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나는 예비신자입니다] (30) 왜 미사를 드리는지 질문해 보셨나요

정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3-11-05 수정일 2013-11-05 발행일 2013-11-10 제 286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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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해 누구를 향해 미사를 봉헌하나요?
아름다운 미사곡 들으며 기도문·미사 참의미 궁금
‘미사’ ‘미사성제’ 용어도 혼돈
진정한 뜻 깨닫는 노력할 터
아름다운 미사곡은 전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사진은 서울 청파동본당 시니어 성가대가 장례미사에서 성가봉사를 하는 모습.
본당 신자로부터 음반 선물을 받았다. 평소 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 일상을 보내지만, 선물을 주신 분께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들어보겠다고 생각하며 CD 플레이어를 돌렸다.

요컨대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의 오전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요즘 나는 가족들이 직장과 학교로 가고 집을 비우면 어김없이 그 음반을 틀어놓는다. 듣고만 있어도 꼭 내가 기도를 바치는 듯 다소 설레는 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번 들어본 곡도 있고, 생전 처음 듣는 곡도 있어 모든 일손을 놓고 귀 기울일 때가 많았는데, 모두 미사곡이라고 한다. 라틴어로 부르는 그레고리오 성가라는데, 생소하긴 했지만 정말 아름다운 곡이라는 생각만큼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화답송이나 영성체송을 할 때 창가를 읽는 듯한 음률은 나에겐 매우 거룩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미사 중에 영성체송도 늘 기대가 되곤 했다. 사실 매주 영성체송을 합송할 때마다 내 좌우명으로 삼고 싶을 정도로 좋은 말씀들이 이어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고, 솔직히 아직 성체를 모시지 못하고 앉아있어야 하는 멋쩍은 기분을 영성체송과 성체성가가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몇 달째 성당에 다니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도 다른 신자들 못지 않게 능숙하게 화답송을 하거나 성가를 불렀을 때다.

아름다운 음률의 미사곡을 들으니 각 기도문의 의미를 더욱 깊이 묵상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끄럽게도 미사 전례를 구성하는 각 요소들과 기도문 등에 대해 예비신자교리반 시간에 배운 적이 있었지만, 그 의미에 대해 깊이 묵상해 본 적은 없는 듯하다.

왜 미사를 드리지? 불현듯 미사에 대해 따로 묻거나 알려고 해본 적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비신자교리 시간에 봉사자가 미사라고도 했다가 미사성제라고도 하는 등 달리 불렀다는 것 정도만 기억이 났다.

한 주가 지난 후 나는 봉사자로부터 미사성제에 관한 설명을 프린트한 유인물을 한 장 얻었다.

미사성제(彌撒聖祭)는 ‘하늘의 자녀가 하늘에 드리는 제사’를 의미한다는 설명이 담겨 있었다. 유교제사의 개념을 빌려와 미사에 대한 통찰을 담은 용어로서 미사를 잘 설명하는 표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설명만으로는 왜 미사를 드려야 하는지는 잘 알 수가 없어서 미사(missa)에 대한 용어 설명을 부탁했다.

미사라는 표현은 파견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는데, 그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은 ‘Eucharistia(에우카리스티아)’로 본뜻은 ‘감사’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 우리를 죄에서 구원해 주심을 기억하며 드리는 감사라는 것이었다.

미사를 왜 드리는지 새삼 깨닫게 되니 ‘세례를 받게 되면 나는 △△△를 위해 연미사를 봉헌하고, △△△를 위해 생미사를 봉헌해야지’ 등의 생각만 했던 것이 많이 부끄러워졌다. 감사를 드리기보다는 개인적인 목적을 두고 청원을 드리기 위해 미사에 참례하려는 내 모습을 보아서다.

구원에 대한 감사, 다음 주에는 제대 위에 걸린 십자가를 바라보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에게 주신 기회에 대해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다짐한다.

정리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