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시대착오적 주장으로 인류 위기에 몰아넣어” 푸틴 우회 비판

입력일 2022-04-05 수정일 2022-04-06 발행일 2022-04-10 제 3289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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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 사목방문 중 언급
우크라이나 방문 의지 밝혀
몰타에 머무는 난민 만나기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일 몰타 수도 발레타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조지 벨라 대통령(오른쪽)과 함께 군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CNS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러시아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유아기적’이고 ‘민족주의적 이익’에 사로잡혀 불과 한 달 만에 1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교황은 러시아나 푸틴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럽을 전쟁으로 몰고 간 정치 지도자들을 향해 전례 없이 강력하게 비판했다.

교황은 4월 2일과 3일 이어진 몰타 순방에서 전 인류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는 신냉전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면서 “다시 한번 불행하게도 민족주의적 이익을 노린 시대착오적 주장에 사로잡힌 일부 강력한 정치 지도자들이 갈등을 조장, 확대한다”고 개탄했다.

교황은 당초 2020년 5월 몰타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몰타는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과 난민들이 구조돼 머무는 지역이다.

교황은 2일 몰타 수도 발레타에 도착, 대통령궁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참석하고 몰타의 고위 관리들과 만났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한 언급은 이 자리에서 나왔다.

2일 몰타로 출발하기 직전 교황은 산 에지디오 공동체 초청으로 로마를 방문한 우크라이나인들을 만났다. 교황은 몰타행 비행기 안에서 연 기자회견 중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방문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교황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고통이 너무 크기에 자신이 앓고 있는 무릎 관절염 통증조차 잊힐 정도라고 덧붙였다.

사목방문 첫날 교황은 고조섬에서 3000여 명의 순례자들과 함께 기도회를 주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3일 몰타 플로리아나에서 미사를 주례하기 전 군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CNS

둘째 날인 3일에는 바오로 사도 동굴을 방문한 뒤 몰타에 머물고 있는 난민들과 만나기도 했다. 서기 60년 경 바오로 사도는 전도여행 중 풍랑을 만나 도착한 몰타섬에서 주민들의 환대를 받았다.

교황은 이날 리비아, 나이지리아, 세네갈, 우크라이나 출신 이주민 200여 명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종종 TV나 신문에서 바다 한가운데에 난민들로 가득 찬 배에 대해 보고 듣는다”며 “이들은 우리 자신, 또는 우리 아들이나 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람페두사 방문 이후 나는 여러분들을 잠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교황은 2013년 교황 선출 뒤 로마 외부의 첫 방문지로 지중해 시칠리아 해협에 있는 이탈리아령 최남단의 섬 람페두사를 방문한 바 있다. 교황은 방문 당시 이주민과 난민들에 대한 ‘무관심의 세계화’를 거세게 비난했으며, 이주민과 난민 문제를 자신의 교황직 수행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삼은 바 있다.

몰타 국민들에게 교황은 특히 과거 바오로 사도를 환대했던 것처럼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오는 새로운 이주민과 난민들을 환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오늘날 세계에서 이주민들은 존엄하고 형제적 삶의 가치를 증거하는 이들”이라며 “그들은 여러분 모두가 마음에 새기고 여러분 모두의 뿌리로 삼아야 하는 고귀한 가치”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수천 명의 남녀와 어린이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지중해에서 난파선을 경험했고 이들은 결국 비극으로 생을 마감했다”며 “우리는 이 난파선으로부터 난민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난파된 문명을 발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