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43) 취업에 의욕 없는 시동생 뒷바라지… 언제까지 해야 하나

김정택 신부(예수회·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rn
입력일 2016-06-07 수정일 2016-06-08 발행일 2016-06-12 제 2998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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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취업에 의욕 없는 시동생 뒷바라지… 언제까지 해야 하나

남편 앞에서는 태도가 달라지는 시동생 때문에 미칠 지경입니다. 이런 갈등은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저희 시동생은 나름 건실한 청년이었는데 실직을 하면서 저희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솔직히 가까이에서 보니 삶을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그런데 남편은 시동생 편만 들면서 꽤 많은 금전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최근 저희 가정생활에 큰 경제적 어려움이 생길 정도입니다. 친정이 어려울 때 남편이 도와준 것도 있고 해서 경제적인 면은 어떻게든 꾹 참아보려 하는데, 매일 게으르게 잠만 자고 친구들을 만나 놀던 시동생이 남편이 퇴근만 하면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취업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치솟습니다. 남편은 제 말을 믿지도 않고, 시동생을 박대한다고 생각하는 상황입니다. 대체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야 할지 모르겠고, 더 솔직히 말하면 제 아이들에게도 못 주는 그 돈이 아까워 속이 상합니다.

[답변] 시동생을 친동생처럼 여기고 대화하며 그의 내적 어려움 살펴야

남편 앞에서는 열심히 취업공부를 하는 듯이 행동하고, 실제로는 게으르고 잠만 자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시동생의 이중성 때문에 무척 힘이 드시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어려우시겠네요. 또한 남편은 내 말은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시동생만 감싸고 돌기 때문에 더 힘이 드실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우선 문제는 시동생이 정신을 좀 차리고 올바르게 행동해주면 많은 것이 해결되겠지요. 그러나 시동생의 행동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우선은 속이 상하는 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무엇이 내 안의 화의 근원인가요? 자기 아이에게도 못 주는 그 돈이 아까워 속이 상한다고 질문자가 이야기 했습니다. 물론 최근에 경제적 어려움이 생길 정도라니 더 속이 상하기도 하시겠지요.

그렇지만 상황을 한번 바꾸어놓고 생각해 봅시다. 만일 이 동생이 시동생이 아니라, 내 친동생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지요? 우선 질문자가 말했듯이, 나름 건강한 청년이었던 시동생이 실직을 하면서 함께 살게 되고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지요.

그렇다면 먼저 건실한 청년이었던 시동생이 그렇게 이중적으로 변화된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부터 알아보아야겠지요. 갑자기 실직자가 되어 방황하고 있는 시동생이 얼마나 큰 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번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먼저 내가 ‘새로운 시선’으로 시동생을 친동생처럼 대하게 된다면, 왜 공부를 안 하고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며 이중적인 행동을 하는지를 대화를 통해 이해하도록 해볼 수 있겠지요.

우선 실직한 젊은 청년이 내적으로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이해해주고, 그 아픈 마음을 누나처럼 어루만져주려 노력한다면, 시동생도 힘을 얻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무작정 경제적인 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시동생이 어디라도 취직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구체적인 방안을 남편과 함께 찾아보아야 하겠지요. 질문자가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이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는 길은 바로 질문자 자신이 변화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그래서 시동생을 내 친동생처럼 대할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이 변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런 나 자신의 변화도 쉽게 일어날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시동생에 대한 나의 태도를 바꿀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시동생을 친동생처럼 사랑의 마음으로 대해 나간다면 반드시 시동생의 태도가 바뀌고, 가정의 평화도 다시 찾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새로운 시선’을 지닐 수 있음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성령이 우리 마음에 가져오는 귀중한 선물이 이것입니다. 하느님의 생명 자체, 진짜 자녀로서의 생명, 신뢰관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서 누리는 자유와 신뢰심, 이런 생명은 타인, 가깝든 멀든 이웃들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줍니다. 타인을 언제나 예수님 안에서 형제자매로 보고, 존중하고 사랑할 형제자매로 보게 합니다. … 하느님은 모든 것을 새롭게 하고 계십니다. 성령은 우리를 참으로 변화시키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우리를 통해 변혁시키기 바라십니다.”(프란치스코 교황, 「가슴 속에서 우러나온 말들」 220~221쪽)

김정택 신부(예수회·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