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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기자

ho@catimes.kr

“텅 빈 식자재 창고…반찬 하나를 더 줄였다”

2월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100일을 넘어섰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에너지 기반시설 파괴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쟁이 만들어 낸 이익은 일부 기업과 자본에 집중되고 있다. 반면 피해는 가장 낮은 곳부터 찾아왔다.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뜻하는 ‘워플레이션’은 복지 사각지대를 메워 온 무료급식소의 운영난으로 이어졌다. 식재료와 생필품 가격은 오르고, 민간 후원은 줄어든 탓이다. 한 끼의 온기를 전해 온 무료급식소가 흔들리고 있다. 물가 상승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자주 구입하는 쌀, 달걀, 라면 등 생활필수품을 대상으로 작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올해 5월 기준 123.19(2020년 기준 100)를 기록했다. 전쟁 전인 1월은 121.1로, 발발 이후 체감 물가가 2% 가까이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식재료와 생필품 지출 비중이 큰 무료급식소가 체감하는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줄어든 후원은 무료급식소의 살림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청주교구 관할 무료급식소인 ‘성 빈첸시오의 집’은 푸드뱅크에서 지급받던 물품이 줄어 부식을 축소하고, 식단 구성도 바꿨다. 고물가 속에서 유통기한 임박상품 전문 쇼핑몰이 확산되면서, 과거 기부로 이어지던 물량 일부가 판매 시장으로 흡수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영등포 ‘토마스의 집’도 후원 감소로 쌀이 부족해 수년 만에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았다. 무료급식소가 전쟁과 물가 상승 같은 외부 충격에 취약한 배경으로는 ‘홀로서기’ 구조가 거론된다. 많은 시설이 후원 모집, 식재료 확보, 홍보, 행정 대응을 개별적으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톨릭 꽃동네 대학교 사회복지카리타스대학원 도건창(요한) 교수는 “재정 투명성을 이유로 지원 조직을 만드는 일을 꺼려하는 사회복지계의 경향이 현장 실무자에게 모든 부담을 안긴다”며 “이는 위기 상황이 닥칠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현장은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은 적극적인 홍보로 후원처를 발굴하며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식사 나눔을 넘어 의료, 심리 상담, 구직 지원 등 이용객의 자립을 돕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명동밥집 실무자 장석훈(시몬) 씨는 “이용객이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다른 시설들도 지역과 후원 기반에 맞춰 버틸 힘을 마련하고 있다. 대전교구 ‘성모의 집’과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은 각각 케이티앤지(KT&G)와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장기 지정기탁 후원금 덕분에 물가 상승 충격을 덜고 있다. 서울대교구 가락시장준본당 ‘하상바오로의 집’은 시장 상인들의 자발적인 식재료 기부가 운영에 보탬이 된다고 밝혔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식탁을 지켜 온 무료급식소는 사회교리가 가르치는 ‘연대성’과 ‘보조성’을 실천하는 곳이다. 이들에게 ‘지금,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연대가 요청되는 시점이다.(베네딕토 16세 교황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31항 참조) 청주교구 가톨릭사회복지 연구소장 김성우(이사악) 신부는 “그리스도인에게 무료급식소는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소중한 공간”이라며 “이곳에서 하느님께 드리는 마음으로 가난한 이웃을 향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면

