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함께 걷자 믿음의 길] (10) 메시아 사명

정리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4-02-04 수정일 2014-02-04 발행일 2014-02-09 제 288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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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께 ‘신뢰·순종’, 사람들에겐 ‘사랑·봉사’를 …
예수님의 메시아 축성은 그분의 신적 사명을 드러낸다. 이는 그분의 이름 자체가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라는 이름은 히브리어 ‘메시아’에서 유래하며, 그 뜻은 기름 부은이, 기름부음 받은이, 그리고 예수님께서 받으신 기름부음 그 자체까지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 구약시대의 ‘메시아’

구약시대에 기름을 바르는 행동은 주님의 영에 의해 하느님이 뽑은 사람을 지도적 지위에 취임시키는 의식이었다. 그래서 하느님의 구원사업을 이룩하기 위해 동원된 자들을 ‘도유된 자(메시아)’라고 했다. 누구보다 먼저 ‘왕’들이 도유돼 하느님 백성을 다스렸고, 나중에는 ‘예언자’도 가끔 도유됐으며, 바빌론 유배 이후에는, ‘사제’들에게도 확대됐다. 이처럼 첫 단계에서 메시아는 ‘하느님의 일꾼(왕, 예언자, 사제)’이였다.

이스라엘의 메시아 사상 기원은 정치적 위기와 사회적 고난 속에서도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과 맺으신 계약이 성취되기를 바라는 ‘계약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에 왕정시대가 시작되면서 ‘다윗 왕조’는 하느님의 뜻을 실현할 대리자이자, 백성을 지켜줄 구원자로 추대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유다왕들은 우상숭배와 폭정으로 이스라엘 백성의 구세주가 되리라는 낙관을 흐리게 했다. 이에 예언자들은 하느님께 불충한 왕들을 비판하게 됐고, 미래의 왕에게 희망을 두도록 했다. 결정적으로 바빌론 유배와 예루살렘 함락은 메시아에 대한 신앙에 매우 큰 충격을 줬다. 이때 예언자들이 나서 유배라는 민족적 재난을 민족의 죄에 대한 하느님의 공정한 심판으로 선언함으로써, 징벌을 견뎌내고 유배를 새로운 미래를 위한 정화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아 비밀

예수님의 영원한 메시아 축성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느님께서 예수님께 성령과 힘을 부어주심으로써 그분이 메시아이심을 이스라엘에 알려지시게 하려는 것이었다. 예수님의 업적과 말씀으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심이 드러난다. 많은 유다인들 그리고 그들과 같은 희망을 가진 몇몇 이방인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약속하신 메시아의 근본적인 특징들을 알아봤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의 권리인 메시아라는 칭호를 받아들이지만, 당시 일부 사람들이 이 칭호를 지나치게 인간적인 개념으로, 특히 정치성을 띤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칭호를 매우 조심스럽게 받아들이셨다. 따라서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와 ‘대사제의 심문’에서 직접적으로 자신을 ‘메시아’로 드러내셨을 뿐, 이 밖에 복음서에서 당신을 메시아로 선포하는 것을 금지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 이후에야 비로소 스승이, 자기들이 생각하던 그런 메시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는 참된 메시아

예수님은 유대인들이 바라는 메시아의 왕권을 거부하면서도 참된 메시아로서의 권위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분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온 인류를 역사 속에서 구원할 목적으로 이 세상에 온 분이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정복과 지배를 통해 이스라엘의 국력 신장과 번영을 추구하는 유대인들의 국가적 메시아관을 당연히 거절했다. 또한 그분은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이사야서에 나오는 ‘고통받는 종’으로서 시작할 것임을 밝혔다. 나아가 자신을 다니엘서에 나오는 ‘사람의 아들’로 소개하면서 자신의 생명을 ‘모든 사람을 위한 대속물’로 바침으로써 영광에 들어갈 것임을 예언했다. 결국 예수님에게 있어 메시아의 참된 권위는 ‘사랑과 봉사’였다. 그래서 그분은 수난의 길을 묵묵히 걸으며 성부께는 전적으로 신뢰와 순종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는 사랑과 봉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써 초대교회 제자 공동체는 예수님께서 바로 구약으로부터 예고된 메시아시라는 확신에 이르게 됐다. 이 확신에 도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죄인들의 죄를 조건 없이 용서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다. 특히 인간으로서 기본권을 잃은 사람들의 빚을 조건 없이 탕감해주시는 모습에서 루카복음사가는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약속된 ‘주님의 은혜로운 해’가 실현됐다고 봤다. 그래서 그는 공생활을 시작하는 첫머리에서 은혜로운 해 곧, ‘희년’을 선포하는 예수님을 메시아로 증언한다.

믿음의길 146~153p.

정리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