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라하마에서 파생된 명사 밀하마는 ‘전쟁’이란 뜻이다. 밀하마는 작은 ‘전투’와 큰 ‘전쟁’을 모두 지칭하는데 쓰이며, 다양한 표현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앞에서 ‘클리’가 ‘그릇’ 또는 ‘도구’임을 보았다. 그러므로 “밀하마의 클리”는 “전쟁 무기”란 뜻이고(시편 76,4), “밀하마의 사람”은 “전사”란 뜻이다.(여호 17,1; 판관 20,17; 1사무 16,19)
■ 전쟁과 빵
이렇게 전쟁과 빵의 히브리어 형태가 비슷하기 때문에, 탈출기를 히브리어 원문으로 읽으면 독특한 성찰로 빠져든다. 탈출기의 첫 장면을 보자. 히브리 백성이 불어나자 이집트인들은 “밀하마(전쟁)라도 일어나면, 그들은 우리 원수들 편에 붙어 우리에게 맞서 라하마하다가(싸우다) 이 땅에서 떠나가 버릴 것”을 두려워한다.(탈출 1,10) 하지만 결국 주님께서 백성을 위하여 라하마(싸워)해주셨고(탈출 14,14), 바다를 가르는 기적의 현장에서 모세는 “주님은 밀하마의 사람(전쟁의 용사) 그 이름 주님이시다”(탈출 15,3)고 노래한다. 히브리 후손들은 이 사건을 기념하여 “정해진 때에 이레 동안 누룩 없는 레헴(빵)을 먹어야 한다.”(탈출 23,15; 12,8.15 등) 모세는 누룩 없는 레헴(빵)이란 고난의 레헴(빵)임을 밝혔다.(신명 16,3) 원문으로 읽는 탈출기는 라하마와 밀하마와 레헴이 교차하는 책이다.
만군(萬軍)의 주님은 백성을 위해 싸워주시면서 동시에 백성을 살리시는 분이시다. 이집트 탈출을 생각하며 참된 군인의 길을 묵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