[COVER STORY - 무료급식소가 흔들린다②] 홀로 버티는 대신 ‘상생’의 식탁으로

무료급식소들은 물가 상승과 후원 감소 속에서도 ‘한 끼의 온기’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각 시설이 홀로 버티는 방식만으로는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을 이어 온 무료급식소 사례를 통해 후원과 봉사, 식재료 공급망, 교회와 공공의 연계가 어떻게 맞물려야 하는지 살펴본다. “모두 사랑합니다. 오늘도 식사 맛있게 하세요.” 5월 22일 오전.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은 센터장 백광진(베드로) 신부의 인사와 함께 문을 열었다. 명동밥집은 매주 수·금·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료급식을 제공한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800여 명, 올해 6월 기준 누적 이용객은 63만 명을 넘어섰다. 식사의 질에도 공을 들인다. 짜장면과 같은 특식을 주기적으로 마련하고,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우리농)를 통해 가톨릭농민회(이하 가농)가 생산한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를 공급받는다. 관계 기관과 함께 이·미용, 목욕, 의료 지원은 물론 심리 상담과 구직 지원 등 자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한 끼를 제공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이용객이 다시 사회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한 끼를 떠받치는 대들보들 명동밥집 역시 물가 상승의 부담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개소 초기 3500원이던 1인당 급식 단가는 현재 5500원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운영을 이어 올 수 있었던 데는 후원자와 봉사자, 기업의 꾸준한 지원이 있었다. 용도가 제한적인 정부·지자체 지원금과 달리, 정기 후원금은 현장의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기 봉사는 인건비 부담을 덜 뿐 아니라 업무 숙련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명동밥집 실무자 장석훈(시몬) 씨는 봉사자들을 “대들보와 같은 분들”이라고 했다. 대들보를 세우기 위해서는 홍보가 중요하다. 명동밥집은 SNS와 본당 방문 등을 통해 활동을 알리며 새 후원처를 발굴하고 있다. 장 씨는 “기업의 사회공헌이 중요해지면서 농협의 쌀 기부처럼 기업 특성에 맞는 후원도 요청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사례를 모든 무료급식소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명동밥집은 교구 기관의 운영과 홍보, 후원자와 봉사자, 기업 연계가 함께 맞물려 운영된다. 반면 많은 시설은 담당자와 봉사자 몇몇이 현장을 떠받치는 ‘홀로서기’ 구조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한 곳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하는 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운영 조건을 찾아 다른 현장과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현장 잇는 네트워크가 식탁 지킨다 무료급식소들의 사정은 천차만별이다. 비교적 잘 알려진 곳에는 후원금과 물품이 모이지만, 규모가 작거나 덜 알려진 곳은 필요한 지원을 제때 받기 어렵다. 도움이 필요한 곳과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따로 존재해도, 이를 서로 이어 줄 구조가 없다면 현장의 어려움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10여 개 무료급식소도 다른 급식소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무료급식소들을 연결하고 조정할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협의체가 마련되면 식자재 수급 상황을 공유하고, 긴급 후원처를 연결할 수 있다. 봉사자 교육과 위생·안전 교육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급식소가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공동 구매나 공공지원 신청 창구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교구를 넘어 교회 차원의 전방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교구마다 사회복지 조직이 있지만, 별도의 협의체를 꾸리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기에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톨릭 꽃동네 대학교 사회복지카리타스대학원 도건창(요한) 교수는 “협의체 등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무료급식소 간 연계는 물론, 시설을 지탱하는 봉사자 교육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는 교회의 사회교리가 전하는 연대성과 보조성을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맛있는 식사를 할 권리 무료급식소의 위기는 주방 안에서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식탁 밖 농업 생산비의 변화도 한 끼 단가를 밀어 올린다. 올해 초 본격화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은 국제 비료 가격과 농기계 가동에 쓰이는 면세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2026년 비료 가격 지수가 3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농가가 사용하는 면세유도 리터당 400원 이상 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농이 실천해 온 자연순환형 친환경 농법, 곧 생명농업은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된다. 가농에 따르면, 생명농업은 수입 농자재 의존도가 높은 관행농업에 비해 물가 상승의 충격을 덜 받는다. 가농의 친환경 농작물을 사용하는 일은 이용객에게 어떤 음식을 제공할 것인가 와도 맞닿아 있다. 무료급식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이면서도, 한 사람을 존중받아야 할 존재로 대하는 기본적인 돌봄이다. 서울대교구 우리농 손성훈(라파엘) 사업국장은 “가난한 이들에게도 맛있는 식사를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좋은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비용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가농 농작물은 관행 농산물보다 가격이 약 15% 높지만, 우리농은 명동밥집과 같은 복지시설에는 10~15% 할인해 공급하며 부담을 낮추고 있다. 일부 차액은 후원금으로 메우고 있으나, 이 방식만으로는 장기적인 공급을 담보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구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일정 부분 비용을 보조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리농은 “무료급식소와의 직거래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지만, 일시적 기부나 소규모 거래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구매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매입 대금에 대한 ‘차액 보전’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농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 송파구와 협약을 맺고 가농 농작물을 복지시설에 공급한 바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면 충분히 확장 가능한 모델이라는 뜻이다. 무료급식소는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최일선 현장이다. 그러나 그 역할이 선의와 헌신에만 기대어 지속될 수는 없다. 후원자와 봉사자, 기업, 교회, 공공기관이 서로 연결될 때 한 끼의 온기는 지속될 수 있다. 전국 곳곳의 무료급식소가 오늘 준비하는 한 끼는, 누군가에게는 다시 살아갈 힘이 되는 ‘오병이어의 식탁’이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1면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개소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6월 5일 병원 본관에서 영성부원장 신희준(루도비코) 신부 주례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이하 센터) 개소 축복식을 거행했다. 센터는 정부와 의료계가 제기한 소아청소년 응급환자를 위한 전용 인프라 필요성에 따라 마련돼 5월 15일부터 본격 진료에 나섰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2025년 발간한 ‘2024년 응급의료 통계연보’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응급환자는 전체 응급실 환자의 약 17%를 차지했다. 센터는 권역 내 소아청소년의 의료 접근성 향상과 체계적인 응급진료 체계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센터는 성인 환자와 분리된 독립 공간에 구축됐다. 이는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2차 감염 위험을 차단하고, 환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또한 소아 응급의료 전문 의료진이 24시간 상주해 신속하고 정확한 초기 진단과 치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 배우리 교수는 “소아 응급환자는 성인과 달리 증상 표현이 제한적이고 상태 변화가 빨라, 첫 대응이 예후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며 “핫라인 운영과 원내 패스트트랙을 확대해 중증 소아 응급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장 정낙균 교수는 “센터에서 초기 진료를 마친 환아들이 어린이병원의 세부 전문과로 원활히 연계돼 치료받을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행사에는 행정부원장 최예원(시몬) 신부, 병원장 이지열 교수, 진료부원장 곽승기 교수, 응급의료센터장 오상훈 교수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5면

