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천주가사 하느님을 노래하다] (11) 통회사

강영애 교수(데레사·한양대)
입력일 2015-02-10 수정일 2015-02-10 발행일 2015-02-15 제 293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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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체험 살려 참회의 노랫가락으로…

1931년 거창 출신 박제원 작사 작곡, ‘새벽종’ 잡지에 소개
그레고리오 성가와 유사… 충청 경상도에 널리 퍼져
악보 ‘통회사’.
‘통회사’는 1931년에 경상도 거창 출신인 박제원이 지은 천주가사이다. 박제원은 충남 강경 화산본당 창립 때 복사와 전교활동을 활발히 한 후, 대구교회 명도회 교리강사로 활동하였으며, 노년에는 화산본당으로 돌아가 ‘통회사’, ‘소경자탄가’, ‘사말추론가’, ‘전라도 전교약사’를 저술하였다고 한다.(김영수, 2000) 그는 천주교 교리를 바탕으로 개인적인 체험을 노래하였으며, 초기 천주가사 특징인 기법과 용어를 자주 사용하곤 하였다.

1958년에 간행된 ‘새벽종’이란 잡지에 작품이 소개되었으며, 작품 첫머리에는 창작동기가 있고, 말미에는 창작연대(1931년 신미년)가 쓰여 있다. ‘새벽종’은 충남 강경 화산(나바위)성당에서 등사본으로 간행된 잡지이다.

‘통회사’의 저작자 박제원은 경상도와 충청도에서 활동하였고, 그 노래는 박엄정에 의해 경상도 상주에서 불렸으며, 최필선에 의해 채록되었다. 이로 인해 ‘통회사’는 충청도와 경상도 지역에 널리 퍼진 노래임을 알 수 있다. 가창자 박엄정은 경남 상주 서문동 본당의 50주년 기념행사에서 ‘통회사’를 비롯하여 ‘문답권학가’, ‘사말추론가’ 등 3곡을 불렀음을 앞서 밝힌 바 있다.

‘통회사’는 4·4조 4음보 114구로 된 천주가사이며, 참회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주구령 제형자매 이문제를 살피시오 / 성경이나 성전에나 통회하라 훈계하고

고해때와 임종시에 통회하라 세성하고 / 많고많은 성인성녀 통회하라 권면하니

통회이짜 무엇인고 뜻을조금 알아볼까 / 앞을통자 뉘우칠회 합한말이 통회이나

무슨일에 아파하고 무슨사정 뉘우칠고 / 회죄직지 생각하니 죄지은것 통회니라

역사망에 살펴보니 총회가장 요긴하다 / 아담원조 범명후에 구백년을 통회하고

다위성왕 범죄후에 통회성영 많이짓고 / 배주하신 성베드루 야야계명 통회하고

대죄있는 막달레나 눈물흘려 냇물되고 / 그밖에도 많은죄인 통회로써 성인된다

통회모두 몇가지뇨 상등하등 두가지라 / 어찌하면 상등이며 어찌하면 하등인고

세속으로 비유하고 본성으로 말할진대 / 효자통회 상등이요 노복통회 하등이라

효자통회 무엇인고 인자본분 다함이라 / 부모에게 받은은혜 만분지일 갚아보자

…(후략)…

박제원이 지은 천주가사 ‘통회사’는 천주교 교리를 바탕으로 한 개인적 체험을 담고 있다.

‘통회사’의 악보는 마디와 박자표기가 없는 20단만 채록되었다. 주요 리듬은 우리말의 음절이나 발음을 따르지 않은 ♪♪♪♪의 균등박이다. 구성음은 미 솔 라 도의 4음인데, 그중 솔이 종지음이고, 라는 읊조리는 낭송음, 도와 미는 경과음이 된다. 라의 읊조리는 형태는 도와 미로 변화된 후, 솔로 종지하는 선율이 반복된다.

‘통회사’는 앞서 소개된 ‘문답권학가’와 같이 그레고리오 성가의 영향을 받아 우리 음절과는 다른 균등박을 사용하지만, 음조직은 정악의 특징을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전통음악의 특징은 5음이 기본이며 4음, 3음의 곡도 많아, 7음 중심의 서양음악과는 구별된다. 또한 서양음악과 같은 화성진행이 아니라 장단에 따른 단성선율로 되어있다. 이 단성선율을 살리는 것은 장단과 시김새(꾸밈음 및 장식음)인데, 우리말 가사가 아름답게 흐를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말의 첫음절에 강세가 실리는 우리말은 우리 장단과 잘 어울린다. 반면에 서양 음악에서 나타나는 못갖춘마디의 형태는 관사나 전치사가 있는 외국어 가사에 적합한 것이다. 종지형태도 서양의 음악은 강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음악은 대부분 약박으로 끝난다.

민요나 국악 성가에서 자주 쓰이는 중모리, 자진모리, 굿거리장단 등을 보면 ‘떵ⓛ’으로 시작된다. 떵은 오른손의 장구채와 왼손의 손바닥으로 동시에 장구를 치는 강박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곡은 강박으로 시작되고, 나머지 박은 장구채나 왼손으로 약하게 박자를 짚어주는 약박이 된다. 서양음악의 ‘강약약’이나 ‘강약 중강약’처럼 마디별로 강박이 들어가지 않고, ‘떵(강)기덕 쿵 더러러러 쿵 기덕 쿵 더러러러’처럼 장단별로 첫 박만 강박이 되는 것이다.

‘통회사’는 1931년에 박제원이 지었으며, 1958년 ‘새벽종’에 소개된 천주가사이다. 저작자, 가창자가 모두 경상도 지역 출신이지만, 그레고리오 성가와 유사한 리듬과 박자, 한국전통음악의 특징을 지닌 음조직, 신앙심이 바탕이 된 가사체가 혼합된 노래이다.

강영애 교수는 음악인류학 박사로, 한양대와 교회음악대학원 강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대전교구, 마산교구 가톨릭상장례봉사자교육 전문강사로도 활동중이다.

강영애 교수(데레사·한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