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희년 한국교회 결산 (2) 사회사목

김유진 기자
입력일 2000-12-10 수정일 2000-12-10 발행일 2000-12-10 제 2229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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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 실현에 매진
생명윤리委 구성 결의 … 교리관련 사이트 개설 추진
환경문화원설립 및 사회단체 연대한 환경운동 활발
매매춘 여성·동성애자 사목 등에 적극적 관심 필요
1970, 80년대 교회의 활발한 사회참여는 사회로부터 도덕성과 권위를 인정받으며 세상에 그리스도의 참 빛을 전했고 많은 이들을 교회로 불러들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다양한 사회변화 속에서 교회는 그러한 움직임들에 소홀했거나 활동이 미약해졌다는 지적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세상에서 교회가 갖는 역할은 부수적이고 부문적인 것이 아니라 구원을 위한 본질적인 활동이어야 한다.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의 문헌에 따르면 『사회적 가르침은 사회 현실에 대한 교회의 반성을 우리 시대를 위해 표명하여 주는 것이며 사회 현실을 복음에 비춰 평가하고 사회 안에서의 실제적인 행동지침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희년을 맞아 교회는 생명, 환경, 사회복지, 사회운동 등 분야에 여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을 보여왔고 새천년에 시대의 징표로서 나아갈 방향을 정비하고 있다. 한 해 동안의 사회사목 성과와 전망을 점검해본다.

▩ 생명

생명공학의 발달로 생명윤리에 관한 새로운 문제들이 제기 됨에 따라 2천년 대희년에는 이러한 문제들을 연구하고 교회의 가르침을 제시하며 한국실정에 맞는 실천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가속화됐다.

인간복제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교회의는 이번 추계 정기총회에서 「생명윤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해 앞으로 생명윤리에 관한 새로운 움직임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생명윤리를 교회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 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위원회 구성을 결의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와 함께 교계 일각에서는 윤리신학자와 의료인, 법조인 등으로 이뤄지는 연구모임이 논의된 바 있으며 사회단체와 연대해 인간복제의 위험성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 하기도 했다.

또한 인간 복제문제 등 생명공학을 포함한 생명윤리에 대한 교회 가르침을 담은 인터넷 사이트 개설도 추진될 전망이다. 청주교구가 지난 3월 시작한 「모자보건법 폐지 100만인 서명운동」은 교회의 생명에 대한 관심이 가시화된 것이었다.

모자보건법 제14조(낙태허용범위)는 사실상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결과를 가져온 반생명적 독소조항으로 교회를 비롯한 많은 종교 사회단체들이 이 조항의 폐지를 주장해왔다.

전국 각 교구는 청주교구를 중심으로 이 법 조항의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으며 총 123만1081명의 서명을 주교회의에 전달했다. 주교회의는 향후 서명자들의 명부와 함께 국회에 청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 환경

90년대 초부터 「창조질서 보존」이라는 대명제 아래 활발하게 진행돼 온 교회의 환경운동 또한 대희년 한해 동안 내실화를 꾀하며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올 초 마산교구가 자연박물관을 구비한 「경상남도 자연학습원」의 수탁 운영에 나서고 수원교구가 환경교육장인 강원도 평창의 「성 필립보 마을」을 최근 완공하는 등 앞으로 전문 시설을 구비한 환경교육장을 중심으로 생동감 있는 환경 보전교육이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청소년과 일반 신자들에게 실시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동강댐 건설문제가 올 6월 백지화된 이후 원주교구 정평위 등 교회관계자들은 현재 동강 유역 「생태공동체」조성 등 환경보존운동의 시험장으로 동강살리기의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타종교, 사회단체와 연대한 대사회적인 환경운동 또한 활발하게 벌어져 미리내 성지 지역 고압송전탑, 난지도 골프장,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운동이 지역교회와 교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회의 환경운동은 「창조질서 보전」이라는 교회 환경 운동의 근본정신을 살리지 못하고 성과위주의 「운동」차원에만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아온 것이 사실. 이러한 관점에 비추어볼 때 지난 11월 창립한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의 실행기구인 「천주교 환경 문화원」의 설립은 환경운동의 방향전환에 관한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한다.