[이웃종교] 대전교구 궁동본당, 부처님 오신 날 맞아 송불암 답방

대전교구 궁동본당(주임 김찬용 베드로 신부)은 5월 23일 충남 논산시 송불암을 방문해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고 종교 간 화합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번 방문은 2025년 주님 성탄 대축일 당시 송불암 주지 경봉 스님이 궁동본당 구유함에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메시지와 함께 봉헌금을 전한 데 대한 답방으로 마련됐다. 본당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전교 수녀인 마리 안셈 수녀와 사목위원들이 함께 송불암을 찾아 축하 화분을 전달했다. 경봉 스님은 외부 일정 중이었지만 소식을 듣고 곧장 사찰로 돌아와 본당 관계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참석자들은 정성스럽게 마련된 식사를 함께하며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는 덕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경봉 스님은 자신의 출가 여정을 소개하며 종교의 본질과 수행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리 안셈 수녀는 “천주교처럼 체계적인 성소 교육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출가해 수십 년간 수행의 길을 걸어오신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고행과 수행을 이어 온 스님의 삶에서 큰 힘과 품격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본당과 송불암의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봉 스님은 송불암을 자주 찾던 궁동본당 신자와 종교와 인생관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교류를 이어 왔다. 이 만남을 계기로 경봉 스님은 해마다 성탄 시기에 익명으로 본당에 봉헌금을 전해 왔다. 지난해에는 종교 간 친교의 뜻을 더 분명히 전하고자 이름을 밝히고 봉헌했다. 경봉 스님은 평소 개신교계와도 왕래하며 찬송가를 즐겨 부를 정도로 이웃 종교에 열린 태도를 보여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봉 스님은 “우리가 보는 산이 누구에게나 산이고, 하늘이 누구에게나 하늘인 것처럼 진리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며 “예수님의 진리와 부처님의 진리는 다르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에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이웃 종교와 상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에 함께한 본당 남성 부회장 김전태(아우구스티노) 씨는 “스님이 열린 마음으로 다른 종교를 통해 배우고 깨닫고자 하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이었고, 돌아갈 때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스님을 보고 마치 친정집에 온 것처럼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본당과 송불암은 앞으로도 이웃 종교로서 소통을 이어 가며 상호 존중과 화합의 관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송불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에 예속된 말사(末寺)다. 송불사의 터에는 고려시대에 창건된 석불사(石佛寺)가 자리 잡고 있었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에서 전소되는 비극을 겪은 뒤, 1946년 현재의 모습과 이름으로 재건됐다.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83호에 등록된 5.5m 높이의 송불암 미륵불과 500년여 된 소나무가 어우러진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알려져 있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3면

