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우리본당 이런사목] 수원교구 용인대리구 동백제1·2본당 - 인보마을 가족자원봉사단

이우현 기자
입력일 2009-12-16 수정일 2009-12-16 발행일 2009-12-20 제 2677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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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과 가족의 ‘정’ 나눠요
이충섭(나자로)·정영숙(비비안나) 부부가 인보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 따뜻한 이야기가 서로 오간다.
“어이쿠, 윷이야~! 윷!”

12월 6일 오후. 경기도 용인 인보마을 2층 복도에 윷판이 벌어졌다. 경기가 무르익자 어르신을 돕는 수원교구 동백제1본당(주임 안빈 신부)·동백제2본당(주임 주현하 신부) 가족자원봉사단의 손길이 바빠진다.

윷을 다음 차례 어르신에게 전하는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싫은 내색 없다. 어른들은 팔 힘이 없는 어르신들이 윷 던지는 것을 돕고, 말 위치 훈수 두느라 정신이 없다.

두 본당은 매월 첫째 주일 인보마을로 가족봉사를 나선다. 작년 3월부터 시작한 봉사활동이다. 처음에는 서먹해하던 어르신들도 이제 봉사단을 마중 나올 정도로 정이 쌓였다.

봉사단은 하루 2~3시간 어르신들의 휠체어를 밀고 주변을 산책하고 레크레이션(윷놀이, 공놀이 등), 청소 등을 함께 한다. 지정한 봉사날짜 외에도 따로 찾아가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동백제1본당 사회복지분과장 허욱(스테파노)씨는 “어르신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게임도 하다 보면 가족의 정을 느끼게 된다”며 “어르신들도 우리들을 통해 향수를 느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씨의 아들 허준(베드로)군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고 좋다”며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마음을 전했다.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가족끼리 서로 채워주고 배워나가는 점도 많다. 시작 때부터 지속적으로 봉사에 참여해온 이충섭(나자로)·정영숙(비비안나) 부부는 “혼자서 오는 것보다 함께 오는 것이 더 좋다”며 “함께 오니 어르신들과도 쉽게 친해지고 어르신과 사이에 성(性)이 달라 도와드리기 어려운 부분도 쉽게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서랍 속 보물 창고에서 알사탕과 커피믹스를 꺼내들고 부부를 맞이한 박영자(가명) 할머니 얼굴에도 연방 웃음꽃이 폈다.

12월 봉사에는 예비신자들도 동참했다. 백종훈·지현주씨 부부는 “교리의 과정 중 하나로 참여하게 됐지만 와서 보고 느낀 점이 많다”며 “어르신들이 우리를 반겨주셔서 더 기쁜 마음으로 함께했다”고 밝혔다.

두 본당은 올해 초까지 한 공동체였다. 분가로 인해 둘로 나뉘었지만 아직 한 지붕에서 살고 있다. 공동체 의식 또한 여전히 끈끈하다. 동백제2본당이 완전히 분리가 되더라도 가족봉사활동은 계속 함께 할 예정이다.

가족자원봉사에 동참하는 청소년들은 인보마을의 인증을 통해 발행되는 봉사활동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봉사점수 때문에 시작했던 학생들도 어르신과의 시간에 스스로 즐거움과 보람을 찾게 됐다. 앞으로 본당은 청소년들이 봉사활동을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허욱씨는 “아이들이 공부 이외에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그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