이 아니기 때문에 담임선생님들께 물어 봤습니다. 실제로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학생 성적도 상당히 많은 부분 좌우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동성고등학교는 가톨릭계 학교입니다. 교장선생님의 교육방침이 각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품어주자는 방향으로 가고, 선생님들도 동의하며 따라주기 때문에 지나치게 성적 중심으로 과열되지 않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가톨릭적인 학교 전통이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김 학부모: 아이들은 매우 바쁩니다. 입학하자마자 어느 대학, 어느 과에 들어갈지 정해져야 거기에 맞게 생활기록부를 맞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입학하면서 꿈을 정하는 아이들은 매우 드뭅니다. 문제는 반 배치고사부터 중간고사를 치르면서 대부분 시작부터 실망하고 좌절합니다. 그때부터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공부입니다. 학생은 무작정 공부를 하고 나머지를 부모가 대신 하는 것입니다. 부모의 정보력이 중요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없는 부모들은 학생들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금수저 전형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극단적인 내용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집단들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왕 학생: 학생들은 적성을 생각하기보다 어느 쪽으로 가야 돈을 많이 벌고 전망이 좋은지 따집니다. 현실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오래 버틸 수 있는 직업을 먼저 생각합니다. 학종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대비를 해 놓았고 고등학교 1학년 생활기록부만 봐도 비교적 두껍습니다. 동아리를 선택할 때도 적성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교사가 학종을 길게 써 준다고 하면 대입에 유리하기 때문에 그 동아리로 몰립니다. 학종은 학생들이 하기 나름인 측면도 있어서 부모가 부자여야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금수저 전형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n사진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