온기의 마태오 효과

‘마태오 효과(Matthew effect)’라는 경제 용어가 있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마태 25,29)라는 복음에서 유래했다. 1969년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동일한 연구 성과를 놓고도 저명한 과학자가 무명의 과학자에 비해 많이 보상받는 현실이 이와 같다고 주장하며 처음 사용했다. 무료급식소를 취재하며 오늘날 마태오 효과가 벌어지는 현장을 봤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일어난 후 방위산업체들의 주가 상승 기대가 커졌다. 실제로 발발 직후 주요 방산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반면 전쟁이 초래한 물가 상승은 누군가의 밥 한 끼를 앗아갔다. 라면 하나, 빵 한 쪽으로 저녁을 때우는 이들에게 그마저도 빼앗아 갔다. 급식소에서 만난 한 이용객은 저녁을 못 먹을 것에 대비해 맨밥만 한가득 퍼 두었다. 동시에 희망도 목격했다. 누군가의 한 끼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들이 존재했다. 돈이든 물품이든, 가진 것을 내놓는 이가 있었다. 정성스럽게 밥을 차리고 정리하는 이도 있었다. 역시 마태오복음에 나오는, 예수 그리스도가 오천 명을 먹인 기적을 실현하는 이들이었다.(마태 14,13-21 참조) 마태오 효과가 다른 뜻을 갖길 꿈꾼다. 하느님 나라의 기준은 세상의 기준과는 다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처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마태 20,16)처럼 말이다. 돈과 권력이 아니라, 누군가의 온기가 더 많은 이익을 불러일으킨다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쓰이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23면

