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빵 (상)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5-08-12 수정일 2015-08-12 발행일 2015-08-16 제 2957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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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첼 특유의 매듭모양
기도하는 모습에서 유래
▼ 프레첼의 매듭모양은 ‘기도하는 모습’, 팔짱을 낀 기도자세에서 유래됐다. 출처 위키미디어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요한 6,51)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교회는 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인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빵 중에는 교회에서 유래하거나 교회의 이야기가 얽힌 빵도 많다.

특히 ‘프레첼(Pretzel)’은 교회와 인연이 깊다. 프레첼은 긴 반죽을 8자 모양으로 꼬아 구워낸 독일의 빵이다. 크고 작은 빵이나 과자 등 다양한 유형으로 제작되지만, 프레첼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특유의 매듭모양은 대부분 유사하다.

프레첼의 매듭모양은 ‘기도하는 모습’에서 유래한다. ‘기도하는 모습’이라 하면 흔히 손을 모으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프레첼의 모양은 팔짱을 낀 기도자세에서 착안한 것이다. 프레첼의 독일어인 브레첼(brezel)이란 말도 팔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브라키움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프레첼의 기원에 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전해 내려온다.

먼저 7세기경 수도원에서 어린이들에게 주던 빵에서 시작됐다는 설이다. 한 수도자가 기도나 성경구절을 잘 외우는 어린이에게 상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본떠 만든 빵을 준 것이 첫 프레첼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사순시기에 먹는 빵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사순시기 금육을 지키기 위해 고기 대신 빵을 먹던 신자들이 빵 모양을 기도하는 모습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느 설이든 프레첼이 기도하는 형상을 담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15세기경 독일에서는 프레첼이 신앙심과 행운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음식으로 여겨졌고, 어린이들이 프레첼을 목에 걸고 새해를 기념하는 풍습도 생겼다. 16세기에 이르러서는 사순시기 대표음식으로 자리 잡아 성 금요일에 프레첼을 먹는 관습이 이어지기도 했다. 아직도 독일 여러 지방에서는 새해를 맞아 먹는 ‘노이야스 브레첼(Neujahrs brezel)’이나 사순시기에 먹는 ‘파스튼 브레첼(Fastenbrezeln)’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