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샘’ 모임을 들어보셨습니까? 사별을 경험한 이들을 돌보고자 올해 처음 수원교구 이름으로 시작한 모임입니다. 8주 동안 진행되는 이 돌봄 프로그램은, 1965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호스피스를 도입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도회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호스피스 환자의 가족들만을 대상으로 하던 이 프로그램이, 어느 신부님의 권유로 사별의 고통을 겪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확대되었고, 지금은 서울대교구와 여러 수도회에서 ‘옹달샘’, ‘사랑터’, ‘샘터’ 등의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수도회의 돌봄 봉사자 양성교육을 수료한 저는, 해당 교육을 이수한 다른 네 명의 봉사자와 함께 ‘치유의 샘’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마지막 주 모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깊은 슬픔과 침통한 표정으로 첫 모임에 왔던 참가자들이, 지금은 서로 차를 마시며 일상을 나누고 있습니다. 물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기억과 감정은 완전히 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썰물과 밀물처럼 들고 나가는 그 감정을 인정하며 다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면 하느님을 향한 찬미와 감사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사실 얼떨결에 교육을 받고 우연히 모임을 시작하게 된 것 같지만 이 모임의 모든 순간에는 하느님께서 함께 계셨습니다.
2023년 12월, 제2대리구청으로 발령받고 한 수녀님을 알게 됐습니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도회 소속으로 사별가족 돌봄 모임을 오래전부터 이끌어 오신 수녀님이었습니다. 그분을 통해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본당에서의 한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형제님을 먼저 떠나보낸 뒤 자매님도 스스로 세상을 등지려 했던 기억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고통과 슬픔이 남겨진 이들의 생명마저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큰 깨우침을 준 일화였습니다. 모임의 필요성을 느낀 저는 마치 이끌리듯 수도회의 돌봄 봉사자 양성 교육을 받게 됐고 수녀님의 도움으로 좋은 봉사자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예산도 없고 준비도 되지 않았기에 시작할 용기가 없었지만,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야훼 이레.”(창세 22,14) ‘주님께서 마련하신다’는 말씀처럼,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돌보도록 하느님께서 저를 부르시고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씩 채워주고 계셨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과 일치한다면, 그분께서 모든 것을 마련해 주신다는 신앙의 체험이었습니다. 여전히 경험이 부족한 사제이자 믿음의 깊이가 얕은 나약한 신앙인입니다. 하지만 모임을 통해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시는 하느님 아버지를 만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에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은 무엇입니까?
글 _ 허규진 메르쿠리오 신부(제2대리구 복음화3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