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사별 가족 동반 프로그램 ‘위로의 샘’ 여는 김명호 신부

박주현
입력일 2025-07-09 09:50:45 수정일 2025-07-09 09: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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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간 자양분 삼아 치유의 동반자로 함께할 것”
코로나19로 부모님 임종 지키지 못해…사별 아픔 토대로 ‘치유’ 실마리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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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신부는 “사별의 아픔으로 힘겨웠던 내게 극복의 힘을 준 건 내면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며 “죽음에서 ‘새로운 탄생’이라는 새로운 관점이 열릴 수 있도록, ‘공감’하는 사제로서 함께하겠다”고 말한다. 박주현 기자

꼰솔라따 선교 수도회 김명호 신부(요셉·남미 이주민사목 담당)가 7월 19일부터 매주 토요일 2시간씩 수도회 부천 역곡동 본원에서 사별의 아픔을 겪는 이들을 동반하는 ‘위로의 샘’ 제2기 프로그램을 연다. 사별의 아픔을 몸소 경험한 김 신부가 직접 동행해 프로그램은 더욱 의미를 갖는다.

남미에서 10년간 선교한 김 신부는 선교 중이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부모와 사별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팬데믹도 한창인데 아마존 정글에서 교통편을 쉽게 구할 수 없어 슬퍼하며 출국을 단념했다. 1년 후 어머니가 위독하자 새벽에 쪽배로 정글 강을 거슬러 지역 소도시에 도착했지만, 국제공항이 있는 수도로 가는 경비행기는 수리 중이었다. 임종 4일 뒤에야 한국에 닿은 김 신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효도는 염습 전 어머니께 병자 성유를 발라 드리는 것뿐이었다.

한국에서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와 상실감은 그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깊이 잠든 적이 거의 없다”는 그의 말처럼, 부모의 부재는 검은 호수처럼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하느님도 야속했어요. 선교사 소명을 처음으로 원망했을 만큼요. 선교 중이라는 핑계로 아무것도 못 해 드렸다는 후회는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죠.”

우울증까지 앓던 김 신부에게 힘을 준 건 함께하는 이들이었다. 김 신부는 아버지이자 형님, 오랜 친구 같은 ‘아버지 신부님’ 최종수(윤호 요셉·전주교구) 신부에게 내면을 털어놓으며 위로받았다. 2024년 사별 가족 동반자 양성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수료 직후 제1기 위로의 샘을 열게 된 것도, 사별 가족들을 오래 동반해 온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손 카리타스 수녀의 공감 어린 권유 덕분이었다.

공감의 치유력을 여실히 체험한 김 신부는 위로의 샘 참가자들이 유대감 위에 아픔을 나누고 스스로 치유의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중 1박2일 야외 피정은 참가자들이 지난 삶의 시공간을 벗어나, 갇혔던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시간이다. 섬마을에서 피정했던 제1기 위로의 샘 참가자들은 사별한 이에게 마음의 편지를 적어 종이배로 만들어 바다에 띄워 보내고, 조약돌과 조개껍데기를 모아 그의 이름을 쓰고 ‘나 잘살고 있을게, 지켜봐 줘, 사랑해’라고 바다를 향해 마음껏 외쳤다.

사별은 그 누구도 기꺼이 끌어안을 수는 없는 어둠이다. 그 속을 똑같이 걸었던 김 신부가 전하고자 하는 위로는 “죽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의 전환이자 시작”이라는 통찰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가 사무치는 건 사실 그의 현존이 내가 미처 의식하지 못할 만큼 내 삶에 나 자신보다도 깊게 들어와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당신을 부자유하게 하던 슬픔을, 같은 아픔을 지닌 이웃들과의 공감대를 통해 마음껏 표현해 보세요. 다 듣고 계시는 하느님께서 인도하시는 위로의 빛을, 우리 함께 찾아 떠나요.”

※‘위로의 샘’ 신청 문의: 010-4518-9907 김명호 신부, 032-345-9907 수도회 부천 역곡동 본원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