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소년 자살, 더 이상은 안된다

박영호
입력일 2025-06-25 08:32:01 수정일 2025-06-25 08:32:01 발행일 2025-06-29 제 344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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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에서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고생 3명이 함께 숨진 이유가 학업 스트레스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입시와 학업 부담, 진로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아니지만, 우리는 아이들이 얼마나 큰 압박감에 시달렸을지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5월 발표한 ‘2025년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2023년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11.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위인 안전사고로 인한 청소년 사망자 수(3.2명)의 4배에 달해 2011년 이후 13년째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극적인 현실이 현행 교육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며 고도 경쟁 위주의 교육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번 사건을 청소년들이 처한 삶의 조건과, 학교·사회·국가가 함께 만들어 낸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굳이 전문적인 진단을 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우리 아이들과 그 친구들의 참담한 현실을 매일 눈으로 보고 있다.

더 이상 우리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아야 한다. 사실 문제는 교육제도와 학교 현장의 모순에 그치지 않고, 사회 구조 전반의 문제이기에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정책으로 온전히 해결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극도의 입시 경쟁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교육 제도와 학교 현장은 반드시 개선돼야 하며, 아이들의 정서적 건강을 돌보는 시스템과 안전망의 강화는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는 시급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