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 쉼터] ‘1553개 그림’에 성경 말씀 담은 최수동 화백

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n사진 남승현
입력일 2017-02-21 수정일 2017-02-21 발행일 2017-02-26 제 3033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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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속하며 쓰고 그린  성경필사 노트는  제 소중한 보석입니다”

최수동 화백이 신·구약 성경을 필사하며 1553장에 달하는 성경 속 그림도 함께 그려 성경필사 노트를 완성했다.

‘성경필사 시작일 2011년 5월 30일, 2016년 6월 29일 14권 完 (바오로 영명축일)’

최수동(바오로·71·인천 가정동본당) 화백이 신·구약 전체를 필사하고 동시에 1553장에 달하는 성경 속 장면을 그린 기간이다.

최 화백의 작업실 문을 열자 수많은 미술 작품들과 한편에 놓인 이젤이 이곳을 화실로 사용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니 수십 점의 성화들이 눈길을 끌었다. 성화를 언제부터 그렸는지 물었다. 최 화백은 “언젠지 생각이 잘 안 나요”라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부터 많이 그렸다는 의미다.

최 화백은 서양화 전공 후, 1994년부터 현재까지 12번의 개인전을 연 노장 화가다. 인천교구 가톨릭미술가회 회원으로서 해마다 전시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성화는 노련하게 그리는 화가지만, 성경필사 노트에 그림을 남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술인 모임에서 만난 한 수녀님께서 성화를 그릴 때 성경필사도 함께해보길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최 화백이 책꽂이에서 노트 14권을 조심스럽게 꺼내왔다. 노트에는 또박또박 쓰인 성경말씀과 그 말씀에 따른 그림들이 펼쳐져 있었다. 노트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각 필사 노트는 예술작품을 담은 한 권의 그림책과도 같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최 화백의 ‘상상력’이다. 성경 속 시대, 예수님의 표정과 이스라엘 사람들이 입었던 옷, 임금이 사는 성(城) 등 갖가지 삶과 사람들의 모습들은 보지 않고 그렸다고 하기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생동감이 넘친다. 덕분에 최 화백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성경말씀이 머리와 가슴 속에 더욱 쉽게 쏙쏙 들어온다.

최 화백은 “자료가 부족해 상상력을 모두 쏟아 부어야 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또 노트 한 권을 채우는 데만 6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는 “처음엔 빨리 끝내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이왕이면 ‘하느님께 바치자’는 생각과 ‘보속하는 마음으로 하자’는 다짐을 했고, 그러다 보니 더욱 정성 들여 쓰게 됐다”고 말한다. 성경필사 노트 첫 권과 마지막 14번째 권을 비교해보니, 뒤로 갈수록 글씨는 더욱 또박또박해지고 그림에도 공들인 흔적이 보였다.

물에 젖은 성경필사 노트(왼쪽)와 같은 내용을 다시 쓴 노트(오른쪽)를 보여주고 있는 최 화백.

다시 최 화백이 두 권의 노트를 더 펼쳐보였다. 노트에 물이 쏟아져, 12번째 권과 14번째 권은 한 권씩 더 썼다고 설명한다. 오랜 시간 공들인 노트가 엉망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낙담할 만도 한데, 최 화백은 그저 “다시 하라는 하느님의 뜻으로 생각했다”라고 말한다.

현재 최 화백은 14권에 그려낸 작품 중 몇 개를 선정해 다시 유화로 그리는 중이다. 유화 작품들은 올해 말, 필사 노트 및 다른 성화들과 함께 전시할 예정이다.

최 화백은 셀 수 없이 다양한 작품을 남겨왔지만, 아직도 그리고 싶은 그림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하느님께서 주신 탈렌트를 살려서 계속 성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모두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면서 묵묵히 하려고 합니다.”

상상력을 더해 그린 성경 속 장면들.

성경필사 노트에 그린 작품을 다시 유화로 그리고 있다.

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n사진 남승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