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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Ⅱ] AI와 교회 (4)AI의 장점들①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3-10-04 수정일 2023-10-04 발행일 2023-10-08 제 3362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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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기억력’과 반복 학습에 의한 높은 ‘이해력’ 지녀
CPU 등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높은 사양 채택해 기억 왜곡 감소
탁월한 이해력 갖추기 위해
다양하고 많은 데이터 입력

AI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 심층 학습, 지도 학습, 자율 학습, 강화 학습 등의 다양한 기계 학습 알고리즘들은 다양하고 많은 데이터를 입력시킨 후 반복적인 패턴을 학습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현재의 AI가 가진 탁월한 장점인 ‘기억력’(Memory)과 ‘이해력’(Intelligence)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AI는 기억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간은 기억력에 있어 왜곡이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건망증이나 치매에 의한 기억력 감소 등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된 정보가 사라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합니다. AI는 1940년대 이래로 이러한 기억의 왜곡 및 삭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인공 신경 네트워크(ANN·Artificial Neural Networks)의 발전에 힘입어 탄생한 것입니다. 따라서 좋은 CPU(중앙 처리 장치)와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갖춰져 저장된 데이터의 오류나 손실 걱정이 거의 없는 컴퓨터 하드웨어 및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면, 현재까지 발전된 소프트웨어 및 알고리즘을 통해 기억의 왜곡 및 삭제 문제가 없는 충분히 안정적인 기억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안정적인 기억력은 AI의 최대 강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2015년 당시 처음 개발된 알파고는 단일 컴퓨터로 구동되는 ‘단일 버전’(single version)과 네트워크에 연결된 여러 대의 컴퓨터를 사용하는 ‘분산 버전’(distributed version)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단일 버전의 알파고는 48개 CPU와 8개 GPU, 분산 버전은 1202개 CPU와 176개 GPU로 구성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억력만으로 AI의 특성을 규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기억력은 충분히 좋은 하드디스크나 CPU, GPU 등의 하드웨어만 적절히 갖추면 기본적으로 보장됩니다. 따라서 AI만이 내세울 수 있는 다른 탁월한 특징이 있어야 합니다. 바로 ‘이해력’입니다.

최근의 AI 발전 방향은 반복 학습을 기반으로 기계 학습을 강화해 나가는 식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현재 AI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 심층 학습, 지도 학습, 자율 학습, 강화 학습 등의 다양한 기계 학습 알고리즘들은 - 학습을 시키는 세부적인 방식은 제각기 다르지만 - 특정한 AI에 다양하고 많은 데이터를 입력시킨 후 반복적인 패턴을 학습시킵니다. 추후 유사한 문제를 마주하게 될 때는 동일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일차적으로 채택하며, 그 후 더 이상의 추가적인 데이터 학습이 필요하지 않게 될 때까지 이 방식을 반복합니다.

그런데 AI는 계산 속도가 빠르고 기억력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반복 학습에 있어서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5살 어린이가 한 자리 숫자들(0~9) 간의 덧셈을 익힐 때(예: 4+7=11) 엄마나 유치원 선생님을 통해 여러 차례 비슷한 문제들을 푸는 반복 학습으로 나중에 자연스럽게 다른 문제의 계산도 할 수 있게 됩니다. AI도 역시 반복 학습으로 나중에는 가르쳐주지 않은 문제도 계산할 수 있게 됩니다. AI는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인간보다 속도 면에서 월등히 빠르게 계산할 수 있고, 계산의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인간보다 월등히 적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반복 학습에서 AI는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반복 학습의 장점을 세상에 드러낸 단적인 예가 바로 심층 학습 알고리즘을 채택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입니다. 알파고의 경우 2015년 처음 개발될 당시에는 엄청난 양의 바둑 기보를 입력시켜 반복 학습을 시키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 후 알파고 리는 2016년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총 5국 중에서 단 한 번 패배함으로써 AI의 반복 학습이 지닌 위력을 전 세계에 유감없이 보여주었죠.

바로 이러한 AI의 반복 학습 능력은 이해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해력은 유사한 문제를 반복해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학습되고 발전해 나가는 능력이기 때문에, 인간뿐만 아니라 AI도 역시 이해력을 갖추어 나가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해력 수준은 인간보다 AI가 월등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알파고 리의 경우, 2016년 이세돌과의 대국에서는 총 5국 중에서 단 한 번 패배했으며, 2017년 중국의 커제와의 대국에서는 총 5국 중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습니다. 바둑이라는 특정 게임에 대한 이해력에 있어 알파고가 이세돌, 커제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2017년에 등장한 알파고의 최종 버전 ‘알파고 제로’(AlphaGo Zero)는 더 이상 인간의 기존 바둑 기보에 의존하지 않고, 바둑의 규칙만 주면 스스로 학습하고 실력을 향상시켰습니다. 알파고 제로는 학습 36시간 만에 기존 알파고 리의 수준을 능가하였고, 72시간 만에 알파고 리와의 대국에서 100전 100승을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 약 40일 동안 알파고 제로는 2900만 번의 자가 대국을 진행하며 학습하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AI는 과거에 인간이 일일이 빅데이터를 주입시켜 학습을 시키는 것이 필요했지만, 어느 수준 이후로는 더 이상 인간적 개입이 없어도 일정한 이해력의 정도에까지 이를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