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에는 많은 신앙선조들이 살아가던 터전으로서, 박해시대부터 이어온 교우촌이 공소로 발전한 곳이 많다. 평택대리구 남양본당(주임 김보람 신부)의 안석공소도 교우촌의 기억을 이어오고 있는 신자들의 보금자리다.
■ 활초리 교우촌
안석공소의 옛 이름은 활초리공소다. 남양지역 교세통계표에 활초리공소가 등장하는 것은 1915년의 일이지만, 이 활초리 지역에 교우촌이 자리한 시기는 1866년 병인박해 무렵으로 보인다.
교통이 발달한 지금도 구불구불 시골길을 따라 올라가야하는 활초리 지역은 박해자들의 눈을 피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교우들의 피신처였다. 천연의 산과 숲으로 숨겨진 활초리 교우촌은 심지어 온 나라가 난리였던 한국전쟁 당시에도 전쟁의 화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에도 외부와 교류가 거의 없어 1984년 활초리를 방문한 최진식(사도요한·60)씨는 “1990년대에도 1950년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활초리 교우촌은 다른 많은 교우촌이 그랬듯 옹기그릇을 구워 생활을 이어나갔다. 마을 대부분의 신자들이 옹기를 구워 팔아가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지금은 옹기 가마가 남아있지 않지만, 불과 20여 년 전까지도 신자들이 옹기를 굽던 가마가 지역에 있었다. 안석공소 회장을 역임한 김근회(베드로·80)씨는 “한국전쟁까지도 활초리 신자들은 옹기를 만들어 생활을 이어나갔다”며 “지금도 밭을 갈면 옹기조각이 많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 안석(활초리)공소의 신자들
오랜 시간 교우촌으로 지내왔지만 활초리에 공소 건물이 처음 세워진 것은 1960년대초였다. 그 이전까지는 신자들의 집이나 초등학교 사택 등을 전전하며 공소예절을 해왔다. 경제적으로 열악했던 당시 활초리 신자들은 흙으로 벽돌을 만들어 나르고 냇가의 모래와 물로 시멘트를 개는 등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공소를 지었다.
송광면(베드로·86)씨는 “공소건물을 짓던 1960년대에는 총 27가구가 활초리에 살았다”면서 “대부분의 신자들이 무일푼으로 간신히 보리밥을 먹던 시절에 이 공소를 지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외부와 교류가 늘고 신자 수가 증가하면서 1984년에 새 공소를 지었다. 이름도 활초리공소에서 안석공소로 바꿨다. 이어 무송공소, 장덕공소, 신남공소 등이 지어져 남양본당 지역의 복음화에 큰 공헌을 해왔다.
신자들은 신앙선조들의 전통을 이어온 공소의 신앙생활이 지극히 신실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모든 신자들이 매주일 공소예절을 빠지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첨례표를 받아 매일 축일에 따라 기도를 했다. 또 험한 산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축일이면 본당이 있던 왕림까지 미사를 봉헌하러 다녔다.
박기영(바오로·77)씨는 “ ‘ㄱ’자도 모르던 할머니가 33상경(기도문)을 모두 외우셔 조·만과(아침·저녁기도)를 하셨다”면서 “성탄같은 큰 첨례(대축일)에는 눈을 헤치고 30리길을 걸어 왕림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고 당시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설명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통이 발달해 본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지자 공소에서 이어오던 공소예절을 그만하게 됐다. 안석공소 공동체는 이제 안석구역(구역장 이종림)으로 생활하고 있다.
■ 남양지역 공소들의 오늘
현재 남양지역의 모든 공소들은 본당으로 편입돼 공소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활초리 신자들의 오랜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안석공소는 ‘믿음의 안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교우촌 시절부터 오랫동안 친형제처럼 지내오던 안석구역 공동체는 안석공소를 중심으로 여전히 친교를 나누고 있다. 구역모임이나 기도모임을 이어오고 있을 뿐 아니라 구역의 대소사를 공소에서 함께 나눈다. 1984년 안양대리구 명학본당과 자매결연을 맺었을 때도 공소의 따뜻한 분위기에 감명을 받아 최진식씨의 가족이 활초리로 이사를 오기도 했다.
활초리 지역 신자들의 보금자리인 안석공소는 낡았지만 구역신자들이 바자회를 여는 등 성금을 모아 보수와 유지를 이어나가고 있다. 반면 활초·무송·장덕·신남공소는 안석공소보다도 훌륭한 공소 건물이 남아있지만, 지역 신자들의 노력만으로는 관리를 이어갈 수 없어 방치되는 안타까움도 함께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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