[COVER STORY - 무료급식소가 흔들린다①] ‘고공행진’ 물가로 운영난 심각

복지 사각지대를 메워 온 무료급식소들이 이제 또 다른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 물가 상승과 후원 감소, 푸드뱅크 기부 축소가 겹치면서 따뜻한 한 끼를 이어 온 현장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장기간 무료급식을 이어 온 청주교구 ‘성 빈첸시오의 집’과 서울 영등포 ‘토마스의 집’ 사례를 통해 무료급식소가 처한 현실을 전하고, 청주교구 가톨릭사회복지 연구소장 김성우(이사악) 신부와 함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치솟는 물가에 후원 줄어 “고기 등 식자재가 채워져 있어야 할 공간인데 지금은 이렇게 아무것도 없어요. 다 비어 있어요.” 5월 26일 청주시 수동. 청주교구 관할 무료급식소인 ‘성 빈첸시오의 집’을 담당하는 박경숙(루치아) 사무장은 텅 빈 냉장고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창고와 냉장고에 남은 식자재는 한쪽에 놓인 쌀 포대뿐이었다. 1991년 문을 연 성 빈첸시오의 집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100여 명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운영비는 몇 년째 그대로인 반면 식자재 값은 계속 오르고, 개인 후원도 줄고 있다. 현재는 매월 20여 명이 보내오는 3000~5000원의 후원금과 청주교구 내 본당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의 지원으로 버티고 있다. 지역 푸드뱅크의 도움마저 끊기면서 라면, 빵, 떡 등 부식 나눔도 축소됐다. 급식소 이용자들에게 부식은 단순한 간식이 아닌 한 끼다. 박 사무장은 “부식만이라도 마음 편히 드릴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2024년까지는 교구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산하 간병사 협의회의 수익을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사업이 개인에게 이관되면서 고정 수입마저 끊겼다. 그럼에도 문을 닫을 수 없다. 홀로 식사를 해결하기 어려운 노인과 한 끼 식사비가 버거운 이들, 이주노동자와 취업 준비생까지 이곳을 찾기 때문이다. 급식소에서 만난 장기순 씨는 “여기서는 다들 배려해 줘서 좋고, 먹고 나오면 든든하다”고 말했다. 성 빈첸시오의 집은 식사 나눔 외에도 매월 첫째 주 화요일 이미용 봉사를 이어 오고, 비정기적으로 옷 나눔도 해 왔다. 지난 35년간 이곳을 이용한 사람을 100만 명이 넘는다. 2023년 12월에는 이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현재 20여 명의 정기 봉사자가 식사 준비와 배식을 맡고 있지만, 대부분 고령이라 젊은 세대의 참여도 절실하다. 오인근(마태오) 봉사자는 “은퇴하신 분들이 주로 봉사하고 있어, 뒤이을 젊은 봉사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래도 채워진다는 희망 운영난은 성 빈첸시오의 집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 영등포동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도 주 5회, 하루 400여 명에게 점심을 제공해 왔지만, 최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 없이 민간 후원만으로 30년 넘게 운영돼 온 곳이다. 특히 쌀이 부족해 수년 만에 처음으로 영등포구청에 정부미 10kg들이 150포대를 신청했다. 토마스의 집에서 31년째 봉사 중인 박경옥(데레사) 총무는 “물가가 오르기 전과 비교하면 식재료 단가가 30%는 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토마스의 집은 우선 식사 뒤 나누던 라면, 과일, 커피 등의 부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비용만 하루 약 80만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식을 줄이면 누군가는 한 끼를 거르게 된다. 어려움 속에서도 토마스의 집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박 총무는 “힘든 시기를 겪을 때마다 얼굴 없는 천사들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며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일이기에 결국 다 채워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성 빈첸시오의 집에는 ‘우리 식탁에는 항상 한 사람의 몫이 더 있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 한 사람의 몫이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도록, 가장 낮은 곳으로 전해지는 사랑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 후원 계좌 농협 351-0365-2137-03 빈첸시오청주이사회, SC제일은행 376-20-266225 김종국 토마스의집 ※ 문의 043-252-7820 청주교구 성 빈첸시오의 집, 02-2672-1004 서울 영등포 토마스의 집 [인터뷰] 청주교구 가톨릭사회복지 연구소장 김성우 신부 “체계적 연대로 지속 가능한 나눔 모델 구축해야” - 무료급식소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대부분 후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외부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영업을 중심으로 서민경제의 상황이 좋지 않아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자원봉사자와 후원자의 고령화도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30~40대 봉사는 현저히 줄어든 상황이고, 후원 역시 소위 ‘트렌디’한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체계적인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회 안팎의 연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재단법인 바보의나눔과 같은 기관·단체 등과 공동 사업을 수행하거나, 지자체와 교구가 업무협약(MOU) 등의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면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은. 현재 정부나 지자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무료급식 사업은 주로 아동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노인의 경우 복지관과 연계한 ‘경로식당’ 사업이 이뤄지고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중장년층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다. 지역 종합사회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층을 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용자 선정과 안정적 지원을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면. 독일에 ‘타펠(Tafel)’이라는 민간 푸드뱅크 시스템이 있다.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포장이 불량해 버려지는 식료품을 수거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제도다. 타펠은 비영리법인으로 전국 지부가 유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푸드뱅크와 달리 민간 기부와 후원만으로 운영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교구 카리타스가 운영하고 있는 홈리스 지원 시설 ‘반창고 쉼터(Pflasterstube)’도 눈여겨 볼 만하다. 반창고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이곳은 주로 노숙인이 진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식사와 세탁·샤워 공간도 지원한다. 생필품 지급과 사회 복귀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 개별 시설 차원을 넘어 교구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한국교회의 특성에 맞는 모델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왜 무료급식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에서 “교회의 사회복지는 ‘지금,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주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31항 참조)고 강조했다. 여러 이유로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웃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지금 따뜻한 밥 한 그릇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한 끼를 통해 자신이 사회로부터 외면받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료급식소는 사회복지서비스 대상자를 발굴하는 중요한 역할도 할 수 있다.

