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회의 때마다 자주 흥분하고 화를 냅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입력일 2014-09-30 수정일 2014-09-30 발행일 2014-10-05 제 2913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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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 회의 때마다 자주 흥분하고 화를 냅니다

저는 30대 초반의 여성입니다. 저는 회의를 하면서 자주 흥분하고 화를 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의 때마다 제 의견을 지나칠 정도로 강하게 주장하고 반대 의견 앞에서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해 흥분하고 화를 냅니다. 이런 제 자신이 몹시 부끄럽다고 느끼면서도 자주 이런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런 성향으로 인해 성당에서도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동료 교사들이나 수녀님, 신부님과도 자주 마찰이 생깁니다. 신부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해보세요 : ‘자신’과 ‘자신의 의견’을 분리하세요

‘강한 자기주장, 감정 조절의 문제, 흥분, 화, 마찰, 수치심’. 이것은 자매님께서 들려주신 문제의 핵심 요소들이며 자매님의 삶 안에서 악순환을 만들고 있는 것들입니다. 혹시 여기에 ‘외로움’ 또는 ‘불행복감’은 포함되지 않으시는지요? 간혹 주변에서 ‘똑부러지는 말’을 하고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는 사람이 없고 본인 스스로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들을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매님의 경우처럼 이러한 습관은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자매님께서 다음의 두 측면들을 잘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자존심’의 측면이고, 둘째는 ‘자기중심성’의 측면입니다.

우선, 자존심의 측면입니다. 누군가로부터 자매님의 의견과 다른 의견이 제기되었을 때 그것이 자매님께는 어떻게 느껴지십니까? 혹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느껴지시는 경우가 자주 있으십니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을 일이나 사람, 소유물, 말이나 행동 등 다른 대상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감히 내 강아지를 건드렸어? 이건 나를 건드린거야!”하면서 화내거나 “나와의 약속을 잊었어? 이것은 분명히 나를 무시하는거야!”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대상들이 일부분 자신과 깊이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칠 경우에 발생합니다. 다른 대상과의 지나친 동일화는 ‘건강한 분리’라는 치료약이 필요하듯이, 자매님의 경우는 ‘자신과 자신의 의견 사이를 분리’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분리가 건강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회의는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인정받느냐 아니면 거부되느냐’의 자리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존재감이 상처받는다고 생각될 때 사람은 흥분하고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면 외적으로는 논리로 서로가 대립하지만 내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감정과 자존심의 싸움이 계속될 뿐입니다.

둘째는 ‘자기중심성’의 측면입니다. 오늘의 세상은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 성공한다”고들 말합니다. 그래서 저마다 어려서부터 ‘자기 주장능력’을 하나의 성공하는 습관처럼 여기며 그것을 지니기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기 주장만을 강조할 때 우리 삶에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건강한 자기주장과 건강하지 못한 자기주장을 구분하는 기준이 됩니다. 곧 타인에 대한 배려 속에서 자기의 주장이 나올 때 그것은 ‘건강한 것’이며 이는 화합과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의 때마다 자신이 말하는 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 속에서 나오는지 아니면 자기중심성에서 나오는 말인지를 성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자매님, 회의 시작에 앞서 짧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청하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회의 때에 침묵을 선택하기 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묻어 있는 의견을 표현하는 것과 타인의 의견을 집중해서 듣는 연습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하루의 성찰을 통해 “나의 의견이 얼마나 받아들여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배려했는가?”를 물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 속에서 이루어진 회의는 덕을 성장시키는 ‘수행의 시간’이며 훌륭한 ‘기도 시간’이 될 것입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로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