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서울대교구 구요비 보좌주교 서품] 이모저모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n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n
입력일 2017-08-22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17-08-27 제 3059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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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영성 실천하는 목자” 교회 안팎에 기쁨과 환호

8월 17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구요비 보좌주교 서품식. 염수정 추기경 등 한국 주교단이 장엄강복을 하고 있다.

“나를 따라라”(요한 21,19)

8월 17일, 구요비 신부가 사제서품 후 36년 만에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다시 엎드렸다. 서울대교구의 네 번째 보좌주교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 첫 한국인 사제 서품됐던 날

◎… 구요비 주교의 서품식이 열린 8월 17일은 한국인 첫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서품 기념일이다. 김대건 성인은 1845년 8월 17일 중국 상하이 진자샹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당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박해 시대의 고통과 시련, 고난을 주님께 맡기면서 서품을 받고 착한 목자로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나를 따라라’라는 말씀을 서품성구로 삼으신 새 주교님도 주님의 부르심에 따라 일생을 착한 목자로 살아가시기를 기도한다”면서 구 주교의 서품미사를 시작했다.

손희송 주교와 유경촌 주교가 서품식 증인을 섰고, 구 주교 신학교 동기생인 정구현 신부(서울대교구)와 배은하 신부(원주교구)가 복사로서 구 주교 곁을 지켰다.

■ 각계각층 축하 이어져

◎… 서울대교구 신자들은 주교품을 받는 구 주교를 위해 미사와 영성체 44만8751회, 묵주기도 183만9566단, 주교를 위한 기도 84만9596회, 화살기도 86만1339회, 9일기도 등의 영적 예물을 봉헌했다.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은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비서관을 통해 축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를 통해 “구요비 주교님께서는 청빈한 삶을 실천하며 소외된 이웃과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 오셨다”면서 “낮은 이들을 사랑하신 예수님의 행보를 따르시는 주교의 사목활동은 어둠과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빛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요비 주교의 권유로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30년째 활동 중인 환경운동연합 안정선(마리아·서울 녹번동본당) 지도위원은 “가난한 영성을 몸소 실천하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면서 “앞으로는 ‘성인 주교님’이 될 수 있도록 기도 많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국제적 축하의 물결

◎… 멀리 아프리카에서도 귀한 손님이 찾아와 구 주교의 서품을 축하했다. 부르키나파소 와가두구대교구장 필리프 우에드라오고(Philippe Ouedraogo) 추기경은 “오늘의 주인공이신 구요비 주교님이 주교직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축하했다. 휴가차 방한 중인 주 태국 교황대사 겸 주 미얀마 교황대사인 장인남 대주교도 서품식에 참례했으며, 베트남 호치민대교구 도만흥 주교도 함께 했다.

국제프라도사제회 전 총장 로베르 다비오 신부(Robert Daviaud)는 구 주교의 서품을 축하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날아왔다. 다비오 신부는 “구요비 주교님은 우리 프라도 가족 안에서 친형제와 같으신 분”이라면서 “깊은 영성을 지니고 신자들의 구체적인 삶에 관심을 보이시는 구 주교는 모든 사람들, 특별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기쁨을 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서품식의 숨은 공헌자들

◎… 서품식이 열린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는 오전부터 구 주교의 서품을 축하하기 위한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명동대성당에 들어가지 못한 신자들은 문화관 2층 꼬스트홀과 소성당, 성당 뒤편 성모동산에서 대형 화면으로 서품식을 지켜봤다. 손희송 주교와 유경촌 주교는 성당 바깥 뙤약볕 아래에서 미사 참례를 한 이들을 찾아 성체를 분배하기도 했다.

꼬스트홀 입구에서 안내 봉사를 맡은 성소후원회 3지구장 김숙경(엘리사벳·서울 불광동본당)씨는 “오전 10시부터 이곳에 와 30여 명의 후원회 지구장들과 봉사를 준비했다”면서 “우리 교구에 새로운 주교님이 탄생한 행복한 날이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가대로 서품식에 참례한 손정우(은수자 바오로·6학년·서울 문정2동본당) 신학생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세상에서 소외된 이, 상처받은 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에게 사제들이 힘이 되어주길 바라시는데, 주교님께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라고, 신학생으로서 주교님을 닮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서품식 뒤 프란치스코홀에서는 주교단과 서울대교구 사제평의회 위원, 동창신부, 가족 등이 모인 가운데 조촐한 축하연이 이어졌다. 구 주교는 이날 축하연에서도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신자들의 기념촬영 요청에 일일이 응대하고, 신자에게 다가가 함께 하는 목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구요비 주교가 제단 앞에 엎드려 주님께 봉사할 것을 다짐하며 성인호칭기도를 바치고 있다. 서울대교구주교좌명동대성당 제공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새로 서품된 구요비 주교와 포옹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가 구요비 주교 임명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구요비 주교가 서품식 후 신자들에게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구요비 주교 서품식에서 서울대교구 새 보좌주교 탄생을 기뻐하고 있는 신자들.

서품식에 미처 입장 못한 신자들이 성당 뒤편 성모동산에서 대형화면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서품식 후 축하연에서 장인남 대주교,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염수정 추기경, 구요비 주교, 필리프 우에드라오고 추기경, 김희중 대주교(왼쪽부터)가 축하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n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n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