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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古物時計(고물시계)

입력일 2023-03-17 14:58:04 수정일 2023-10-09 09:52:15 발행일 1966-08-07 제 52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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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이가 오래된 낡은 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 시계는 주인도 모르게 망령을 부려 5분이 늦은 시간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는 그 시계를 하늘처럼 믿고 시간을 요리한다. 바쁜일정에 5분도 아깝다. 이미 계획한 여행을 앞두고 그 시계의 지시대로 열차시간 5분전에 역에 도착했다. 그가 타야할 열차는 발차하는 순간이다.

시가을 재확인한다. 시계 바늘을 뚫어지게 들여다본다. 역 두에 걸려있는 시계바늘과는 5분의 차이가 생긴다.

『하아 이 시계 고물 다됐군!』 이렇게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누구에게 하소연 할 기도 없다.

드디어 서울행 특별열차를 놓치고 말았다.

하찮은 시계가 인간의 신용도를 그렇게 뒤엎을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어찌보면 고물시계를 믿었던 그이가 어리석기도하다.

사람을 지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뿐 아니라 너무나도 큰 책임이 따라오는 일이다. 어떤 영혼들이 전적으로 그에게 달려있는 것이라면 이것이야말로 중대하다.

「고물시계」가 뭇사람의 계획을 망쳐놓았듯이 우리사회에는 「고물 인간지도자」들이 뭇 청춘남녀들을 망쳐놓을 수 있다.

더구나 영혼이 구령문제라면 더욱 더 그러하리라. 못난 시계 때문에 서울행을 놓치는 것은 또다시 회복할 수 있는 일이지만 못난 지도자 때문에 천국행 특급을 놓치는 날에는 큰일이다.

생각할수록 좋은 스승 좋은 지도자가 아시워진다.

이것은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죄악의 파도가 높아질수록 더욱더 그러하다. 그의 고물시계는 도리어 좋은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는 또하나의 교훈을 남겨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