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나는 예비신자입니다] (29) 성수를 찍어 성호를 그을 때마다 더욱 새로워지는 마음

정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3-10-29 수정일 2013-10-29 발행일 2013-11-03 제 2868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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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입구 성수는 어디에서 가져오는 걸까?
집·차 축복은 물질 자체보다 
사용자 위한 기도라는데…
하느님 축복 되새긴다는 ‘성수’
설명 들으니 의미 새로워져
가정 방문 축복 장면. 인천 연수본당 주임 김용환 신부가 2012년 사순시기를 맞아 신자 가정을 방문, 축복식을 거행하고 있는 모습.
개신교회에 잠시 나갔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목사님이 안수를 해주시는 모습이 가장 뚜렷하게 남아있다. 신도들은 틈만 나면 목사님께 안수를 청했고, 목사님은 신도들의 머리와 어깨에 손을 얹고 오랫동안 기도문을 외우곤 했다.

지난 주, 나를 천주교로 인도해 준 예비 대모님의 집 축복식이 있어 참여했다.

신부님께서는 새 집에 모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성수도 뿌리고 축복해주셨다. 성수를 뿌리며 축복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집안이 더욱 깨끗해지고, 사람들에게서 묵은 때가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또 이 집에 사는 이들에게는 절대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 것도 같아 나는 예비 대모님께 자녀들의 차량도 축복을 받으라고 권했다. 본당 주보에서 차량축복식에 대한 안내문을 봤던 생각이 나서 한 말이었다.

그러자 예비대모님은 웃으시면서 집이나 차 축복은 그 물질에 어떤 힘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할 사람들을 도와주시길 간청하는 기도라며 이미 했다고 설명해주셨다.

또 축복식에 대해 큰 신뢰감을 드러내는 내 모습을 보시더니, 축복식을 한다고 하더라도 집을 잘못 관리하면 부서질 수도 있고, 차도 안전수칙을 지켜 몰지 않으면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다고도 덧붙이셨다.

그래도 집이든 차든 사람이 머무는 곳엔 성수를 뿌리면 좋지 않을까? 이치는 잘 모르지만 성수는 나에게 좋은 기운을 줄 것 같았다. 반면 규정을 잘 모르는데 성수를 집에 가져가 아무데나 뿌리면 죄를 짓는 것이 아닐까 우려되기도 했다.

내가 성당에 다니면서 또 한 가지 관심있게 본 것은 신부님께서 성수를 뿌리며 축복하는 모습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성수를 뿌리는 행위가 대단히 거룩하게 보여 나도 축복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예전에 루르드성지 관련 영화를 보고 유독 기적수가 흐르는 샘이 오래 기억에 남았는데, 나도 집에 한 병쯤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물 한 병을 안고 이른바 기적을 바라는 것은 물론 미신적인 생각이 바탕이 된 것임을 안다.

최근엔 성당 입구에서 성수를 찍어 성호를 그을 때마다 이 성수는 어디에서 가져오는지 더욱 궁금증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번은 혼자 성당에 들어갈 기회가 있어서 성수를 찍어 살짝 맛을 봤다. 뜻밖에도 성수에서는 짠 맛이 나는 듯했다.

한참을 망설이다 교리반 봉사자에게 물어봤더니 성수를 축복할 때 소금을 넣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성수 축복은 각 성당에서 신부님께서 하신다고 했다. 우리 성당 뒤편 구석에 있는 항아리에도 성수가 담겨 있고, 누구든 병에 담아갈 수 있다고도 말해주셨다.

집에 두는 성수는 세례성사의 상징이고, 하느님의 축복을 되새기는 도구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무슨 특효약은 아니기 때문에 몸에 바르거나 마시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성수에 대해 몇 가지 궁금했던 점을 풀고 나니, 성당에 들어설 때마다 성수의 의미를 자꾸 생각하게 됐다. 아직 세례를 받진 않았지만, 성수를 찍어 성호를 그을 때마다 주변의 마귀를 쫓고 내 마음 속 유혹을 물리치며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준비가 된 듯한 마음이다.

‘주님, 이 성수로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하시고, 모든 악에서 보호하시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정리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