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대희년을 배웁시다 (35) 대희년은 회개하는 해

박영식 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1999-12-05 수정일 1999-12-05 발행일 1999-12-05 제 217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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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는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나는 것
마음의 변화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것이 천 단계
그리스도교의 전통적인 희년을 구성하는 세가지 중요한 요소는 회개와 순례, 그리고 은사이다. 이들은 그리스도인이 영적인 여정을 계속하고 성숙해지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종교적인 의미에서의 「회개」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이기주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하느님께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를 갖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같은 태도의 변화를 통해서 인간은 하느님께서 내려 주시는 평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

『수고하며 짐 진 여러분은 모두 나에게로 오시오. 내가 여러분을 쉬게 하겠습니다. 나는 온유하고 마음이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서 배우시오. 여러분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입니다』(마태 11, 28∼29) 그러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하느님께서 먼저 인간을 만나러 오시고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께로 돌아오도록 도와주시지 않는다면, 인간은 그분을 만날 수 없다. 우리가 하느님을 알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성령의 선물이다. 회개의 길을 걷는 첫째 단계는 하느님의 존재를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분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이다.

구약성서에서의 회개가 멀리했던 「토라」(혹은 「하느님의 가르침」)의 길을 다시 걷는 것을 뜻하는 반면, 신약성서에서의 회개는 마음을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마음을 돌이켜 어린이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 18, 3).

이렇게 볼 때, 회개란 단순히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성령 안에서 어린이 같이 되는 것이며, 죄에 대한 승리일 뿐 아니라 옛 인간을 버리고 새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며,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스어 성서는 이러한 진로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동사 메타노에인(metanoein)과 명사 메타노이아(Metanoia)를 사용한다. 이 용어들은 자신의 죄에 대한 「뉘우침」을 의미하며, 이는 하느님과 화해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그래서 주님의 가르침에 충실한 교회는 『그리스도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거룩하기는 하지만, 하느님과 인간 앞에서 언제나 자기 자녀들에게 죄가 많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교회는 『자기 자녀들이 참회를 통하여 과거의 과오와 불충한 사례들, 항구치 못한 자세와 구태의연한 행동으로부터 자신을 정화하도록 격려하지 않고는 새로운 천년기의 문턱을 넘어설 수 없다』(「제삼천년기」33항)고 가르친다.

이와 함께 회개는 지옥을 두려워하는 데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회개는 오히려 하느님을 뵙고자 하는 열렬하고 간절한 마음, 곧 신앙 안에서 시작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방향에서 아버지의 집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의 출발점인 것이다.

박영식 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