실천과 함께 교육, 연구기능을 강화해 나간다는 환경 문화원의 설립취지는 환경문제를 환경신학적으로 접근해 교회 환경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사회복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서울대교구, 수원교구 등은 새 제도에 대한 안내서를 발간하고 본당 사회복지 담당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지역 사회 저소득층을 위한 본당 차원의 복지활동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본당 뿐 아니라 교회가 운영하는 복지관 또한 근로능력이 있는 조건부 수급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자활지원 센터를 열어 사회 빈곤층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알코올사목 또한 빠른 시일 내에 본궤도에 올라 최근에는 교회 내 15개 관련단체들이 「가톨릭알코올재활단체협의회」를 창립하고 알코올 의존자에 대한 교회 차원의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특히 알코올사목은 가정문제, 성폭력문제, 아동문제 등 다양한 부문의 사목과 연계돼 있고 기존의 사회복지 영역에서 한 발 나아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복지 분야로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그 의미를 평가받고 있다.

각 교구 사회복지회나 수도회가 운영하는 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 복지관의 수도 올 한해 꾸준히 늘어 지역 사회의 복지센터로 교회가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 사회운동

2천년 대희년은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행정협정 전면 개정과 매향리 사격장 폐쇄 등 사회적인 사안에 교회 사회운동의 역량을 집중시킨 한 해였다.

지난해에 이어 각 교구 정평위와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교회 제단체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반대 집회에 적극 참여하는 등 사회복음화에 앞장서는 교회상을 보였다.

또한 지난 6월 각 교구 정평위, 여자수도회장상 연합회,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인권위원회 등은 「SOFA 전면개정과 매향리 사격장 폐쇄를 위한 성명서」를 냈으며 이어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700여명의 의지를 담은 SOFA 개정 촉구 성명서가 발표돼 여론을 더욱 고조시켰다.

4.13 총선 당시 결성된 천주교총선연대의 낙선 운동과 주교회의 정평위의 담화문 발표는 신자들의 행동기준을 제시하고 그리스도인의 사회.정치적 책임의식을 고조시켜 사회정의 확립을 부르짖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교계 내외의 사회사목 단체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천주교총선연대의 경험은 이후 사회사목 제단체의 역량강화와 분위기 쇄신, 현재 준비 중인 사회사목 네트워크 구축의 발판이 되기도 했으며 앞으로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과거 활발했던 교회의 사회참여 활동이 부활하길 기대할 수 있게 한다.

한편 교회 여성단체들의 숙원이던 주교회의 평신도 사도직위원회 산하 여성소위원회가 추계 정기총회에서 설립되고 가톨릭여성단체연대가 창립함으로 인해 교회 여성들의 지위 확립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교회 내 11개 여성단체가 모인 가톨릭여성단체 연대는 교회 내의 활동 뿐 아니라 매매춘, 정신대, 호주제 폐지 등 일반 사회여성단체들의 활동영역에도 동참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권리찾기에 앞장 설 것으로 보인다.

▩ 앞으로의 과제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는 최근 정기총회를 통해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동참, 여성인권보호를 위한 활동 전개 등 다양한 대사회 운동을 사도직 안에서 펼쳐나가기로 결의한 바 있다.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가 최근 들어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안별로 발빠르게 대응 하는 양상은 교계 내의 단체가 사회운동의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사회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소기의 사안들에 대해서 교회가 일일이 관여할 수는 없지만 사회의 흐름을 조망하고 복음적인 가치를 알리는 것과 동시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활동을 보이는 것 또한 이 시대에서 요구되는 바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교회는 지금까지 사회의 등불로 역할해 온 기존의 활동영역을 더욱 심화하고 사회 변화를 예민 하게 감지해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것과 함께 보다 넓은 시각으로 진정 「보잘 것 없는」이들을 위한 새로운 사회사목 분야를 개척하는 일도 요구된다 하겠다.

예를 들어 사회에서 냉대받고 교회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매매춘 여성이나 최근 인권 차원에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동성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목을 들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누구의 슬픔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 시대의 보잘 것 없는 이들을 찾아내 관심을 갖고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끊임없이 계속돼야 할 교회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