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요한 세례자? 세례자 요한? 헷갈리는 세례명 ‘통일’ 필요

박효주
입력일 2024-04-01 수정일 2024-04-02 발행일 2024-04-07 제 338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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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용어집 표기 기준 있지만 혼용 계속
관행적 세례명 사용 개선 위해 노력해야

교회 용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올바른 사용을 안내하는 「천주교 용어집」(주교회의 천주교용어위원회, 2000)이 발행된 지 24년이 지났지만 용어집에 따른 세례명 표기가 아직 통일되지 않아 혼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교회 내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천주교 용어집에 따른 표기를 통일하고, 교회가 권고한 정확한 용어 사용에 대한 안내와 교육 등이 필요해 보인다.

용어가 혼용되는 대표 사례는 세례명이다. ‘요한 세례자’와 ‘세례자 요한’의 경우 「천주교 용어집」은 ‘요한 세례자’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세례자 요한’을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가톨릭신문이 교회 내 주요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매일미사와 전례력의 축일 표기는 ‘요한 세례자’로, 2005년 발행된 한국 천주교회 공용 번역본 성경은 ‘세례자 요한’으로 표기하고 있다.

특히 교회 내 성직·수도자와 기관단체 현황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천주교 주소록’(https://directory.cbck.or.kr)은 성직자나 기관단체장의 세례명을 ‘요한 세례자’ 또는 ‘세례자 요한’으로 혼용, 기재하고 있다. ‘요한 사도’, ‘사도 요한’도 마찬가지다. 세례명에 익숙하지 않은 새 신자나 일반인이 볼 때는 다른 세례명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천주교 용어집에 따른 표기가 강제성을 띠는 것은 아니지만 신자들이 이용하는 교회 내 홈페이지 등에서는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도 용어를 통일할 필요성이 크다.

용어집에 따른 세례명 대신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사용하던 외국 성인의 세례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신자도 여전히 많다.

2017년 발행된 「천주교 용어집 개정증보판」은 ‘전례력에 수록된 외국 성인명의 표기는 현대 교회에서 사용하는 스콜라 라틴어 발음법을 따르되, 문교부(現 교육부)에서 고시한 외래어 표기법을 준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된소리는 쓰지 않는다. 따라서 루까는 루카로, 프란치스꼬는 프란치스코로, 니꼴라오는 니콜라오로 표기해야 한다. 어미 ‘us’는 관행에 따라 ‘-오’로 표기해야 하므로 유스티누스는 유스티노, 마르첼리누스는 마르첼리노가 맞다.

또 ‘C’는 ‘ㄱ, ㅋ, ㅊ’으로 발음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교회는 성녀 체칠리아(St.Cecilia)로 부르지만 관행적으로 세실리아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황문숙(72·서울 중앙보훈병원준본당)씨는 “주위 사람들이 대부분 나를 세실리아라고 부른다”며 “평생을 세실리아로 살아왔는데 체칠리아가 맞다니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천주교용어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했던 강대인(라이문도)씨는 “국어 정서상 이름 뒤에 그 사람의 직책이나 역할 등을 표기하는 ‘요한 세례자’가 자연스럽지만 성경에 ‘세례자 요한’이라고 쓰여 있는 것에서 보듯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이 어딘지에 따라 융통성 있게 불러도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용 표기에 있어 일정 부분 부작용이 있다면 교회 내에서 용어를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