발행일 2026-06-14 제3495호 10면

[100년의 페이지, 그 안에 담은 이야기] (6) 가톨릭신문 속 월드컵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이 6월 11일 개막해 7월 19일까지 이어진다. 한국 대표팀도 6월 12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체코전을 시작으로 장정에 오른다. 월드컵이 명실상부한 지구촌 축제로 불릴 정도로 관심을 끄는 스포츠 이벤트인 만큼 그동안 가톨릭신문도 월드컵에 관한 기사를 꾸준히 보도해 왔다. 가톨릭신문에서 찾을 수 있는 첫 월드컵 보도는 1982년 6월 27일자(제1311호)에 실린 기사다. 당시 기사는 스페인교회 주교단이 1982 스페인 월드컵에 참가한 24개국을 환영하며 “일치된 형제애에 공헌하길 바란다”고 당부했음을 전했다. 같은 해 8월 1일자(제1316호)는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의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당시 기사에는 “수천 명의 로마 시민들이 이탈리아 국기를 몸에 두른 채 모든 분수대로 뛰어들었다”며 “7월 12일 산드로 페르티니 대통령이 퀴리날리궁에서 선수단에게 오찬을 베푸는 동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전화를 걸어 이탈리아 선수단의 훌륭한 승리에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1986 멕시코 월드컵)에 진출하자, 가톨릭신문은 1985년 11월 10일자(제1480호)에 “월드컵 본선 진출은 축구인들의 숙원이자 민족의 숙원이었다”며 “이 순간 거짓과 시기와 증오는 사라졌다”고 기쁨을 표했다. 반면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벨기에에 패하자, 1면에 연재되던 신앙·시사 비평 칼럼 ‘걸림돌’을 통해 “한국팀에 대한 기대와 예상이 빗나가면서 잠을 자지 못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을 것”(1990년 6월 17일자(제1709호))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온 국민이 열광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보도가 가장 활발했다. 개막을 앞둔 2002년 3월 31일자(제2292호)에서는 창간 75주년 특집 ‘월드컵과 교회’를 통해 축구와 교회의 다양한 관계와 축구를 매개로 한 선교 방안을 제시했다. 전국 교구의 손님맞이 준비 현장도 전했다. 5월 19일자(제2299호)는 “서울대교구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과 선수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대회 기간 중 매 주일 세 곳에서 외국어 미사를 거행한다”며 “한국교회와 명동성당을 소개하는 책자를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으로 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주교구에서는 셔틀버스와 문화 행사 등을 준비하고, 수원교구에서는 무료 민박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회 기간 중 재미난 일화와 응원 열기도 조명했다. 6월 30일자(제2305호)에서는 가톨릭신문사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한국사목연구소가 준비한 ‘주 5일제’ 관련 학술 포럼이 한국과 스페인 간의 8강 경기 시간과 겹쳐 부득이하게 연기된다고 밝혔다. 전국 각 교구·본당·수도회 응원 현장의 열기를 취재하기도 했다. 기사에서는 “몇몇 수녀들은 경기를 관람하지 않고 성당에서 승리의 기도를 바쳤고, 대부분은 끝날 때까지 묵주기도로 한국의 선전을 기원했다”고 묘사했다. 7월 7일자(제2306호)는 수원교구가 ‘월드컵을 화해와 평화의 운동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북한 어린이들에게 축구공 2002개를 선물한 소식도 전했다.

