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건강하게 삽시다] 일등만 해야되는 여학생

입력일 2015-04-06 수정일 2015-04-06 발행일 1985-04-21 제 1452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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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무시한 전인교육부재가 낳은병

16세의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의 이야기이다. 학생의 호소는 기억력이 없어지고 남이 무슨말을 했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한다. 또 선생님이 교단에서 무슨말을 하는지 알수가 없으며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호소하였다. 여학생은 자신이 바보가 된것같고 모든 것이 끝장이다는 생각이 들며 이제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고 짜증을 부렸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지난 겨울방학때「과학영재교육」이란 특수교육을 실시하는데 이학생은 학교대표로 선출돼 학교의 명예를 걸고 공부를 하게된 후부터 기억력이 없고、 무슨말을 들었는지 알수없다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 학생은 국민학교때부터 항상 1등을 해왔고 중학교때도 전교에서 항상 1등을 해왔다고 한다. 부모님은 물론 학교에서도 이 학생을 모르는 선생님들이 없고 모든 학교일에서 이학생을 빼놓고는 학교행사를 해본일이 없다고 한다. 지금 현재도 전교학생회장 반장 일을 맡고 있으며 주위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는 학생이었다. 지난번 중간시험에서도 1등을 하여 주위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이 학생은 오락ㆍ체육활동등은 참여하기를 싫어하고 오로지 공부만 해온 과거력을 가지고 있었다. 책보는 것이 취미이고、그것이 자기 생활의 전부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되었으며 이제는 세상이 끝났다고 멍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애처로와 보였다. 옆에있는 어머니는 이 여학생을 대신하여 딸의 자랑을 끊임없이 늘어놓는데 치료자인 내가 그 어머니의 말을 차단해야만 되었다.

이 어머니 역시 활달하여 학교의 모든 일에 참여하고 있었고 학교의 후원회 일을 도와주고 있는 적극적인(?)어머니였다. 이학생은 부모님한테 미안하고 선생님한테 미안하여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였다. 앞으로 곧 시험이 있는데 공부가 되지 않아 꼴등을 할 것 같으니 불안하고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라고하며 자기자신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지었다.

이 학생의 어머니는 학생의 모든 일에 간여하여 공부하는 일 학교 일을 도와주고 이 학생과 하루생활을 같이 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이 여학생의 일기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다 죽어버려라! 다 죽고나면 나혼자 남을 것이 아니냐. 그러면 그 지긋지긋한 회장같은 것 안하고 평범하게 살면 되지않겠느냐!꼭 명예가 필요한 것이냐? 나는 내 자신이 밉다. 내가 놀고있는 동안 친구들은 나보다 한걸음 빠를텐데』이일기장의 내용이 이 여학생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회장도 싫고、 1등하는 것도 싫고、부담스럽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남보다 뒤떨어지는 것은 자기 스스로 용서할 수가 없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학교 교육의 문제다. 1등하고 회장、반장하는 학생에게 대한 선생님들의 칭찬、기대가 집중된다는 사실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모든 조건들에 적응할수 있는 적응력을 키워주지 못하는 반쪽 인간의 교육분위기이다. 단체활동、체육활동、예능할동을 전인교육의 부재가 염려되었다.

둘째는 부모님의 태도다. 자기자식은 반드시 1등을 해야하고 회장、반장을 해야만 부모가 만족하는 태도이다. 어머니에게 이 학생의 회장、반장역할을 포기하도록 권유했을 때、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태도가이 학생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것이 아닌가 싶다. 학생 스스로 모든 일을 하도록 맡겨져야만되는 상황인데도 어머니의 욕심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있는 설정이었다.

셋째는 이 학생 자신의 태도이다. 이 학생 자신도 이미 어머니처럼 1등을 해야되고、회장을 해야만되는 완벽주의자로 병들어가고 있었다. 이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심한 불안이 일어났던 것이다.

인간교육은 자율적인 성장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닌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질수는 없다. 자식이 부모의 욕구충족의 대상이될수 없는 것은 진리다.

최수호 <가톨릭의대 외래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