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구요비 신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주교 임명 발표 후 이모저모

주정아·최용택·이승훈·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7-07-04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17-07-09 제 305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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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제들 대신 임명돼 미안” 눈물 흘려
 포이동본당 신자들, 밀랍초 선물하며 기도

6월 28일 오후 7시 주교 임명 발표. 이튿날부터 구요비 주교의 발걸음은 포이동성당에서 서울대교구청, 혜화동 주교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대성당, 주한교황대사관 등으로 분주하게 이어졌다. 임명부터 충성서약까지 구 주교의 일정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6월 28일 오후 7시, 포이동본당 주임 구요비 신부님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하셨습니다.”

6월 28일 서울 포이동성당을 깜짝 방문한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는 이날 저녁미사를 주례하면서, 신자들에게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손 주교의 말이 끝나자마자 신자들은 크게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손희송 주교는 “오늘은 포이동본당뿐만 아니라 서울대교구 전체가 기뻐해야 하는 날”이라면서 “아주 훌륭한 분과 함께 일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 주교에게 “하느님께서 도와주실 것이고, 무엇보다도 우리 신자들이 기도로서 응원할 것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꺼운 마음으로 주교직을 받아들여 수행하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미사 후 구 주교는 외부 손님 및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기 전, 가장 먼저 어린이들에게 둘러싸여 일일이 서명을 해주고 이들을 격려했다. 이날 구 주교를 둘러싼 어린이들은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본당 초등부 학생들이었다. 매일 미사가 끝날 때마다 구 주교는 이들의 미사참례표에 직접 서명을 해줬다.

정구철(아우구스티노) 사목회장은 “구 주교님은 동료 신부님들이 ‘성인 신부님’이라고 하실 정도로 늘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앞장서신 분”이라면서 “이렇게 훌륭하신 분이 주교로 임명돼 포이동본당 신자들을 대표해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여성총구역장 유병례(안나)씨는 “구 주교님은 항상 겸손으로 신자들을 대하고, 성체조배와 기도로서 신자들을 이끌었다”면서 “구 주교님 덕분에 포이동본당 공동체가 활성화됐는데, 이제 떠나시게 되어 아쉽다”고 전했다.

◎… 구 주교는 6월 29일, 주교 임명 뒤 첫 일정으로 서울대교구청에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했다. 염 추기경 예방에 앞서 구 주교는 명동 주교관 성당에서 잠시 기도하며 주님께 주교직 수행을 위한 은총을 구했다.

눈물부터 터져 나왔다. 구 주교는 교구청 신관 9층 추기경 집무실에서 염 추기경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젊고 유능한 사제들 대신 자신이 주교직의 소명을 받은 데 대한 미안함과, 자신을 주교 후보로 추천한 염 추기경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었다. 염 추기경은 구 주교를 얼싸안으며 “주교단이 함께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또한 염 추기경은 구 주교의 임명에 관해 “하느님께서 교구에 큰 선물을 주셨다”면서 “특별히 교구 사제들에게 가난한 사람들과 사는 프라도 사제회의 영성을 심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이어 구 주교는 서울대교구 주교단과 함께 혜화동 주교관을 찾아가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했다. 정 추기경은 “구 주교의 임명 소식에 주교관 사제들이 ‘소리 소문 없이 주교가 되셨다, 될 만한 분이 되셨다’라는 반응들을 보였다”면서, “구 주교는 하느님께서 임명하시고, 교구 사제단이 민심으로 뒤를 받치는 분으로 하느님의 보호 아래 행복하게 주교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구 주교는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대성당에 들어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 앞에서 침묵 중에 기도하며 성인의 전구를 빌었다.

◎… “우리는 주의 발자취를 이웃에서 보네~ 가난한 우리 위한 사랑 불태우심에서~”

7월 2일 구요비 주교 임명 후 처음 맞이한 주일미사 후, 서울 포이동성당엔 가톨릭성가 446번 ‘우리는 주의 사랑을’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성가는 정구철 사목회장의 제안으로 전 신자들이 합창했다. 정 회장은 신자들과 함께 마련한 주교 임명 축하식에서 “주교님을 대할 때마다 우리는 주교님을 통해 주님의 사랑을 느낀다”면서 “긴 축사 대신, 446번 성가 내용의 주인공이신 주교님을 생각하며 함께 축가를 부르겠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본당 신자들은 구요비 주교에게 특별한 초바구니도 선물했다. 향긋한 밀랍초와 장미로 꾸민 이 바구니는 항상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고 빛처럼 다가오시는 구 주교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것이라고.

◎… 구 주교는 7월 4일 오전 10시30분 교구장 염 추기경과 함께 주한교황대사관을 찾았다. 구 주교는 같은 날 제주교구 부교구장으로 임명된 문창우 주교와 함께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앞에서 주교로서 신앙을 고백하고 교회와 교리를 지킬 것을 다짐하며, 신앙선서문과 충성서약서에 서명했다. 구 주교는 “신앙선서와 충성서약을 통해 교회가 자비로운 어머님임을 느꼈다”면서 “이 세상에서 기쁘고 보람되게 고귀한 사명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구 주교의 충성서약을 지켜본 파딜랴 대주교는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교황님께서 한국교회에 정말 훌륭한 분을 선물로 주셨다”고 전했다.

6월 28일 주교 임명 발표 뒤,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서울 포이동본당 초등부 학생들이 구요비 주교를 둘러싸고 축하인사를 하고 있다.

주교 임명 발표 이튿날인 6월 29일 서울대교구청에서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한 구 주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 포이동본당 사제관에서 성경을 필사하고 있는 구 주교. 매일 성경 필사를 하며 말씀을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6월 29일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하기 위해 혜화동 주교관에 들어서고 있는 구 주교.

6월 29일 정 추기경을 예방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서울대교구 주교단. 왼쪽부터 유경촌·구요비 주교, 정진석·염수정 추기경, 손희송·정순택 주교.

7월 4일 오전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대사관을 찾은 구 주교가 충성서약 예식 중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주정아·최용택·이승훈·성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