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깨달았네, 모든 것이 그분께 달려있음을 대전교구 70주년·평신도희년 산티아고 100㎞ 도보 순례 하느님 안에서 나를 돌아보며 절제와 겸손 배우며 걷는 길
‘뻬레그리노’(Peregrino). 1189년 알렉산더 3세 교황(재위 1159~1181)이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성 야고보 사도의 유해가 있는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이하 산티아고)를 성스러운 도시로 선포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기 위해 걸었다. 바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Route of Santiago de Compostela, 일명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이하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여기를 걷는 이들은 ‘뻬레그리노’로 불렸다. 스페인어로 ‘순례자’라는 뜻이다. 기자도 뻬레그리노가 돼 대전가톨릭평화방송(사장 백현 신부)이 마련한 ‘산티아고 100㎞ 도보 성지순례’에 동행했다. 대전교구 설정 70주년과 평신도 희년을 맞아 추진된 특별 기획 순례다. 10월 22일부터 11월 3일까지 진행된 순례에는 28명이 참여해 사리아(Sarria)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구간까지 110여㎞를 걸었다. 2회에 걸쳐 취재 동행기를 싣는다.
■ 나를 내려놓는 길 산티아고까지의 순례길에는 여러 경로가 있다. 프랑스 국경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떠나는 ‘프랑스 길’(Camino Frances), 스페인 남부 세비아에서 출발하는 ‘은의 길’(Via de la Plata), 이베리아반도 북쪽 해안을 따라가는 ‘북쪽 길’(Camino del Norte),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하는 ‘포르투갈 길’(Camino Portuguese) 등이다. 그 중 프랑스 길이 가장 유명하다. 9세기까지 유일한 순례길이었던 면에서 신앙적으로도 유서가 깊다. 대전가톨릭평화방송 순례단이 걸은 구간도 이 프랑스 길 중에 있다. 이 길 전체는 800여㎞에 이르지만 최소한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간 여건이 되지 않는 이들은 중간부터 걷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순례단은 부모와 함께 온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에서부터 칠순 기념으로 참여한 어르신, 또 개신교 신자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저마다의 동기는 달랐지만, 순례길을 통해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하느님 안에서 나를 돌아보자’는 의지는 같았다. 스페인 도착 후에는 몬세랏, 사라고사, 로욜라, 부르고스 지역을 순례하며 순례자의 자세를 가다듬었다. 10월 25일 순례 하루 전, 순례단은 레온에서 순례자 증명서(Credential del Peregrino)를 발급받았다. 순례자 증명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들에게 필수다. 순례자 숙소를 이용하거나 식당에서 순례자 메뉴를 이용하는 데 필요하다. 또 방문하는 지역마다 도장을 받도록 돼 있어 종착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입성 전 100㎞ 이상 걸었다는 표시가 된다. 이 증명서를 통해 순례 마지막에 완주 증명서가 발급된다. 자전거로는 200㎞ 이상을 이동해야 한다. 아무 구간이나 100㎞를 걸어서는 안 되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마지막 구간을 순례해야 한다. 최소한 100㎞는 걸어야 순례를 증명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스페인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