발행일 2026-06-07 제3494호 2면

서울대교구 성수동본당, 7일 리모델링 새 성당 봉헌

서울대교구 성수동본당(주임 한정일 프란치스코 신부)이 설립 60주년을 맞아 6월 7일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설립 6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리모델링한 새 성당을 봉헌한다. 본당은 ‘함께한 60년! 일치와 사랑으로’라는 주제 아래 기념사업을 이어 오고 있다. 그중 하나로 성당 등의 시설 환경개선공사를 실시했다. 이번 공사는 노후화된 성당의 안전을 보강하고, 고령 신자를 비롯한 모든 신자가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진됐다. 성당 내부에는 새 십자고상과 제대가 마련됐다. 성당 뒤쪽에서도 원활히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대 양편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성당 2층에는 유아실과 성체조배실 겸 예비자 교리실도 조성했다. 또한 고해소, 카페, 옥상, 경사로 등도 정비했다. 성당 입구도 본당 역사에 맞춰 새롭게 꾸몄다. 성미술가 장동현(비오) 작가는 설립 초기 과달루페 외방 선교회에 위탁운영됐던 본당의 역사를 담아 과달루페 성모 대성당을 참고해 디자인했다. 이 밖에도 본당은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2025년 9월 자선 음악회 ‘그 사랑 그대 있음에’를 시작으로 역대 주임신부 초청 미사, 60주년 기념 글·그림 전시회도 열었다. 본당은 1943년 혜화동본당 관할 뚝섬공소로 시작돼, 1966년 6월 10일 본당으로 승격됐다. 과달루페 외방 선교회 위탁 운영 시기를 거쳐 1981년 2월 24일 교구로 이관됐고, 같은 해 2월 25일 김정남 신부(바르나바·서울대교구 성사전담)가 첫 한국인 주임 신부로 부임했다. 본당은 또한 1967년 5월 4일부터 7일까지 제1차 꾸르실료 대회가 열린 한국교회 꾸르실료 운동의 발상지다. 앞으로도 소외된 계층과 함께하며, 생태환경 보전에 힘쓰는 공동체로 나아갈 계획이다.

