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우리 본당 주보성인] 성 임치백 요셉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9-01-15 수정일 2019-01-15 발행일 2019-01-20 제 312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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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에서 세례받고 망설임없이 순교
오전동본당의 주보성인
흔들림 없는 신앙의 표본

오전동성당에 있는 ‘성 임치백 요셉’ 그림.

제2대리구 오전동성당. 성당 입구에 들어서서 오른쪽에 있는 계단을 오르면 강렬한 인상을 주는 유화 한 폭이 걸려있다.

유화에는 한복을 입고 상투를 튼 남성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묵주를 쥔 모습이 담겼다. 그림 속 공간은 짙은 어둠 속이었지만, 하늘을 바라보는 남성의 굳은 표정에는 환한 빛이 담겼다. 남성의 머리 뒤에 그려진 후광으로 이 인물이 성인임을 알 수 있다.

2011년 조영규(레오나르도) 작가가 그린 이 작품은 바로 오전동본당의 주보성인인 임치백(요셉) 성인을 표현한 그림이다.

성인은 본래부터 열심한 신앙인은 아니었다. 성인은 1803년 서울의 한 비신자 집안에서 태어나 1830년경에 처음으로 천주교를 알게 됐다. 그는 천주교에 호감을 가지기는 했지만, 입교하지는 않았다. 다만 곤경에 처한 신자들을 집에 데려다 생활하고, 신자들을 돕기 위해 스스로 포졸이 되는 등 신자들을 보호하고자 노력했다.

그 무렵 성인의 아들 임성룡이 김대건 신부와 함께 체포됐다. 중국 선박과 접촉하려는 김 신부에게 임성룡이 배를 빌려줬기 때문이다. 성인은 아들을 만나기 위해 자신이 ‘천주학쟁이’라고 거짓 고백을 하고 옥에 들어갔다. 서울로 압송된 성인은 김 신부를 만났는데 그의 용덕에 감동을 받은 성인은 “나도 오늘부터 천주교를 믿겠다”고 외치고 교리를 배워 옥중에서 세례를 받았다.

이전부터 성인과 친했던 포졸들은 성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배교시키려 갖은 방법을 사용했다. 배교의 말 한마디만 하면 내보내고자 가족을 앞세워 회유하는 등 갖은 방법을 사용했지만, 성인은 흔들림 없이 신앙을 고백했다.

형리는 “신음소리 한 번이라도 낸다면 배교한 것으로 보겠다”고 하며 주리를 틀고 대꼬챙이로 성인의 몸을 찔렀지만 성인은 단 한 번의 신음소리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덧 성인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다는 소문이 돌자 성인은 오히려 기뻐했다. 그러나 포도대장은 성인에게 석방을 강요했다. 포도대장이 성인에게 “천주 십계명을 외워보라”고 말했지만, 성인이 아직 십계명을 다 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도대장은 “십계도 못외우면서 어떻게 천국에 갈 수 있느냐”며 “천국에 가려면 다른 신자들처럼 유식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배교하고 옥을 나가라고 설득했다.

이에 성인은 “저는 비록 무식하지만 천주께서 나의 아버지이신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만하면 족한 것”이라면서 순교하기를 희망했다. 화가 난 포도대장이 더욱 가혹하게 고문했지만, 여전히 성인은 신음소리도 내지 않았다. 마침내 매를 쳐서 사람을 죽이는 장살(杖殺)형이 내려졌고, 1846년 43세의 나이로 순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