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우공(愚公)의 희망

이승훈
입력일 2025-06-25 08:32:01 수정일 2025-06-25 08:32:01 발행일 2025-06-29 제 3448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Second alt text

흔히 ‘끊임없이 노력하면 이뤄진다’는 의미로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말만 보면 우공이 산을 옮긴 것 같지만, ‘우공이산’의 유래가 된 「열자」를 보면, 산을 옮긴 건 우공이 아니다.

우공이 산을 옮기기로 하자 가족들이 함께했고, 이웃도 동참했다. 1년이 지나자 주위에서 만류했지만 우공은 “내가 죽더라도 자식이 남아있고, 또 그 자자손손이 있으나, 산은 증가하지 않으니 걱정 없다”며 자신의 희망은 반드시 이뤄지리라 확신했다.

여기서 ‘불가능’이 ‘가능’으로 변했다. 우공의 말을 전해 듣고 그 정성에 감명한 하느님이 산을 옮겨준 것이다. 산을 옮긴 건 하느님이었다.

매주 토요일, 500번을 이어온 의정부교구의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토요기도회에서 이런 ‘우공의 희망’을 느꼈다.

토요기도회는 남북관계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끊임없이 평화를 희망하며 열렸다. 6월 21일 열린 500차 토요기도회에는 마치 우공이 가족과 이웃과 함께했듯 기존에 오던 이들에 더 많은 이가 함께해 예상 참가자 수의 세 배가 넘는 1000여 명이 모여 기도했다. 손희송 주교는 이날 강론에서 “기도는 우리가 하지만, 응답은 전적으로 하느님께 달렸다”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한반도 평화도, 세계 평화도, 나아가 공동의 집 지구 생태계의 평화도, 인간의 눈으로 보면 막막하기만 하다. 도저히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공처럼 희망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루시는 분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 그렇기에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다.”(로마 5,5)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