입력일 2026-06-04

[대구대교구 부교구장 김종강 대주교] 삶과 신앙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가 5월 26일 대구대교구 부교구장 대주교에 임명됐다. 증조부 때부터 신앙을 이어 온 가정에서 자란 김 대주교에게 ‘애주애인(愛主愛人)’, 곧 ‘주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삶의 나침반이었다. 이 가르침은 사제의 길 위에서 사람들 곁에 머물며 함께 걷는 동행과 겸손의 사목으로 이어졌다. 교구를 넘어 한국교회 안에서 시복시성, 청소년·청년 사목,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준비에 헌신해 온 김 대주교의 삶과 신앙을 소개한다. ‘애주애인(愛主愛人)’ 1965년 1월 2일 충청북도 청주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김 대주교는 매일 저녁 가족이 함께 묵주기도를 봉헌하는 독실한 신앙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청주교구 오창본당 가곡공소 회장이었던 큰아버지의 영향으로 김 대주교는 주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공소를 드나들며 자연스럽게 신앙을 익혔다. 초등학교 교장이었던 부친 고(故) 김철배(야고보·1991년 선종) 씨가 강조했던 ‘주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뜻의 ‘애주애인(愛主愛人)’은 훗날 김 대주교의 삶을 이끄는 나침반이 됐다. 기타를 잘 치고 운동도 잘해 주변에 늘 사람이 많았던 청년 김종강. 내덕동 주교좌본당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던 그를 사제의 길로 이끈 이는 당시 본당 주임신부였던 장봉훈 주교(가브리엘·청주교구 제3대 교구장)였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이 많았던 청년은 장 주교를 통해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이웃과 나누는 길을 배웠고, 마침내 사제 성소에 응답했다. 동행과 겸손으로 전한 사랑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2) 1996년 6월 28일 사제품을 받은 김 대주교는 수품 성구를 삶으로 살아내고자 노력해 왔다. 그가 전한 사랑의 방식은 ‘동행’이었다. 본당 주임 시절에는 지역 주민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청년들과 운동하며 어울렸다.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 시절에도 신학생들과 함께 기도하고 생활하며 ‘동행’의 사목을 실천했다. 로마 성바오로 국제선교신학원에서는 특유의 친화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두 차례 부원장에 선출됐다. 김 대주교와 함께했던 이들은 그를 “형 같고, 아버지같이 편안한 분”으로 기억한다. 그의 친화력은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먼저 다가가고 듣고 함께하려는 ‘겸손’에서 비롯됐다. 김 대주교의 청주교구장 임명 당시, 권환준 신부(시몬·청주교구 양업고등학교 교목)는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 들어주신 아버지 같은 분이자, 함께 운동하며 친구처럼 곁에 있어 주신 분”으로 그를 기억했다. 신학교 동기인 정용진 신부(요셉·주교회의 관리국장)도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하거나 내세운 적이 없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동행하려 노력하는 분”이라고 전했다.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기도하며” 교구민과 함께 사제 생활의 기쁨을 “기도하고 사람들과 소소한 행복을 나누며 평범한 일상을 살았던 것”에서 찾아 온 김 대주교는 2022년 3월 19일 제4대 청주교구장에 임명됐고, 같은 해 5월 2일 주교품을 받고 교구장에 착좌했다. 이후 4년간 주교 서품 성구이자 사목표어인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루카 22,32)는 말씀을 바탕으로, 희망의 증인으로 하느님 사랑과 은총을 교구민에게 전해 왔다. 김 대주교는 사목교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의 공동체 쇄신, 가경자 최양업 신부를 비롯한 신앙 선조들의 영성을 강조했다. 이주민 환대와 생태적 회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향한 교회의 역할도 사목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교구 사목 안에서는 생명 중심 문화 조성을 위한 ‘생명의 날’을 제정하고, ‘충북도민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축제’와 교구 연극단 ‘이마고 데이’ 등을 기획하며 지역의 정체성에 기반을 둔 문화사목도 적극 펼쳐 왔다. 시복시성과 청년 사목, 한국교회 미래를 향해 김 대주교는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최양업 신부,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 등의 시복 추진을 이끌며 한국교회의 순교 신앙과 증거자들의 삶을 잇는 데에 힘써 왔다. 특히 올해 3월 교황청을 찾아 최양업 신부 시복을 위한 기적 심사 첫 단계 통과를 확인한 김 대주교는 신자들의 기도에 감사를 표하며, 복자 선포 때까지 계속 함께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소년·청년 사목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청주교구 청소년사목국장을 맡아 지역 청소년과 청년들의 신앙 여정에 동행했다. 2023년부터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대주교는 매년 청소년 주일 담화를 통해 청소년과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세상 속에서 복음을 증언하는 주역으로 살아가도록 격려하고 있다. 2027 서울 WYD를 향한 준비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 대주교는 주교회의의 2027 WYD 교구대회 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전국 각 교구의 교구대회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이끌고 있다. 2024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WYD 십자가와 성모 성화’ 인수 행사에 한국 대표단으로 함께한 데 이어, 상징물 국내 순례와 교구대회 준비 과정을 조율하며 한국교회가 전 세계 젊은이들과 함께 걸어갈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발행일 2026-05-31 제3493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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