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1만 일간 ‘부부대화’ 한 인천교구 ME 박교양·김현희씨 부부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10-30 수정일 2018-10-30 발행일 2018-11-04 제 3118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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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은 함께 노력해가는 과정…대화 통해 하느님 현존 느껴요”

인천교구 ME 박교양(왼쪽)·김현희씨 부부는 “대화를 할 때마다 하느님과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제 배우자 예쁜 모니카예요.”

결혼 37년 차 박교양(요한·인천 가정동본당)씨는 아내 김현희(모니카)씨를 ‘예쁜 모니카’라고 소개한다. 신앙 안에서 ‘부부대화’를 28년, 총 1만 일 동안 매일 이어가고 있는 이들 부부는 ME(Marriage Encounter) 주말을 다녀온 후로 부부 관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교구 ME에서 1만 일 동안 대화를 지속한 부부는 이들이 유일하다.

가장 큰 변화는 서로를 세례명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매일 배우자의 사랑스러운 점을 쓰고 공유했다. 부부는 서로의 칭찬에 힘을 얻고, 새로운 삶의 원동력을 얻었다. 상대방의 칭찬에 미움도 누그러지고, 분노도 가라앉아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김씨는 “부부가 결혼해서 오래 같이 살다보면 그냥 정붙여 사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ME주말을 다녀온 뒤로, 죽을 때까지 사랑을 키워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하고 나서 남편이 저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대화를 하면서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도 얼마나 사랑받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됐다”며 “부부 관계가 좋아지자, 세상을 향해서도 당당해졌다”고 덧붙였다.

꾸준한 대화는 경제적 어려움이 찾아온 순간에도 부부에게 큰 힘이 됐다. 남편의 사업이 잘못돼 일자리도 잃고, 집도 잃은 적이 있지만 김씨는 단 한 번도 불행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그 날 그 날의 대화로 치유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부부의 힘은 친밀함과 일치 안에서 나온다”며 “그 힘은 성령과 함께하는 데서 온다”고 설명했다.

부부가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한 이유는 당시 ME 지도신부가 “100일 동안 매일 대화를 하면 자녀들을 위해 평생 기도를 해주겠다”고 한 말 때문이었다. 부부는 100일을 목표로 매일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나’ 중심에서 ‘배우자’ 중심으로 관계가 돌아섰다.

그러자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도 “어떻게 그럴 수 있어?”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박씨는 “예전에는 답답한 사람이 먼저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는데, 서로의 서운함을 솔직하게 공유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이제야 비로소 가톨릭에서 말하는 혼인성사를 제대로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온전한 하나와 하나가 만나 둘이 됐다는 것이다. 부부는 “대화를 할 때마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며 “서로에 대한 책임감은 물론, 서로 사랑하면서 하느님 나라의 모습을 전파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들 부부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고, 가톨릭 세례를 받은 부부들도 적지 않다.

박씨는 “배우자를 통해 하느님을 볼 수 있도록 대화에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혼인은 하나의 여정”이라고 말했다.

“혼인을 함으로써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듯, 혼인은 서로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생각하고, 노력해가는 과정이에요. 부부가 함께 계속 그 길을 꾸준히 갔으면 좋겠습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