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신자로부터 음반 선물을 받았다. 평소 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 일상을 보내지만, 선물을 주신 분께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들어보겠다고 생각하며 CD 플레이어를 돌렸다.
요컨대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의 오전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요즘 나는 가족들이 직장과 학교로 가고 집을 비우면 어김없이 그 음반을 틀어놓는다. 듣고만 있어도 꼭 내가 기도를 바치는 듯 다소 설레는 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번 들어본 곡도 있고, 생전 처음 듣는 곡도 있어 모든 일손을 놓고 귀 기울일 때가 많았는데, 모두 미사곡이라고 한다. 라틴어로 부르는 그레고리오 성가라는데, 생소하긴 했지만 정말 아름다운 곡이라는 생각만큼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화답송이나 영성체송을 할 때 창가를 읽는 듯한 음률은 나에겐 매우 거룩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미사 중에 영성체송도 늘 기대가 되곤 했다. 사실 매주 영성체송을 합송할 때마다 내 좌우명으로 삼고 싶을 정도로 좋은 말씀들이 이어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고, 솔직히 아직 성체를 모시지 못하고 앉아있어야 하는 멋쩍은 기분을 영성체송과 성체성가가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몇 달째 성당에 다니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도 다른 신자들 못지 않게 능숙하게 화답송을 하거나 성가를 불렀을 때다.
아름다운 음률의 미사곡을 들으니 각 기도문의 의미를 더욱 깊이 묵상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끄럽게도 미사 전례를 구성하는 각 요소들과 기도문 등에 대해 예비신자교리반 시간에 배운 적이 있었지만, 그 의미에 대해 깊이 묵상해 본 적은 없는 듯하다.
왜 미사를 드리지? 불현듯 미사에 대해 따로 묻거나 알려고 해본 적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비신자교리 시간에 봉사자가 미사라고도 했다가 미사성제라고도 하는 등 달리 불렀다는 것 정도만 기억이 났다.
한 주가 지난 후 나는 봉사자로부터 미사성제에 관한 설명을 프린트한 유인물을 한 장 얻었다.
미사성제(彌撒聖祭)는 ‘하늘의 자녀가 하늘에 드리는 제사’를 의미한다는 설명이 담겨 있었다. 유교제사의 개념을 빌려와 미사에 대한 통찰을 담은 용어로서 미사를 잘 설명하는 표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설명만으로는 왜 미사를 드려야 하는지는 잘 알 수가 없어서 미사(missa)에 대한 용어 설명을 부탁했다.
미사라는 표현은 파견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는데, 그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은 ‘Eucharistia(에우카리스티아)’로 본뜻은 ‘감사’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 우리를 죄에서 구원해 주심을 기억하며 드리는 감사라는 것이었다.
미사를 왜 드리는지 새삼 깨닫게 되니 ‘세례를 받게 되면 나는 △△△를 위해 연미사를 봉헌하고, △△△를 위해 생미사를 봉헌해야지’ 등의 생각만 했던 것이 많이 부끄러워졌다. 감사를 드리기보다는 개인적인 목적을 두고 청원을 드리기 위해 미사에 참례하려는 내 모습을 보아서다.
구원에 대한 감사, 다음 주에는 제대 위에 걸린 십자가를 바라보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에게 주신 기회에 대해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