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연기와 스토리가 좋으면 좋은 영화라고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옳은 이야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연기와 스토리는 영화에서 보다 연극에 더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어떤 사람은 그저 즐겁게 해주는 것이면 좋은 영화라고 한다. 그러나 어떠한 영화 건 몇사람은 즐기게 마련이다. 가령 최악의 경우에는 제작자와 감독만이라도 즐길테니까. 그러니까 이 정의가 옳다고 한다면 모든 영화는 다 좋은 영화라고 봐야할 것이다. 이따위 소리는 영화선 전부에서나 믿을까?
어떤 가톨릭 신자는「가톨릭영화심의회」같은데서 A급을 받은 것이면 좋은 영화라고 한다. 그것도 모르는 소리다. 첫째 그들은 그런영화가 도덕적인 의미에서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열심한 가족들이 묵주신공을 바치는 영화를 상상해 보라. 도덕적으로는 완벽한 영화라고 하겠지만 감상하기에는 지루하기 짝이없는 영화가 되고 말 것이다.
둘째, 그런데서 A급을 받은 것은 좋은 영화라는 뜻이 아니라 죄가 안된다는 뜻이다. 즉 사람으로 치면 돌쇠가 A급을 받았다면 돌쇠는 도둑질을 할 것 같지 않다는 뜻이다.
결국 좋은 영화란 많은 자질을 한꺼번에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예술적」인 영화가「종은」영화다.
진실로 예술적인 영화즉 좋은 영화라면 다음 3가지 계명을 엄격히 지키는 것이다.
①관객을 즐겁게 할 것.
영화가 우리를 즐겁게 해주지 않을 때 그 결점이 우리 내부에 있을 수 있다. 문학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훌륭한 단편소설을 이해할 수 없듯이 우리도 시시한 영화는 즐기면서 위대한 영화를 지루하게 느낄 수있다. 마치 미개인이 위대한 음악보다 반복되는 상업선전 노래를 좋아하듯이.
②아름다울 것.
영화나 노래나 소설이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진짜이유는 효과를 내기위해 웃음과 눈물, 공포, 흥분, 고상함 등 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배치해 놓기때문이다. 이것이「테크닉」이다.
③감상적(感傷的)이 아닐 것.
예술적인 영화는 도덕적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예술적인 영화는 도덕적이고자 하는 사람의 적이 아니다.
우리가 보통 영화의 비도덕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모든 예술의 적인 감상이다. 감상은 악을 선인 것처럼 보여준다. 그러므로 좋은 영화란 예술적인 영화, 즉 감상적이 아니면서도 아름답게 구성이 되어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영화다.
(「센트ㆍ안토니」지에서)