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본 욕구 중에 가장 큰 것이 식욕이라고들 말한다. 그만큼 음식의 섭취는 인간에게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단순히 생존 유지의 차원에서 음식을 섭취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음식의 맛을 추구하는 식도락가나 미식가의 존재 또한 적지 않다.
방송매체나 신문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지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오늘의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이다. 가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의 양이 적지 않다는 것은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1995년 이후 우리 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30퍼센트를 밑돌면서 양식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60억 가까운 인구 중에서 많은 수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 식량과 물품을 확보하지 못하여 굶어 죽거나 고통 중에』 있다. 한쪽에서는 남아 돌아가는 음식을 버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쌀 한 톨이 없어 굶어 죽어가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이 사실에 대해 무관심하신 것으로 여겨진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자신을 위해서는 기적을 행하시기를 거부하시면서도 허기진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기적을 행하셨는데, 하느님께서는 이 엄청난 수의 당신 자녀들을 위해 어떤 일도 하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찌해 볼 수 없는 무능력자들인 우리들 때문일까, 아니면 무관심 때문일까?
이에 대한 하느님의 대답은 형제들이 협조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부어주시는 아래로의 사랑은 형제들 상호간의 수평적인 사랑을 통해 비로소 다시 하느님께 응답하는 사랑이 될 수 있다. 굶주리고 고통받으며 외면당한 「이웃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쉽게 『하느님,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이제 우리 가운데는 기적을 행하실 수 있는 하느님의 아드님이 계시지 않지만, 아드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사랑으로 기적을 행할 수 있다. 형제들의 문제를 우리의 노력과 관대함으로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한 형재애가 하느님 아버지의 부성의 실현이요 계시이다.
성서 문화적인 배경에서 볼 때, 빵 혹은 양식은 구체적인 현실이다. 양식은 삶의 기본이 되는 음식이다. 아버지 하느님은 인간의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영양 섭취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배려하신다. 그러나 양식은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가 청하는 빵은 의복이나 주거 등 이 세상에서의 삶이 편안하고 존엄하게 영위될 수 있게 해주는 그 모든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주의 기도」에서 「우리에게」 양식을 주시기를 청하는 가족적인 장면은 가정의 완전성을 도모한다. 우리가 청하는 양식은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모든 이를 위한 양식을 아버지 하느님께 청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황님께서는 『그토록 수많은 갈등과 참을 수 없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으로 점철된 우리의 세계에서 정의와 평화에 대한 투신은 희년의 준비와 경축을 위한 필수조건이다』라고 하시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모든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제삼천년기」 51항)이라고 말씀하신다. 오늘 내 주위에 가난하고 헐벗었으며 끼니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침묵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무관심과 침묵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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